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은 아니지만 최악도 면한 결과였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 나서는 벤투호의 조별리그 일전이 확정됐다.

축구대표팀이 2일 새벽(한국시각)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조추첨에서 포르투갈, 우루과이, 가나와 함께 H조에 편성됐다.

이로써 한국은 11월 24일 우루과이와의 1차전을 시작으로 28일 가나, 12월 2일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일정을 통해 16강 진출여부를 결정짓게 된다.

최상은 아니지만, 최악도 면한 조편성

이번 조추첨을 앞두고 발표된 포트배정에서 FIFA 랭킹 29위를 기록한 한국은 3포트에 배정받았다. 이로 인해 2포트와 4포트에 어떤 상대를 만나느냐가 조별리그 통과의 키포인트가 됐다.

가장 최상의 시나리오는 2포트에서 미국, 4포트에서 카메룬, 가나혹은 북중미/오세아니아 승자와 만나는 것이었다. 이에 반해 최악은 2포트에서 가장 강한 팀으로 평가받는 독일과 한 조가 되는것이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포르투갈, 우루과이, 가나와 한 조가 되면서 최악은 면했다. 1포트의 포르투갈이나 우루과이 모두 껄끄러운 상대인 것은 분명하지만 저마다의 확실한 리스크를 갖고있기에 이를 잘 공략한다면 조별리그 통과 가능성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유럽팀을 1팀만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2010년을 제외하곤 모두 유럽 2팀과 맞대결을 펼친 한국은 이 점이 상당한 부담을 줬다. 물론 폴란드, 포르투갈, 독일을 꺾는 모습을 보여줬다곤 하나 1팀을 만나는 것과 2팀을 만나는 것은 확연한 차이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실제로 2010 남아공 월드컵 당시 한국은 같은 조의 유일한 유럽팀인 그리스와 한 조가 되는 행운속에 16강 진출을 거머쥘 수 있었다.

여기에 4포트에서 껄끄러운 상대를 피했다는 점도 크게 다가왔다. 3포트에 배정된 한국이었지만 선수 층이 좋은 캐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연기된 유럽 플레이오프 1팀등이 4포트에 배정되면서 때에 따라선 최악의 조편성도 나올 수 있었지만 이 두 팀을 모두 피한 한국은 FIFA 랭킹이 가장 낮은(60위) 가나와 한 조가 되면서 이에 대한 부담도 덜 수 있게 됐다.

20년만에 다시만나는 포르투갈

2002년 6월 14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포르투갈의 한일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한국은 후반 25분 박지성의 결승골에 힘입어 포르투갈을 1대 0으로 물리치고 사상 첫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그리고 20년의 시간이 흘러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은 다시한번 포르투갈과 월드컵 무대에서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공교롭게도 그때와 같은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만난다.

객관적인 전력에선 포르투갈이 우세한 것이 사실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중심으로 베르나르두 실바, 브루누 페르난데스, 디오구 조타, 주앙 펠릭스, 안드레 실바등이 포진한 공격진은 결정력과 창의성 등을 모두 겸비하고 있어 한국에겐 여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대다. 여기에 후벵 디아스, 페페가 버티는 수비진과 루벤 네베스, 주앙 무팅요가 포진하는 중원 등 선수 개개인의 기량이 출중한 선수들이 다수 포진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약점은 페르난두 산투스 감독의 경기운영 능력이다. 쟁쟁한 공격수들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지나치게 소극적인 경기운영을 펼치는 산투스 감독은 이를 통해 포르투갈의 유로 2016, 2018/2019 UEFA 네이션스리그 우승을 이끌어냈으나 2018 러시아 월드컵 16강 탈락, 유로 2020에서의 부진한 경기력속에 16강에서 탈락하는 등 명암이 뚜렷했다. 실제로 지난 월드컵 유럽예선 최종전 세르비아전에서도 이것이 발목을 잡으며 플레이오프로 밀리는 원인이 되고 말었다.

