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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광주에 대기업 복합쇼핑몰을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이에 몇몇 진보 인사들은 왜 재래시장 한복판에서 대기업 자본의 세일즈를 하느냐는 비판 성명을 냈다.

물론 윤석열 후보의 공약이 이해당사자들과의 합의에 근거하고 있는지에 관해서는 비판받을 만한 대목이 있다. 그러나 본질은 광주 사람들이 느끼는 '불만'이다. 광주는 광역시 중 유일하게 창고형 할인 매장과 대형 복합쇼핑몰이 없는 지역이다. 왜 수도권에는 많고 영남 지역에도 있는 것이 호남에는 없는가? 복합쇼핑몰 유치 이슈는 오늘날 호남이 느끼는 박탈감과 억눌린 욕망을 드러낸 한 장면이었다.

결과이자 원인인 '전라디언의 굴레'
 
조귀동, <전라디언의 굴레>
 조귀동, <전라디언의 굴레>
ⓒ 생각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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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디언의 굴레>는 호남의 문제가 어디에서 기인하고 있는지에 주목한다. 저자에 따르면,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호남인은 지역과 계급이라는 준거에서 '이중 차별의 대상'이 되어왔다.

50년대부터 시작된 산업화의 과정에서 호남 자본가들은 중앙과 네트워크를 형성하지 못하고 지역 산업을 형성하는 데 실패한다.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게 된 호남인들은 하층 노동자 또는 도시 빈민의 역할을 맡게 되면서, 토착민 또는 그 지역 농촌에서 도시로 온 이들에게 경쟁과 배제의 대상으로 낙인찍히게 된다. 여기에 1980년 발발한 5.18 민주화운동의 기억은 '이등 시민'으로서 호남인의 정체성을 만드는 데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전라디언의 굴레'는 결과이자 원인으로서 오늘도 지속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악순환 구조를 통계적 사실관계에 근거하여 풀어간다. 산업화 열차의 꼬리칸에 올라탄 호남은 산업 기반이 열악하다 보니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다. 중산층이 얇고 경제적 사회적 양극화 문제도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내수경제는 더욱 침체될 수밖에 없고, 지역을 떠나 수도권으로 이주하는 청년층 인구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고 하여 모두가 손을 놓고 있어 온 건 아니다. 새만금 개발사업, 아시아 문화전당, 광주형 일자리 등 지역을 살리기 위한 대안들이 실천된 바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시도들이 실패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나마 성공적으로 평가받는 광주형 일자리는 실제 시장에서의 성과를 만들어 내기는 했다. 그러나 저자와 세간의 평가에 근거하면 광주형 일자리는 독자적인 지역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지 못했고, 중앙정부와 대기업의 시혜성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지속가능성을 낙관하기 어렵다. 

'호남만의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 

광주형 일자리의 한계는 지역 스스로가 자생적 발전 방안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상황을 보여준다. 저자는 몇 가지 사례들을 근거로 이러한 자생적 발전의 한계가 '거버넌스 문제'에서 기인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고인 물'에 가까운 지역 사회의 거버넌스는 각종 개발사업에 있어서는 다수 시민의 이익보다는 토호세력을 비롯한 기득권의 이익을 챙기기 바빴다. 여기에 민주당이 독주하는 호남 정치의 현실은 지역 사회의 다양성을 반영하고 역동적인 논의를 만들어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라디언의 굴레>는 '호남만의 성장 전략'을 찾아야 한다고 얘기한다. 책의 비유에 따르면 현재 지방은 수도권의 손발 역할을 맡고 있는데, 지방 스스로 머리가 되는 길을 찾아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다음 두 가지 측면에 주목한다. 첫째, 과거와 달리 중앙정부와의 연결과 특혜에 근거하여 SOC 투자 등으로 지역 발전을 꾀할 수 있었던 지방지배체제는 끝났다. 둘째, 2차 제조업의 하청 생산 단계만 담당해서는 변화하는 산업 구조에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없다.

그렇다면 호남은 어떻게 해야 할까? 지역 내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공급할 수 있어야 하고, 글로벌 시장의 수요에 부합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의 필수적인 생산단계를 점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과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고, 지역 고유의 지리적 조건을 고려한 산업정책과 매력적인 도시계획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호남의 산업 생태계 조성 방안에 대해 첨언하자면, 부산 울산 경남(아래 부울경)이 하지 않는 산업 부문이 무엇인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울경은 기존 제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부울경 메가시티'라는 수도권의 대안을 스스로 띄워 올려냈다. 이런 상황에서 수도권 블랙홀에 지방이 함께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방 권역과 권역 사이에 유치 경쟁을 최소화하고 전략적인 협력과 공유의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 '신新 동서화합'이 필요하다.

나는 호남이 갖고 있는 너른 평야와 바다, 배후지에 주목하고 싶다. 이러한 지리적 조건들을 고려하면 앞으로 호남은 에너지 산업이나 자율주행-우주항공 산업을 시험해볼 수 있는 혁신적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다. 여기에 부울경 메가시티 모델과 유사하게 '거점도시'와 '앵커기업'을 중심으로 산학협력과 매력적인 주거공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 

이런 논의가 가능하려면 일단은 지역의 거버넌스부터 교체해야 한다. 혁신적인 지역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은 지자체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대기업 사장님부터 비정규직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당사자 간의 합의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기존 닫힌 거버넌스를 극복하고 호남사람들의 무지개 빛깔 목소리가 공유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저자는 그 시작으로 정치적 다원성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할 수 있는 '지방의회 비례대표제 개혁'을 강조한다. 그렇게 지방 정치의 구조에서 조금이라도 균열과 대안의 틀을 만들어야, 기존 공론장 바깥에 있는 사람들의 요구가 조직화될 수 있다. 그간 폐쇄적인 거버넌스 하에 있던 당사자들도 긴장하고 스스로 혁신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호남의 미래를 호남 스스로가 만들고 결정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기사는 기자의 브런치에도 게시됩니다.


전라디언의 굴레 - 지역과 계급이라는 이중차별,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호남의 이야기

조귀동 (지은이), 생각의힘(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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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과 정치외교학을 공부하는 학생. 영화와 예술에 대해 떠들기 좋아하는 시네필. 두 정체성 사이 어느 지점에서 글을 써보려 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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