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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만 찾던 강화성공회성당은 현재는 강화 여행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명소로 자리잡았다.
▲ 강화성공회성당 아는 사람만 찾던 강화성공회성당은 현재는 강화 여행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명소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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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의 침입 이후 고려왕궁이 자리 잡은 터를 중심으로 현재까지 강화도에서 가장 번화한 강화읍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펼쳐보도록 하자. 강화도 인구 7만 중 2만이 살고, 강화군청, 우체국, 은행 등 주요 시설 대부분이 이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강화읍은 고려의 도읍으로 이곳을 정하자마자 도성을 보호하기 위한 성벽을 쌓게 되면서 이곳을 중심으로 중성, 내성, 외성의 3중 방어체계가 구축되었다. 그러나 몽골과의 화평 조약으로 모든 성벽은 허물어졌고 조선 후기 숙종시기에 들어와 과거의 중성은 강화산성으로 외성은 돈대, 보, 진의 토대로 다시 지어지며 지금에 이르고 있다.

강화산성의 서문을 거쳐 강화읍 안으로 들어오니 도심에 차분한 분위기가 감돈다. 또, 발길이 닿는 곳마다 역사적 자취를 마주하게 되는데 이곳을 가히 고도(古都)라 부를만 하다. 
 
근래에 조성된 용흥궁광장 언덕 윗편에는 한옥 모양을 한 강화성공회성당이 자리해 있다.
▲ 용흥궁광장에서 바라보는 강화성공회성당 근래에 조성된 용흥궁광장 언덕 윗편에는 한옥 모양을 한 강화성공회성당이 자리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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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의 흔적부터 조선시대의 유구와 유적들,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서려 있는 아픔의 현장도 살필 수 있고, 중앙, 풍물시장 등 재래시장의 활기는 덤이다. 이처럼 세월의 지층이 겹겹이 쌓여있어 단지 두 발만으로 모든 곳을 둘러볼 수 있는 여행의 답사지로서 손에 꼽는 장소라 할 수 있다. 

강화읍 안에 위치한 여러 스폿 가운데 어디를 먼저 갈 것인지 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읍내에는 강화 스토리 워크가 있어서 그 길을 따라 쭉 걷기만 해도 강화읍내의 주요 명소를 훑어볼 수 있다. 용흥궁 주차장에 내리자마자 언덕 위의 한옥성당이 늠름한 자태로 서 있었고, 골목마다 강화의 역사를 짐작하게 해주는 벽화들과 한옥 지붕들이 여기가 바로 역사의 고장 강화임을 말해주고 있는 듯했다.     

우뚝 선 굴뚝에 담긴 역사 
 
구한말 부터 60년대에 이르기까지 강화는 대구와 함께 직물산업의 중심지로 유명했다. 굴뚝만 남아있는 삼도직물터는 번성했던 강화를 대변해 주는 듯하다.
▲ 삼도직물의 굴뚝 구한말 부터 60년대에 이르기까지 강화는 대구와 함께 직물산업의 중심지로 유명했다. 굴뚝만 남아있는 삼도직물터는 번성했던 강화를 대변해 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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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용흥궁 공원 앞에 웬 굴뚝 하나가 외롭게 서 있기도 했고, 그 자태가 평범한 굴뚝의 생김새가 아니라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해 먼저 찾아가 보기로 한다. 굴뚝 한편엔 비각도 함께 있었고, 재봉 뜰 모형이 같이 보존되어 있어, 어렴풋이 옷을 만드는 공장터인가 짐작했다.

설명문을 차근차근 읽어보고, 주위를 둘러보니, 여기가 바로 강화의 직물산업을 주도한 삼도 직물의 터임을 알게 되었다. 삼도 직물은 1947년 창업한 국내 굴지의 직물회사였다. 1970년대에는 역직기 210대가 있고 1200명의 직원이 종사할 정도였으니, 지금으로 따지면 대기업이나 다름없는 곳이나 마찬가지였다.      

당시 강화의 직물산업은 대구와 함께 한국경제를 이끌어가는 큰 존재였고, 강화읍 여기저기에 직물공장이 들어섰다. 하지만 본격적인 경제개발 이후 한국은 노동집약적 경공업 대신 거대한 규모의 중화학공업 위주로 돌아가게 된다.

이후 중국 등 후발주자로 인한 인건비의 타산성이 맞지 않으면서 강화에 있는 모든 직물공장 등은 여기 삼도 직물처럼 굴뚝만 남았거나, 아니면 카페와 박물관 등으로 바뀌어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굴뚝도 당시엔 30m가 넘을 정도로 아주 큰 규모를 자랑했지만 지금은 윗부분만 남아 관심을 가지고 살피지 않으면 이 장소가 유서 깊은 장소일 것이라 짐작하기 힘들다. 

