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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스트레스 안 받는 날이 하루도 없는 거 같아요. 직장생활이 원래 이런 건가요?"

후배가 출장길에 꺼낸 말이다. 직장인에게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일까. 코로나19 전에는 이전대로, 앤데믹 단계로 접어드니 '엔데믹 블루'로 인한 스트레스까지 합세한다. 종류도 다양하다. 인간관계, 업무 과다에서부터 비전, 연봉, 회식, 재택, 비재택, 대면, 비대면, 출퇴근길 모든 게 직장인에게는 스트레스 요소다. 
 
직장상사의 스트레스를 다룬 영화. 영화 '스트레스를 부르는 그 이름 직장상사' 스틸 컷
 직장상사의 스트레스를 다룬 영화. 영화 "스트레스를 부르는 그 이름 직장상사" 스틸 컷
ⓒ 네이버 영화 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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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스트레스'로만 검색해도 각양각색 제목의 뉴스가 나온다. 직장인은 사라지지 않으니 비슷한 종류의 기사가 온라인 창고에 수십 년간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직장인과 스트레스는 바늘과 실처럼, 어쩌면 동의어처럼 한 몸이 된 지 오래다. 직장에서 사람을 뽑을 때 스펙보다 스트레스를 얼마나 잘 다스리는지를 보는 게 더 중요한 요건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한 유튜브 채널에서 스트레스에 대한 자극적이고 신선한 콘텐츠를 발견했다. <스.폭.병>이란 제목의 짧은 애니메이션이다. 생생함과 현실감이 폐부까지 들이닥쳤다. 현대인이자 직장인인 내가 처한 냉혹한 현실을 콕콕 찔러댔다.

"극한의 스트레스로 인해 머리가 폭발하는 일명 스.폭.병이 나타난 지 10년이 됐습니다. 지수 측정 칩 이식이 필수가 되면서 스트레스 지수 관리는 편해졌지만, 여전히 스트레스를 사고 파는 행위가 불법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스.폭.병'은 스트레스 지수가 100이 되면 머리가 폭발하는 병이다. 영상 속 주인공은 타인의 스트레스를 불법으로 사들여 돈벌이를 한다. 본인 스트레스 지수는 포장마차에서 즐기는 소확행으로 가볍게 덜어낸다.
 
스트레스 지수가 100을 넘으면 머리가 폭발하는 '스폭병'이 유행한다는 이야기
▲ 유튜브 "총몇명 기묘함 속으로 스토리" 스틸 컷 스트레스 지수가 100을 넘으면 머리가 폭발하는 "스폭병"이 유행한다는 이야기
ⓒ 유튜브 총몇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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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주인공은 일확천금을 손에 넣는다. 스트레스 거래를 때려치우고 플렉스를 즐기기 시작한다. 그런데 행복은 잠시, 시간이 갈수록 돈에 대한 집착과 불안 때문에 성격이 날카로워진다. 많은 돈으로도 치솟는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 없어 결국 큰돈을 앞에 두고 머리가 폭발한다.

직장인의 '찐 스트레스' 두 가지

짧은 내용이지만 현대인에게 전하는 심오함이 듬뿍 담겼다. 주인공을 파멸에 이르게 한 것은 집착과 불안이다. 직장인들은 머리가 폭발할 것처럼 무거운 현실을 오롯이 흡수하며 하루하루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다.

인정받기 위해, 잘 보이기 위해, 더 움켜쥐기 위해 현실을 외면하고 부정하면서 허상에 집착한다. 지금이 천국인 줄 모르고 지옥을 향해 내달리는 무모함은 덤이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만성 불안을 가슴에 품고 하루하루 스트레스를 모으며 예민하게 살아가는 게 우리들의 모습이다.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스트레스는 신체를 보호한다.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은 주변 환경을 경계하고 위험을 피하기 위해 계획을 세운다. 반면 즐겁고 태평한 사람은 함정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음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미국의 생물학 교수 브루스 맥웬 교수의 조언이다. 생각을 살짝 뒤집는 발상만으로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결코 사라지지 않는 직장인의 스트레스 감옥에 스스로를 꽁꽁 가둘 필요 없다는 말이다.

직장에서의 애매모호한 경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당연한 듯 '조금만 더'에 집착하면서 현실이 점점 두려워졌다. 성과, 평가, 평판, 승진, 적성, 열등감, 정년, 야근, 상사, 동료, 후배 등 직장인에게는 모든 게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반복되는 작은 자극과 불안함이 모여 스트레스 쓰나미를 일으킨다.

결론부터 말하면 수 세기 동안 이어온 직장인 스트레스를 완벽하게 해결할 방법은 누구도 제시할 수 없다. 스스로가 맞서 감당하지 않으면 나아지지 않는다. 스트레스 지수가 100까지 차오르는 걸 두려워만 해서는 안 된다. 가끔은 지금보다 조금 더 내려놓을 줄 아는 의식적인 여유, 불안을 털고 남일 보듯 무표정하게 바라볼 줄 아는 관대함도 필요하다. 

한 기사에서 직장인들은 술과 담배, 운동, 잠자기, 친구나 지인과의 대화, 여행 및 취미생활 등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고 말했다. 과도한 술과 담배는 건강 불균형이라는 또 다른 스트레스를 야기한다. 몇 날 며칠 잠만 자는 것도, 끝없이 해야 하는 운동도 고문이다. 친구나 지인과의 대화에서 역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여행 담당 기자는 매주 취재 여행지 고민과 출장 후 기사 마감에 쫓겨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네버앤딩 스트레스다. 

무엇이든 과유불급이다. 스트레스를 나를 보호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스트레스 지수가 100까지 오르지 않도록 스스로를 매일 토닥거려야 한다. 소주 한 잔, 영화 한 편, 책 한 권, 짧은 글 하나, 노래 한 곡이 스트레스 지수를 대폭 낮춰준 기억이 뇌의 어딘가에 분명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노력으로도 잘 안 된다면 관점을 살짝 바꿔보자. 함정 속으로 걸어 들어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정신을 차리고 있는 과정이라고.

태그:#직장인, #스트레스해소방법, #직장인스트레스, #직장생활, #오마이뉴스장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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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경험을 소중히 여기는 직장인,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아빠, 매 순간을 글로 즐기는 기록자. 글 속에 나를 담아 내면을 가꾸는 어쩌다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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