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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10일, 이스라엘 총리 나프탈리 베네트는 이민 흡수부 각료회의를 시작하면서 "오늘 우리는 위험에 처한 우크라이나의 유대인들과 그 주변 지역 유대인들을 구출하기 위한 귀향작전(Operation Returning Home)을 개시한다"라고 밝혔다. 3월 10일 현재 이민 흡수부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이스라엘 이민을 희망하는 러시아인 1만 4천 건, 우크라이나인 7천 건의 신청서가 접수되었다. 유대기구(The Jewish Agency)는 올해 우크라이나에서 유대인들 수만 명이 이스라엘로 이민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이스라엘의 외국인 유대인 이주 정책은 1950년에 제정된 귀환법에 토대를 두고 있다. 귀환법은 '약 2천 년 전 로마에 의해서 팔레스타인으로부터 유대인들이 추방되었다. 현대 유대인들은 로마에 의해서 추방된 고대 유대인들의 후손들이며, 독점적인 상속인들이다'라는 신화를 토대로, 전 세계 유대인들에게 조상의 땅, 팔레스타인으로 귀환할 권리를 부여한다.

귀환법에 따라, 이스라엘 정부는 전 세계로부터 팔레스타인으로 유대 이민자들을 데려오고, 귀환 유대인은 이스라엘에 도착한 날부터 이스라엘 시민이 된다. 귀환법은 유대인을 '유대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나거나, 유대교로 개종하고 다른 종교의 구성원이 아닌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귀환법은 1970년에 수정되면서 유대인의 자식들과 증손들, 유대인 자식의 배우자와 유대인 증손의 배우자에게까지 귀환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확장되었다.

그러나 역사 연구 성과들은 '고대 유대인들과 그 후손들 다수는 기독교, 이슬람교 등 타종교로 개종을 했으며, 현대 유대인들 대다수는 유대교로 개종함으로써 형성되었다'라는 것을 밝혀준다. 게다가 현재까지 진행된 언어학, 인구학, 민속학 등의 연구 성과들은 수천 년이라는 시간과 공간을 관통하여 유대 종족의 혈통적 연속성이 유지되었다는 주장을 부정하며, 현대 유대인의 혈통이 투르크인, 쿠르드인, 아랍인 등으로 매우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 따라서 서로 다른 지역에서, 서로 다른 시기에 유대교로 개종한 다양한 종족들과 관련된 현대 유대인들의 고향이 팔레스타인 땅이라는 주장은 신화다.

인류학자인 로셀레 테키너는 "이스라엘의 귀환법은 사실상 이스라엘 국적법이다"라고 지적하였다. 귀환법은 이스라엘에 이민 오는 외국인 유대인들에게 자동으로 주어지는 이스라엘 국적 취득권을 원주민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부여하지 않는다. 이스라엘 국가 수립과 함께 추방되어 난민이 된 다수의 팔레스타인인 원주민들은 이스라엘 국가로의 입국이 금지당하고, 무국적자로 살아가고 있다. 귀환법은 원주민 팔레스타인인을 배제하고, 외국인 유대인을 수용함으로써 이스라엘을 인종차별적인 국민 국가로 만들었다.

공교롭게도 이스라엘 총리 베네트가 우크라이나와 주변 지역 유대인 귀향작전 개시를 발표한 2022년 3월 10일, 이스라엘 의회는 2003년 처음 제정되어 1년마다 갱신되는 임시법 '이스라엘 시민권과 입국법'을 45대 15로 통과시켰다. 이 임시법은 이스라엘 시민과 결혼한 이스라엘 점령지, 서안이나 가자지구 출신 팔레스타인 배우자들의 이스라엘 영주권이나 시민권 취득을 금지하였다.

3월 10일, 임시법 '이스라엘 시민권과 입국법'이 이스라엘 의회를 통과한 이후, 이스라엘 내무장관 아옐레트 샤케드는 "이 법은 포기해서는 안 될 우리 국가의 안보를 위한 시온주의 법이다. 이스라엘은 유대인의 민주주의 국가이며 모든 시민을 위한 국가이다"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이스라엘 의회는 "이 법의 목적은 이스라엘 점령지 서안과 가자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과 적대 국가들, 이란, 이라크, 레바논, 시리아 시민들의 이스라엘 시민권이나 영주권 취득을 차단함으로써, 이스라엘이 유대인의 민주주의 국가라는 사실과 이스라엘 안보를 위해 필수적인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공동명부 소속 아랍계 아이만 오데 의원은 "이 법은 이스라엘 안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인종차별법이다"라고 비난하였다.

사실 1952년 제정된 '이스라엘 시민권법' 7조는 "이스라엘 국적자의 배우자는 귀화를 통하여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라고 명시함으로써 이스라엘 시민권자와 결혼한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 국적을 취득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그러나 2003년 제정된 임시법 '이스라엘 시민권과 입국법'은 1952년 제정된 '이스라엘 시민권법'을 무력화시키면서 서안과 가자 출신의 팔레스타인 배우자들이 이스라엘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는 길을 닫아버렸다.

2003년 임시법은 "내무부 장관은 1952년 제정된 '이스라엘 시민권법'에 근거해서 서안과 가자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 이 법은 시행 시작일로부터 1년간 유효한 임시법이며, 정부는 1년 이내에 의회의 승인을 받아 그 효력을 연장할 수 있다"라고 분명하게 규정하였다.

이번 달에 이스라엘은 임시법 '이스라엘 시민권과 입국법'을 갱신함으로써 이스라엘 시민권을 소유한 팔레스타인인들과 결혼한 서안과 가자 출신의 원주민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는 길을 차단하였다. 반면 현재 이스라엘 정부는 수만 명에 이르는 외국인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유대인들을 이스라엘로 이주시키기 위한 귀향작전을 추진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홍미정님은 단국대 아시아중동학부 교수로 재직 중 입니다. 이 기사는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에도 실립니다.


태그:#이스라엘, #인종차별, #유대인, #팔레스타인, #이주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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