포르투갈전이 관심을 끄는 데에는 벤투 감독의 존재도 크게 다가온다. 2002 한일월드컵 당시엔 선수로, 2014 브라질 월드컵때는 감독으로 월드컵에 출전했던 벤투 감독은 두 대회모두 조별리그 탈락의 쓴잔을 마신 바 있다. 이후 8년만에 한국 대표팀을 이끌고 월드컵 본선무대를 밟게 된 벤투 감독이 자신의 조국인 포르투갈을 상대로 어떠한 모습을 보일지 지켜보는 것도 또다른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12년만에 월드컵서 만난 우루과이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전 이후 12년만에 월드컵에서 다시 만났다. 당시 인상적인 경기력을 펼쳤음에도 루이스 수아레스의 멀티골로 인해 아쉬운 패배를 맛봤던 한국은 우루과이를 상대로 그때의 아픔을 설욕하고자 한다.

4년전 서울에서 열린 친선 경기에서 황의조, 정우영의 골로 2대 1 승리를 거뒀던 한국은 이를 통해 우루과이와의 지독한 악연을 끊고 첫 승을 올린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를 볼수있다.

한국은 벤투 감독 부임이후 시간이 흐를수록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며 체계적인 빌드업과 높은 볼 점유율 등 벤투호의 색깔이 확실하게 입혀진 반면 우루과이는 과거와 달리 지역예선에서 상당히 고전하면서 15년간 팀을 이끈 오스카 타바레스 감독이 경질되며 어려운 여건속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물론 위협적인 선수들은 존재한다. 30대 중반의 나이지만 여전히 골게터로 활약하고 있는 수아레스는 본선 무대에서도 대표팀의 경계대상 1호가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에딘손 카바니, 디에고 고딘이 공격과 수비에서 중심을 잡아줄것으로 보이며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의 보석 페데리코 발베르데와 데아라스카에테, 다르윈 누네스등 젊은 선수들의 존재역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한국의 입장에선 우루과이와의 1차전이 조별리그 통과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여기서 승점을 획득한다면 향후 일정이 순탄하게 진행될 수 있지만 패할 경우 전체적인 계획이 꼬일 가능성이 농후하기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

하향세 가나, 방심은 금물

4포트에서 가나를 만났다는 점에서 한국은 이번 조편성에서 큰 행운이라 할 수 있다. 가장 껄끄러운 상대로 평가받은 캐나다를 비롯해 유럽 플레이오프 통과가 유력한 웨일즈를 피하면서 유럽 팀을 1팀만 만나게 되는 효과를 누리게 됐다.

가나의 전력은 과거에 비하면 현격히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2014년까지 가나를 이끌었던 마이클 에시앙을 중심으로 설리 문타리, 아사모아 기안 등이 모두 떠난 가나는 이후 부침을 거듭하다 이번 월드컵예선 플레이오프에서 나이지리아에 원정 다득점에서 앞서며 극적으로 월드컵 본선에 올라오는 쾌거를 이룩했다.

가나에서 눈에 띄는 선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에서 활약하는 토마스 파티다.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수비력과 공격으로의 전진 능력을 두루 갖춘 그는 이번 나이지리아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리며 가나의 월드컵 진출에 앞장섰다. 이밖에 조던 아이유와 수비수 다니엘 아마티도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 외에는 신진급 선수들이 눈에 띈다. 최전방 공격수로는 이탈리아 AS로마에서 활약하고 있는 19살의 펠릭스 아페나-기안과 2002년생 신예 카말딘 술레마나의 존재도 빼놓을수 없다.

전체적인 선수 층을 살펴보면 포르투갈, 우루과이에 비해 떨어져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월드컵 무대라는 특수성에 2014 브라질 월드컵 알제리전 악몽을 생각한다면 가나역시 쉽게 볼 상대는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려했던 것과 달리 최악을 면한 한국은 1차전 우루과이전에 이어 2차전 가나와의 경기에서 최대한 많은 승점을 획득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오랜만에 월드컵 무대에서 만나는 리벤지 대결에 벤투 감독이 자신의 조국을 상대한다는 점 등 볼거리가 많은 H조에서 대표팀이 어떠한 모습을 보일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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