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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그룹 '워킹맘의 부캐'는 일과 육아에서 한 발 떨어져 나를 돌보는 엄마들의 부캐(부캐릭터) 이야기를 다룹니다.[편집자말]
지난 3월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장애인들의 출근길 시위가 있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줄지어 열차에 오르느라 시간은 지연되었고 바쁜 아침 시간, 출근 등에 불편함을 겪은 시민들의 불만이 고조되면서 국민 청원 게시판에 글이 올라오는 등 항의도 거셌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이번 시위를 두고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가 "시민들을 볼모로 잡지 말라"고 해 논란이 되고 정치권도 양쪽으로 갈린 채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이 시위가 무엇 때문에 시작되었는가에 대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장애인 등 소수자에 대한 혐오 문제가 연일 SNS와 언론을 통해 확산되며 여론이 들끓는 모양새다.

아이를 키우면서 주변을 의식하지 않기란 어려웠다. 예상치 못한 호의만큼이나 어린이와 엄마에 대한 혐오 현상에서 마냥 자유로울 수 없었다. 어쩌다 유아차를 끌고 공공장소의 엘리베이터를 탈 때면 불편함을 겪을 사람들을 의식했고, 사람이 모이는 곳에 아이를 데려가야 할 일이 생기면 같은 값을 내고도 구석이나 바깥 자리에 앉아 주변에 피해가 갈까 신경 쓰면서 급히 먹고 마신 후 자리를 뜨고는 했다.

아이를 키우는 동안 늘 의식해왔고 현재진행형인 경험을 떠올리면 장애인들이 시민들의 출근길을 막아서는 일이 결코 쉽진 않았을 거라고 짐작이 된다. 그럼에도 그들이 시위를 감행해야 했던 이유가 궁금했다. 알고 보니, 지난 20년간 이동권 확보를 위해 투쟁하며 어렵게 통과시킨 법안이 예산 문제로 시행이 안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그들을 시위현장으로 나서게 만든 것이었다.

내 권리가 소중한 만큼 타인의 그것도 존중하는 것이 성숙한 사회라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하지만 소수자의 목소리가 사회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정책에 반영되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아이를 키우며 알게 되었다. 어린이에 대한 굵직한 정책들은 아이들의 사고나 목숨이 희생된 것이 계기가 되어 마련되고는 한다. 장애인 정책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아이들은 원래 시끄럽고 계속 움직이는 존재다. 물론 공공장소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부모는 가르쳐 주어야 한다. 하지만 그 기회 대신 노키즈존으로 아이들을 차단하는 우리 사회는 다름에 대한 관용보다 차별과 혐오를 먼저 가르치는 듯하다. 이번 전장연 시위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으로 이 문제에 접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소수의 불편을 다수의 불편보다 폄훼하면서.

아이를 키우기 전에는 아이들의 그 무질서하고 시끄러운 면을 싫었고 부모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이 자라나는 아이들의 고유성임을 알고 나자 나도 조금은 달라졌다.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불편함을 줄 수밖에 없는 이들에 대해 조금은 인내심을 가지거나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게 되었다.

장애인들이 출근길을 막아서는 시위를 하기 전까지 우리는 과연 그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이해하려 노력했을까. 이번 장애인 시위 논란을 보며 나는 자연스레 두 권의 그림책이 떠올랐다.

전장연 시위를 보며 생각난 그림책
 
정진호 글, 그림 <위를 봐요>의 한 장면
 정진호 글, 그림 <위를 봐요>의 한 장면
ⓒ 박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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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호 작가의 <위를 봐요>라는 작품이 있다. 2015년 권위 있는 그림책 상인 볼로냐 라가치상을 수상한 그림책이다. 수지라는 한 여자 아이가 사고를 당한다. 높은 집에서 내려다보는 거리의 사람들은 까만 머리통만 보여줄 뿐,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수지는 도통 알 수가 없다.

수지는 속으로 외친다. "내가 여기 있어요. 제발 위를 봐요." 간절한 수지의 목소리가 들린 것일까? 거짓말처럼 한 아이가 위를 쳐다보고 말을 건넨다. "너 뭐하니?" 다리가 아파서 내려갈 수 없다는 수지의 말에 그 아이는 길 위에 눕는다.

