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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광동 골짜기 버스 정류장에 앉아 있던 할머니.
 평광동 골짜기 버스 정류장에 앉아 있던 할머니.
ⓒ 정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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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구 평광동 골짜기 버스 정류장에 앉아 있던 할머니가 불쑥 혼잣말을 하신다.

"80 평생, 살다 살다 이렇게 흉악한 징역살이는 처음이여! 백신을 세 번이나 맞고도 코로나에 걸려 부렸어. 목구멍이 찢어지게 아프더라고. 엿새 동안 물 한 모금 넘기는 것도 고역이었다니께. 별 수 없이 죽는 구나 생각했지. 어찌어찌 열흘이 지나니께 쬐끔 정신이 돌아 오드만."

불로동 5일장에 혼자 버스 타고 갈 수 있겠다는 자신이 생겨 나온 참이란다.

"청도에 사는 큰 딸이, 엄마 어떻게 됐는가 본다고 지금 온다는 기별이 왔어. 불로장에서 만나 추어탕 한 그릇 사먹으면 힘이 좀 날 거라고 하드만. 겨울에는 사는 재미가 한 개도 없었는디, 봄이 오니께 참말 좋아. 산수유도 노랗게 이쁘고 안 이쁜 꽃이 없네."

얼른 맞장구를 친다.

"이제 곧 벚꽃도 필 거예요. 할머니, 김밥 싸들고 꽃구경 가셔야죠."

이제야 얼굴이 활짝 펴지신다.

"그래, 안 죽고 살아서 올해도 꽃구경하니께 참말로 좋구만."

봄이 왔다. 역병에다 어지러운 일들로 혹독했던 겨울 다음에 귀한 손님처럼 왔다.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오래된 약속처럼 돌아온 봄. 절망의 겨울일랑 툭툭 털고 일어나면 된다고. 살면 어떻게든 살아진다고.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잘 버텨낼 거라고. 봄볕이 말없이 말하고 있지 않은가.

할머니가 웃으신다. 나도 따라 웃는다. 맞다. 나와 그대들, 모두가 웃어야 진짜 봄이다!

덧붙이는 글 | 카카오 브런치에 같은 날 동시 게재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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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세울 것 하나 없는 직장생활 30여년 후 베이비부머 여성 노년기 탐사에 나선 1인. 별로 친하지 않은 남편이 사는 대구 산골 집과 서울 집을 오가며 반반살이 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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