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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레딩대학교의 기후변화 과학자들은 과일나무 관찰 프로젝트 '프루트와치'를 이끌고 있다.
 영국 레딩대학교의 기후변화 과학자들은 과일나무 관찰 프로젝트 "프루트와치"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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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버스커버스커가 부른 <벚꽃엔딩>의 한 소절이다. 다시 계절이 찾아왔다. 벚꽃 흐드러지게 피어난 벚나무 터널 밑을 사랑하는 연인 혹은 가족들과 같이 걷는 풍경, 어디 벚꽃뿐일까, 배꽃 복숭아꽃 살구꽃 사과꽃 등 벚꽃 못지않은 자태를 지니면서도 우리에게 유익한 열매를 선사하는 과일 꽃들이 줄줄이 만개할 때다.

그런데 이 무렵, 사람들에게 독특한 주문을 하는 이들이 있다. 영국의 과학자들이다.

"당신 주변의 벚꽃(서양체리나무), 사과꽃 개화시기를 기록해 알려주세요."

우리나라에서 벚꽃은 관상용으로 통하지만, 서양에서 벚꽃은 당도 높은 체리가 열리는 과일 꽃으로 통한다. 이런 과일 꽃들의 개화시기를 시민 참여를 통해 폭넓게 추적 조사하려는 연구자들은 바로 영국 레딩대학교의 기후변화 과학자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정원이나 주말농장, 과수원, 공원으로 나가서 본 것들을 알려줬으면 해요. 정말로 기후변화가 과일나무의 수분작용(꽃가루 수정번식)에 영향을 미치는지 가능하면 더 많은 나무를 더 많은 사람들이 관찰해서 알려줬으면 좋겠습니다. 과일 생산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변수들에 대해 대비할 수 있으니까요."

레딩대학교에서 기후변화와 수분작용을 연구하고 있는 크리스 위버 박사 과정 연구원의 말이다. 그는 '프루트와치'(Fruitwatch)라는 과일나무 관찰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레딩대 과학자들은 소프트웨어 기업인 오라클과 함께 시민들이 직접 과일나무의 개화시기를 관찰하고 기록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개발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갈수록 꿀벌과 같은 꽃가루 매개 곤충들의 활동 시기와 꽃의 개화시기가 어긋나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꿀벌들이 꽃가루를 실어 나를 준비가 되기도 전에 과일 꽃이 만개하면 수분 작용이 원활하지 않아 나무는 나무대로, 꿀벌은 꿀벌대로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화분매개곤충과 과일나무 사이의 동조가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건 결국 더 비싸면서도 낮은 품질의 과일이 열린다는 걸 뜻해요. 화분 매개 곤충들은 지구를 위해 엄청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만일 이 역할을 할 수 없게 된다면, 누군가 수분 활동을 대체해야겠죠. 아마 인간이 해야 할 겁니다."

어떻게 참여하지?
 
영국 레딩대학교의 과일나무 관찰 프로젝트 '프루트와치'. 소프트웨어 기업인 오라클이 개발했다.
 영국 레딩대학교의 과일나무 관찰 프로젝트 "프루트와치". 소프트웨어 기업인 오라클이 개발했다.
ⓒ 레딩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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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은 사과, 배, 체리, 자두 4가지 과일나무의 개화시기를 연구대상으로 잡고 있다. 이들이 개발한 '프루트와치' 프로그램을 들어가 봤다. 굉장히 쉽다. 우선 이런 인사말이 나온다.

"영국 전역에서 과일나무 개화시기가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 이해하려면 귀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귀하의 도움으로 사과, 배, 체리, 자두 4가지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관찰 기록 제출은 크게 3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는 나무를 관찰한 위치정보, 날짜를 선택한 뒤 지도를 클릭해 관찰한 위치를 찍으면 위도와 경도가 계산되어 나오고, 이 위치에 대해 부연 설명을 달 수 있다.

2단계는 관찰한 나무의 종류와 개화 단계 기록으로 이게 본론인데 역시 어렵지 않게 구성되어 있다. 내가 본 과일나무가 사과인지 배인지 등을 구분해 선택하면 사과 중에서도 품종명이 뭔지 선택할 수 있다. 리스트에 없는 품종이면 직접 써넣을 수도 있고 '잘 모름' 항목도 있다. 개화 단계는 크게 다섯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렇다.

A : 첫 꽃이 피었음
B : 개화 초기 (10~30%)
C : 만개함 (최소 50% 이상 개화)
D : 시들기 시작 (대부분의 꽃잎이 떨어짐)
E : 모든 꽃잎 떨어짐

단계 구분이 애매하면 옆에 게시된 예시 사진을 보고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3단계는 사진 첨부. 내가 관찰한 나무와 꽃의 사진을 첨부해 입력하면 '참여해주셔서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말이 뜬다.

프로그램을 설계한 오라클의 선임 개발자 리치 피츠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영국의 모든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이 프로젝트는 실제로 뜨거운 호응 아래 진행되고 있으며, 약 5만 건 정도의 기록을 받을 수 있다면 연구자들이 무척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과학자들의 이번 시도를 우리나라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유은하 농촌진흥청 도시농업과 농업연구관은 상당히 의미 있는 추적조사라며 이런 말을 했다.

"작년에 저희 연구기관에서 배 꽃이 피는 현장에서 세미나를 기획했는데, 결국 개화시기를 맞추지 못해 배 꽃이 피지 않은 가운데 행사를 했어요. 연구자들도 놀랐죠. 아무리 우리나라가 위아래로 길다고 해도 이 정도로 개화시기를 예측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그래서 저런 식의 시민참여를 통해 많은 양의 정보를 축적해간다면 기후변화에 따른 수분 시기의 패턴을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참고자료]

Helena Horton, 'Plum job: UK public asked to track fruit trees for climate study' (Guardian online, 2022. 3.19)

FruitWatch 시민참여 웹사이트 https://bit.ly/3wLHP8j


태그:#벚꽃, #영국, #프루트와치, #기후변화, #레딩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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