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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3월 31일자 강등학 기자님의 <여의도샛강생태공원 산책로, 배려가 아쉽다 http://omn.kr/1y33u> 기사에 대한 답변입니다. 필자는 여의샛강생태공원을 서울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의 공동대표입니다. - 기자 말
 
영등포장애인복지관의 장애인들이 여의샛강생태공원에 꽃을 심고 있습니다. 7명의 발달장애인들이 직무훈련 중입니다.
▲ 장애인과 함께 하는 여의샛강생태공원  영등포장애인복지관의 장애인들이 여의샛강생태공원에 꽃을 심고 있습니다. 7명의 발달장애인들이 직무훈련 중입니다.
ⓒ 조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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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샛강생태공원에 무장애나눔길을 제작·설치한 것은 지난 3월 하순이었습니다. 시각장애인과 보행장애인을 위한 촉지 안내도인데, 생태공원에 이와 같은 지도가 설치된 사례는 처음 있는 일입니다. 안내도가 설치되자마자 시민기자의 기사로 만날 수 있어 반가웠습니다.

여의샛강생태공원은 1997년에 만들어진 우리나라 1호 생태공원입니다. 여의도 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있으면서 생태적 다양성이 높고, 버드나무 숲이 우거져 멋진 경관을 연출합니다. 시민들의 산책과 자연에서의 휴식 및 생태학습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도심 속 원시 자연의 매력을 갖고 있는 이 곳은 몇 년 전부터 시민들이 함께 가꾸는 공원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시민들이 주체가 되어 생태공원에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고 쓰레기를 줍고 산책로를 보수하거나 새집을 설치하기도 합니다. 사람과 동식물이 어울려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가꾸는 노력에 시민들이 함께 하기에 그 의미가 큽니다. 올 봄에는 일주일에 100명 이상의 자원봉사자들이 여의샛강생태공원에 와서 공원을 가꾸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여의샛강센터 옥상정원을 가꾸는 데 여념이 없는 프랑스인 자원봉사자들입니다.
▲ 프랑스인 봉사자들  여의샛강센터 옥상정원을 가꾸는 데 여념이 없는 프랑스인 자원봉사자들입니다.
ⓒ 조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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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공원 이용을 돕기 위하여 없던 다리도 만들었습니다. 작은 물길을 건널 수 있게 샛강생태공원의 폐목을 이용하여 다리를 지었습니다.
▲ 이름하여 수달교  시민들의 공원 이용을 돕기 위하여 없던 다리도 만들었습니다. 작은 물길을 건널 수 있게 샛강생태공원의 폐목을 이용하여 다리를 지었습니다.
ⓒ 조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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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이나 청년들이 특히 봉사활동에 열심인데, 한번은 공원을 이용하는 어르신이 청소년들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너무 기특하다며 5만 원을 주고 가시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공원이 나날이 예뻐진다는 칭찬은 덤입니다. 이런 봉사활동에 언제부터인가 외국인도, 장애인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외국인이나 장애인도 여의샛강생태공원을 알게 되고 이용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이후 자연을 가까이 만나서 쉼과 위안, 배움을 얻는 일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샛강생태공원을 위탁 운영하는 저희들은 적어도 이 곳에서는 누구라도 편안하게 누리는 생태공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운영해보고자 했습니다. 특히 장애인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뭔가 해보려고 했습니다. 영등포장애인복지관 분들이 '샛강생태공원이 복지관 코앞에 있으나 장애인들에게는 섬같은 곳이다'라는 말씀을 했던 것이 계기였습니다.

2021년에는 여의샛강생태공원을 모든 시민들이 다함께 누릴 수 있도록 가꾸는 노력에 현대자동차그룹이 후원을 결정했습니다. 특히 '배리어 프리 (barrier-free)' 공원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 중 하나로 삼았습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역시 여의샛강생태공원의 생태 복원과 무장애 접근로 확대 등 생태공원의 가치를 높이고 시민 편의를 증진하는 데 힘을 보탰습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휠체어 접근로이고 얼마 전에 설치한 '무장애나눔길'입니다. 또한 마사토 등을 도포하고 길을 정비해서 휠체어로 탐방할 수 있는 구간을 확보했습니다.
 
