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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와 의기.
 의리와 의기.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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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의리' :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 사람과의 관계에서 지켜야 할 바른 도리.
 
중국의 '의기(義氣)' :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기개와 절개가 있는 마음.
 
 
중국 경극 주인공 관우
 
경극 속 관우(관공).
 경극 속 관우(관공).
ⓒ wiki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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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극을 영어로 오페라(opera)라고 번역한다. 중국을 대표하는 경극은 춤과 노래 등 거의 모든 예술 장르를 포함한다. 중국 경극은 당나라(618년~907년) 때 시작하여 현재에 이른다. 그래서 중국에서 유명한 전통 소설은 거의 경극으로 공연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공연은 '초패왕' 항우와 '삼국지' 관우 이야기다.
 
경극에서 항우와 관우 이야기를 공연한다는 것은 그만큼 중국인이 항우와 관우를 좋아한다는 뜻이다. 항우와 관우 중 누가 더 중국인에게 인기가 있을까? 아무래도 중국인은 관우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왜냐면 관우는 유비, 장비와 의리를 지킨 의리의 사나이일 뿐 아니라 돈을 벌게 해주는 재물 신으로도 알려져 중국 대부분 기업체나 가계 안에 동상으로 모시기 때문이다.
 
그런데 역사 기록에서 관우는 그렇게 훌륭한 장군도 아니었고 도덕적인 면모가 뛰어나지도 않았다.
 
중국 역사책에는 관우를 오만하고 신중하지 않고 정확한 상황 판단을 못 하는 사람이라고 기록했다. 이런 그의 성격적 결함이 오나라와 위나라 모두 적으로 만들었고, 결국 목숨까지 잃게 됐다고 한다. 그러니까 전투에서는 이겼지만, 전쟁에서는 패한 장군이란 것이다.
 
그런데도 중국인은 이런 관우를 좋아한다. 물론 '삼국지연의' 소설에서 관우가 멋있게 각색돼 중국인이 좋아한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이유만은 아니다.
 
중국인에게 다른 나라 사람에게 가장 자랑하고 싶은 중국인의 특성을 물어보면, 중국인은 의리가 있다고 대답한다. 그러면서 중국인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의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한다.
  
중국 사천성 청두(유비 촉나라) 무후사 도원결의 사당.
 중국 사천성 청두(유비 촉나라) 무후사 도원결의 사당.
ⓒ 김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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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우가 유비, 장비와 도원결의를 맺은 후 죽을 때까지 의리를 지켰기 때문에 관우를 좋아한다고 한다. 중국인은 관우를 중국 역사에서 가장 의리있게 살았던 사람이라는 의미로 '의리의 화신'이라고 부르면서 관우처럼 의리있게 살고 싶다고 한다.
 
그러면 의리의 화신 관우가 지킨 의리란 무엇일까? 의리(義理)라는 단어가 중국 한자에서 유래했기 때문에 한국인은 한국과 중국에서 '의리'가 같은 의미를 가진 단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한국과 중국에서 '의리'는 전혀 다른 의미다. 한국과 중국에서 '의리'가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자.
  
한국 의리(義理)와 중국 의기(義氣)
 
중국인이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일상용어 중에 "의리를 지키는 사람과는 함께하지만, 의리를 지키지 않는 사람과는 함께하지 않는다(講義氣,在一起,不講義氣,不在一起)"는 말이 있다. 중국인이 의리를 얼마나 중시하는지를 알 수 있는 글귀다.
 
위의 글귀 중국어 글자를 자세히 살펴보면, 한국어로는 '의리(義理)'라고 해석했지만, 중국어 원래 단어는 의기(義氣)다. 중국인은 '의리'라는 단어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한국 사전에서 '의리'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와 사람과의 관계에서 지켜야 할 바른 도리라고 한다. 중국에서 한국 '의리'와 같은 의미를 가진 단어는 의(義)다. 그런데 중국인은 일상생활에서 의(義)라는 단어 역시 별로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한국어로는 삼국지 관우를 '의리의 화신'이라고 표현했지만, 중국어로는 '의기(義氣)의 화신'이라고 표현해야 정확하다.
 
한국 사전에서 '의기(義氣)'는 '의리, 의협심이 많다'고 풀이한다. 하지만 중국 사전에서 '의기(義氣)'는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기개와 절개가 있는 마음'이라고 한다.
 
그래서 위의 중국 글귀를 한국어로 정확히 번역하면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과는 함께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과는 함께하지 않는다'라는 의미다.
  
중국 사천성 청두 (유비 촉나라) 무후사 도원결의 기념 석상.
 중국 사천성 청두 (유비 촉나라) 무후사 도원결의 기념 석상.
ⓒ 김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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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삼국지' 관우가 어떻게 살았기에, 중국인이 관우를 '의기의 화신'이라고 하며 본받으려고 하는지 알아보자. 관우는 중국 역사에서 가장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사람이다.
 
관우는 유비, 장비와 의형제(義兄弟)를 맺고 죽을 때까지 유비와 장비에 대한 의기를 지키기 위해 살았다. 그러니까 관우는 일생을 살아가면서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할 때 유비와 장비에 대한 의기만이 그에게 가장 중요했다. 반대로 말하면 유비와 장비 외의 다른 사람은 그가 의기를 가지고 대해야 할 대상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의기'는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는 의미만 있지,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행위가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義)인지 아닌지는 구분하지 않는다. 단어 의미대로만 따져보면 뒷골목 깡패가 두목과 동료를 위해 하는 비도덕적인 행동도 '의기'라고 할 수 있다.
 
조금 심하게 표현하면 관우는 단지 자신과 의형제를 맺은 패거리만을 위해 행동한 사람이다. 이런 관우를 중국인이 왜 좋아하고, 중국 사회는 이런 현상을 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일까?
  
중국 사천성 청두(유비 촉나라) 무후사 사당에 걸어놓은 한나라 유비, 관우, 장비 이름표 모습.
 중국 사천성 청두(유비 촉나라) 무후사 사당에 걸어놓은 한나라 유비, 관우, 장비 이름표 모습.
ⓒ 김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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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은 하루하루 일상생활 매 순간을 '꽌시'로 살아간다. 그런데 그 '꽌시'는 주위 사람을 '자기사람(自己人)'과 '기타사람(外人)'으로 구분한다. 즉 자신과 꽌시 관계인 사람은 '자기사람'으로 그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지만, 자신과 꽌시 관계가 아닌 사람은 '기타사람(外人)'으로 전혀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 이때 꽌시 관계인 '자기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행위가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 즉 도덕적인지 비도덕인지, 합법적인지 불법적인지, 정의로운지 정의롭지 않은지는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중국에서 꽌시란 개개인이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소규모 공동 생명체 생활집단을 만들어 함께 살아가는 방식이다. 관우가 유비, 장비와 의형제를 맺어 살아간 방식이 바로 중국인이 생각하는 꽌시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래서 중국인은 이렇게 살았던 관우를 좋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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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사람이야기>,<중국인의 탈무드 증광현문>이 있고, 논문으로 <중국 산동성 중부 도시 한국 관광객 유치 활성화 연구>가 있다. 중국인의 사고방식과 행위방식의 근저에 있는 그들의 인생관과 세계관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어, 중국인과 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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