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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9 선언을 하는 노태우
 6.29 선언을 하는 노태우
ⓒ 국가기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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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의 '6.29선언'(또는 항복 선언) 이후 국민의 기대와는 달리 야권은 다시 분열상을 드러냈다. 김대중ㆍ김영삼이 독자 출마선언을 하고 순수재야는 연고에 따라 두쪽으로 혹은 무소속의 백기완 쪽으로 갈라졌다.

유신쿠데타로 실종되었던 대통령직선제가 7년 만에 시행되면서 야권이 사분오열된 데 반해 군사정권은 노태우를 중심으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선거전에 나섰다. 10월 29일 발족한 '민주쟁취천주교공동위원회'는 산하 단체인 공정선거 감사단이 제작한 <이것이 부정선거다!>라는 자료집을 전국에 배포했다.

자료집에는 ① 제5공화국의 부정선거 ② 유형별로 분류한 부정선거 행위 ③ 2.12 총선에서의 군부재자 투표의 실상 ④ 최고의 부정선거 사례 등을 수록하면서, 모든 유권자들이 부정선거 감시단이 될 것을 촉구했다. 

정의구현사제단은 이에 발맞추어 12월 5일 대선과 관련하여 "모든 국민은 이 사회의 구조적 불의를 청산하고 인간 존엄성을 회복하는데 앞장서기 위해 양심에 따라 정정당당하게 주권을 행사해야 하고 정부는 부정시비가 일어나지 않도록 엄정 중립을 지켜야 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채택했다. 〈성명서〉는 '대통령 선거에 즈음한 우리의 기도와 선언'은 "△ 군부독재는 이제 마무리 되어야 합니다. △ 광주의 한을 풀어주어야 합니다. △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 부정선거는 절대로 용납될 수 없습니다."를 싣고 있다.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의 대목에서는 다섯 가지를 들었다. 

1. 통일문제에 대해서 깊은 식견을 가지고 '분단'이라는 민족의 아픔을 해결해 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남북한 민족간의 동질성 회복을 통해 평화통일에의 전망과 의지를 확고히 갖고 있어야 합니다.

2. 국제관계에 있어서 '자주외교'를 펼쳐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국가와 민족의 이익을 위해서 미국ㆍ일본 등 강대국들과의 굴욕적 외교관계를 극복, 청산하고 떳떳한 민족자주성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3. 분배의 정의를 실현할 의지가 뚜렷해야 합니다. 소위 '혼란이냐, 안정이냐' 하는 문제도 사실 노동자ㆍ농민ㆍ도시빈민 등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조건에서 바라보아야 합니다. 이제까지의 성장위주의 경제 정책에서 벗어나 민중생존권이 보장되는 '분배의 정의'를 실천할 수 있어야 합니다.

4. 민주주의의 꽃인 언론의 자유와 지방자치제의 실시를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상의 과제들을 훌륭하게 수행,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결여된 민간ㆍ민선 정부라면 민주화란 그 참된 의미를 상실하게 되고 맙니다. 따라서 바로 이러한 차기 민간ㆍ민주 정부의 과제를 훌륭히 수행할 수 있는 자질과 경륜, 그리고 식견을 갖춘 인물, 이 땅의 민중과 민주화를 향한 고난의 십자가를 더불어 함께 지고 고통과 희망, 슬픔과 기쁨을 나누었던 인물이야말로 대통령이 되어야 마땅하다는 생각입니다. (주석 3)

사제단은 이 〈성명서〉에서 조짐을 보이고 있는 군부세력의 부정선거 음모를 강력히 비판했다. 

현재 대통령 선거는 타락과 부정의 조짐을 광범위하게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71년의 선거를 연상시키는 망국적인 지역감정은 물론, 추악한 금권ㆍ관권선거의 양상마저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막강한 공권력과 막대한 자금을 동원, 엄청난 물량공세, 선심공세를 펼치고 있습니다. 또한 언론의 편파보도, 특히 KBS와 MBC 양 TV 방송국의 노골적인 편파보도는 국민을 혼란과 분노 속에 빠뜨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게다가 치안당국은 용공ㆍ좌경을 척결한다는 구실로 공공연하게 민주화세력을 탄압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공정선거감시운동' 조차 탄압하려 하고 있습니다. (주석 4)


주석
3> 앞의 책, 301~392쪽.
4> 앞의 책, 302쪽.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연구]는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태그:#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민주주의, #민주화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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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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