수지가 자신을 정면으로 볼 수 있도록 길바닥에 누운 소년을 보고 길을 가던 사람들이 이유를 물어본 뒤 하나둘 아이 곁에 따라 눕는다. 거리에 벚꽃이 활짝 피어난 어느 날 수지는 나무 아래에서 아이와 함께 환하게 웃는다.

그림책의 거장인 존 버닝햄의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도 남들과 다른 존재에 대한 이야기다. 깃털 없는 보르카는 형제들과 주변으로부터 놀림을 받는다. 부모를 따라 병원에 가보기도 하고, 털실 깃털을 선물 받지만, 신체적 제약 때문에 다른 기러기들이 일상적으로 누리는 경험을 할 수 없다. 모두가 남쪽으로 날아갈 때도 날 수 없는 보르카는 혼자 남겨진다.
 
존 버닝햄 글, 그림 <깃털없는 기러기 보르카>의 한 장면
 존 버닝햄 글, 그림 <깃털없는 기러기 보르카>의 한 장면
ⓒ 박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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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도 버리고 간 보르카가 세상에서 다른 존재들과 어울리며 행복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운 것은 파울러라는 개 한 마리와 맥칼리스터 선장이다. 그들은 보르카를 동정하는 대신 감당 가능한 작은 책임을 부여해 한몫을 할 수 있게 해 주었고 정착할 수 있는 장소도 소개해 주었다. 그리고 사회에 대한 소속감과 연대감을 알게 해 주었다.

이 두 그림책은 우리가 흔히 장애인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답습하지 않는다. 차별하거나 배척하지도 않지만 쉽게 동정하거나 연민하지도 않는다. 다름을 인정하고 그들의 시선에서 무엇이 필요할지 생각하고 할 수 있는 것을 할 뿐이다. 수지도 보르카도 소년과 파울러, 매칼리스터 선장으로부터 관심과 도움을 받았지만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힘으로 다시 세상으로 나간다.

지금 전장연에서 요구하는 것은 바로 수지와 보르카가 받았던 다른 시선과 입장에 대한 이해, 자신들이 자립하기 위한 사회구성원으로서 최소한의 보장이 아닌가 싶다. 시위 방식을 문제 삼고 정치권의 정파싸움까지 끼어드느라 뒷전으로 밀려난 진짜 고민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다름에 대한 존중, 우리도 가능하다

올해의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수상자가 청각장애인인 트로이 코처인 걸 알고 수어로 수상자를 발표하고, 수상소감을 발표할 수 있도록 트로피를 들어준 것 때문에 윤여정 배우가 화제가 되었다.

알려진 것과 달리 윤 배우가 했던 수어는 코처의 이름이 아니었고 조금 틀리기도 했다고 한다. 수상자보다 윤여정 배우의 언행이 화제가 된 것, 수어가 선행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윤 배우의 행동은 수상자에 대한 깊은 존중이었다고 생각한다. 유명 배우가 보여준 다름에 대한 존중, 우리도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을까?

유럽 여행을 갔을 때였다. 파리에서 한 달 가량을 보냈는데 파업으로 계획이 틀어지기 일쑤였다. 지하철과 버스, 박물관과 미술관이 돌아가면서 파업을 했고, 거리 시위도 종종 있었다. 관광객인 나는 애가 탄 반면 현지인들은 익숙한 일인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나의 권리가 소중한 만큼 남의 권리도 존중해주며 일시적인 불편이 야기되더라도 소수의 이기심으로 몰아치지 않은 사회적 분위기 탓이리라. 우리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나와 다른 처지에 대한 상상력을 발휘해 할 수 있는 작은 공감과 지지를 보내는 노력을 얼마든지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수어를 한 유명인이 화제가 되지 않고 장애인 시위 때문에 지각을 한 것이 불편과 불만 대신 당연한 일이 될 수 있는, 그림책과 닮은 사회를 꿈꿔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저의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게재될 예정입니다.
https://m.blog.naver.com/uj0102
https://brunch.co.kr/@mynameisred


group워킹맘의 부캐 http://omn.kr/group/mom_devel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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