바로 뒤편에 있는 한 비각도 역사적인 가치가 있다. 김상용을 기리기 위해 만든 순절비로서 병자호란 당시 강화성이 함락되자 순절한 충신으로 유명하지만, 우리에게는 구운몽을 지은 그 유명한 서포 김만중의 아버지로 더 알려져 있다.

당시 김상용의 아내도 같이 순절하려 했지만 뱃속에 김만중을 임신하고 있었기에 차마 죽지 못하고, 무사히 순산했다고 알려진다. 하마터면 구운몽과 사씨남정기 등의 걸작들이 세상의 빛을 못 볼 뻔했다.   

전통 양식으로 지어진 성공회 성당 
 
강화성공회성당은 흡사 불교사원에 온 것 같은 느낌을 가져다 준다. 경내에는 동종이 걸려 있으며 사천왕문 같은 내사문과 보리수나무도 심어져 있다.
▲ 강화성공회성당 입구 강화성공회성당은 흡사 불교사원에 온 것 같은 느낌을 가져다 준다. 경내에는 동종이 걸려 있으며 사천왕문 같은 내사문과 보리수나무도 심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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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석을 지나 새롭게 조성된 넓은 광장 뒤편 언덕 너머로 고풍스러운 한옥 한 채가 제법 늠름한 자태로 서 있다. 자세히 살펴보니 일반 기와집도 불교 사찰도 아닌 그 유명한 강화 성공회 성당이라 하는 곳이다.

보통 우리가 상식으로 생각하는 성당의 이미지랑 완전 다른 느낌이라 마치 산사(山寺)를 방문하는 느낌이 들었다. 천천히 숨을 고르면서 언덕을 오르다 보면 어느 순간 사찰의 입구에 온 것처럼 한옥 모양의 외사문을 통해 성당의 경내로 진입하게 된다. 외사문에는 태극 문양의 바탕에 십자가 문양이 새겨져 있어, 여기가 기독교 성당임을 알게 해 준다.

하지만 이 성당은 가톨릭 성당이 아니라 영국에서 유래한 성공회 소속의 성당이다. 16세기 유럽에 들불처럼 번진 종교개혁 당시, 영국에서 가톨릭에 저항해 생긴 영국 국교회가 해외에 선교하면서 성공회로 불리기 시작했다.

가톨릭이나 다른 개신교처럼 크게 알려지진 않았지만, 서울 시청에 있는 성공회 성당은 아름다운 성당으로 입소문이 나 지금은 서울 정동을 대표하는 명소로 자리 잡았고, 특히 강화도에는 성공회 성당이 꽤 자리 잡은 걸로 알고 있다.   
 
강화성공회 성당은 외부는 한옥 내부는 서양식 바실리카 양식을 가지고 있다. 의자, 세례대, 창문등 곳곳에서 세월의 흔적이 엿보인다.
▲ 고풍스러운 성공회성당 내부 강화성공회 성당은 외부는 한옥 내부는 서양식 바실리카 양식을 가지고 있다. 의자, 세례대, 창문등 곳곳에서 세월의 흔적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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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7년에 현 위치로 자리 잡은 뒤로 1900년에 완공된 강화 성공회 성당은 외부는 전통 한옥 양식이지만 내부 모습은 고대 로마의 바실리카 양식으로 구성되어 이질적인 느낌이 강하게 든다. 내부로 들어가면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난 의자들은 물론 천장의 샹들리에가 돋보인다. 이 성당을 역사를 알 수 있는 증거 중 하나다. 독특한 느낌을 주는 성당 내부에서 잠시 명상의 시간을 가져 본다.     

언덕 위에 자리 잡은 성당이라 그런지 바라보는 강화읍의 풍경이 정말 훌륭했다. 높은 건물이 별로 없고, 새롭게 정비한 언덕 아래의 광장 덕분인지 탁 트여 몸과 마음이 시원하다. 비록 성당이지만 건물뿐만 아니라 경내 여기저기에서 이질적인 요소가 군데군데 눈에 띈다. 주로 절에서나 볼 수 있는 범종이 걸려 있었고, 불교를 상징하는 보리수나무가 100년 전부터 자라고 있다.

성직자들이 생활하는 사제관도 한옥으로 지어지면서 십자가만 아니면 도저히 성당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독특하다. 성당을 둘러보며 이런 사례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 각지에서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종교 갈등, 전쟁의 화해의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 우리가 모르는 경기도 1권 (경기별곡 1편)이 전국 온라인, 오프라인 서점에 절찬리 판매 중 입니다. 경기도 각 도시의 여행, 문화, 역사 이야기를 알차게 담았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2권은 4월 중순 출판 예정입니다. 강연, 기고 문의 ugz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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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문학 전문 여행작가 운민입니다. 현재 각종 여행 유명팟케스트와 한국관광공사 등 언론매체에 글을 기고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경기도 : 경기별곡 1편> <멀고도 가까운 경기도> 저자. kbs 경인 <시사인사이드> 경인방송 <책과 사람들> 출연 강연, 기고 연락 ugzm@naver.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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