여의샛강생태공원에 촉지 안내도인 '무장애나눔길'이 설치되었습니다. 뒤로는 어린이들을 위한 콩쥐팥쥐 자연놀이팡도 만들었어요,
▲ 무장애나눔길  여의샛강생태공원에 촉지 안내도인 "무장애나눔길"이 설치되었습니다. 뒤로는 어린이들을 위한 콩쥐팥쥐 자연놀이팡도 만들었어요,
ⓒ 조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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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애나눔길 촉지안내도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참고할 만한 기존 사례가 없다 보니 장애인 당사자들 및 장애인 단체의 자문과 전문가의 자문을 받고 현장을 여러 차례 조사하며 만드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작 후 시각장애인 당사자가 이용해본 다음 준 피드백이 인상적입니다.

"지도 자체는 큰 도움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런 시도 자체가 시민들에게 장애 인식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또한 음성 지원이 필요하다고 해서 추가로 음성 안내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강등학 기자님이 지적한 야자매트 설치 문제는 고민이 필요한 지점입니다. 야자매트 설치 구간은 과거 비만 오면 물에 잠기거나 진흙탕 길이 되어 산책 자체가 어려웠던 구간입니다. 필자 역시도 비 온 다음 날 그 구간을 걷다가 미끄러져 넘어진 적이 있습니다. 샛강생태공원 산책로는 흙길이고 걷기 좋다 보니 어르신들이 많습니다. 그들이 넘어지면 크게 위험하겠다 싶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서울시에 시민 안전과 편의를 위해 설치해달라고 건의해서 2년 전에 설치하게 되었습니다.

휠체어 장애인도 오리나 물고기를 가까이 보며 자연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더 고민하고 만들어가겠습니다. 그러나 샛강생태공원이 전 구간에 모든 시민들이 깊숙이 들어가 즐기는 것은 조심하려고 합니다. 시민들이 적극 체험하고 이용하는 구간과 동식물들이 인간 간섭에서 자유롭고 편히 살아가는 구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생태적 건강성이 높아져 수달도 두 마리 서식하고 있는 샛강에서는 수달 보호 구역을 정하고 시민들이 들어가지 못하게 막고 있습니다.

2020년 홍수로 인해 훼손된 나무 데크 대신 만들어진 자갈길은 그 위로 흙을 도포하여 장애인도 이용하기 좋게 개선하는 방법을 서울시에 제안하겠습니다. 또한 주차장으로 바로 이어지는 경사로 역시 안전 조치를 보강하도록 해나가겠습니다.

여의샛강생태공원은 시민들과 끝없이 소통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공원이고자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애정어린 시선으로 공원의 변화를 지켜보고 문제점을 지적해준 강등학 기자님의 기사가 고맙습니다.

4월이 되어 여의샛강생태공원의 버드나무 숲이 초록 향연을 펼치고 있습니다. 올해는 3년 만에 여의도 윤중로 벚꽃길도 다시 열릴 예정입니다. 시민들이 함께 가꾸며 동식물이 행복하게 어울려 살아가는 여의샛강생태공원, 이 곳에서 코로나로 지친 몸과 마음 쉬어가시면 어떨까요?
 
비나 눈이 오면 질척거리고 진흙탕 길이 되어 위험한 구간에 야자매트를 설치했습니다.
▲ 야자매트 설치 구간  비나 눈이 오면 질척거리고 진흙탕 길이 되어 위험한 구간에 야자매트를 설치했습니다.
ⓒ 조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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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는 여의샛강생태공원을 서울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의 공동대표입니다.


태그:#여의샛강생태공원 , #BARRIER FREE 샛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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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산책하는 삶을 삽니다. 2011년부터 북클럽 문학의 숲을 운영하고 있으며, 강과 사람, 자연과 문화를 연결하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의 공동대표이자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한강'에서 환대의 공동체를 만들어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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