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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견들을 보호하는 지하실에서 작은 개들이 오물로 얼룩진 바닥에 몸을 웅크리고 있다. 환풍기가 돌아가는 데도 악취가 진동한다.
 소형견들을 보호하는 지하실에서 작은 개들이 오물로 얼룩진 바닥에 몸을 웅크리고 있다. 환풍기가 돌아가는 데도 악취가 진동한다.
ⓒ <무한정보> 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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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하나 없는 20평 남짓 지하실. 햇볕이 전혀 들지 않아 캄캄한 실내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불을 켜니 유기견 열댓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타일 바닥에 깐 상자는 분변으로 축축하게 젖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찢어졌고, 소형견들이 그 위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다. 환풍기가 끊임없이 돌아가는데도 악취가 진동했다. 충남 예산군이 한 동물병원에 위탁 운영하는 '유기동물처리보호센터'다.

중·대형견이나 공격성이 강해 다른 동물과 함께 두기 어려운 개, 수가 많아 지하에서 다 수용할 수 없을 경우엔 맑은누리센터 근처 산 아래 비닐하우스로 보낸다. 이곳 역시 환경은 열악했다. 17마리 가운데 대형견을 포함한 7마리는 철망으로 만든 우리를 바닥에서 40㎝ 정도 띄운 일명 '뜬장'에 갇혀 있었으며, 며칠 동안 치우지 않은 듯 아래는 분변이 가득했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사육실은 '동물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충분한 크기'로 설치해야 한다. 대형견의 경우 100×150×100㎝가 권장기준이다. 하지만 한 칸당 크기(가로·세로·높이)는 58×115×120㎝다. 바닥철망 간격(가로 4.5㎝·세로3㎝)은 웬만한 소형견 발보다 넓어 빠질 위험이 상존했다. 예산군은 지난해 9월 이뤄진 점검에서 뜬장 사용중지를 권고했지만, 바닥을 절반 가량 덮는 합판만 설치했을 뿐이다.
 
비닐하우스 안 뜬장에 갇힌 소형견들. 아래는 며칠 동안 치우지 않은 듯 분변이 가득하다.
 비닐하우스 안 뜬장에 갇힌 소형견들. 아래는 며칠 동안 치우지 않은 듯 분변이 가득하다.
ⓒ <무한정보> 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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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높이의 철망을 세워 만든 사육실은 소형견과 중·대형견을 함께 뒀고, 사료그릇을 고정시키지 않아 두어 개는 엎어져 바닥에 온통 흩어진 상태였다. 비닐하우스 입구 바로 옆에는 근처 소 축사에서 나온 축분이 가득 쌓여 냄새와 파리 등을 유발했다.

이곳에 입소한 10마리 가운데 6마리는 죽어 나갔다. 지난해 포획한 485마리 가운데 자연사하거나 안락사한 비율은 57.5%로, 같은 기간 충남도내 16개 동물보호센터 평균 37.5%(자연사 18.4%·안락사 19.1%)와 견줘 20%p나 높은 수준이다. 

입양·소유주 반환도 충남 평균(47.7%)보다 10.2%p 낮은 37.5%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 입양 162마리(33.4%) ▲ 소유주 반환 20마리(4.1%) ▲ 자연사 175마리(36.1%) ▲ 안락사 104마리(21.4%) 등이다.

동물복지단체인 '비글구조네트워크'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두 차례에 걸쳐 자연·안락사비율이 평균과 크게 차이나거나 제보를 받은 전국 140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동물보호센터 실태조사'에서 예산군 지역은 뜬장과 오물방치, 악취 등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보고서는 '개농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시설과 환경이 열악했다'고 기록했다.

동물보호센터는 유실·유기됐거나 학대 받은 동물들을 보호·관리하는 시설로, 직접 포획하거나 119구조대원 등이 구조한다. 최대 10일 동안 공고를 낸 뒤 소유주가 나타나지 않으면 분양 또는 안락사시킨다.

예산군이 올해 보호관리 등을 위해 책정한 예산 7250만 원 중 시설 설치·보수는 포함돼 있지 않다. 1마리당 지원금액은 ▲ 포획 3만 5000원 ▲ 치료 3만 5000원 ▲ 보호 하루 1만 1500원(최대 10일) ▲ 인도적처리(안락사) 6만 5000원 ▲ 입양자 중성화·수술비 25만 원 등이다.

예산군은 유기동물처리보호센터를 연 2회 점검해 문제가 발견되면 시정권고를 하고 있지만, 해당 동물병원 지정을 취소할 경우 대체할 운영주체를 찾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자체 시설구축을 통한 '직영전환'을 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물보호법'은 '지자체장은 동물보호센터를 직접 설치·운영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으며, 농림축산식품부도 '반려동물 인프라 구축사업'을 통해 시설 조성에 필요한 예산의 30%를 국비지원하고 있다.

충남도 내 직영지자체는 공사 중인 1곳(아산)을 포함해 모두 5곳이다. 서산과 논산은 '동물보호팀' 소속 공무원이, 청양과 당진은 지자체가 시설을 지어 수의직 공무원 또는 계약한 수의사와 관리사들이 상주하며 보호·관리한다.
 
예산군이 민간에 위탁운영하는 유기동물처리보호센터.
 예산군이 민간에 위탁운영하는 유기동물처리보호센터.
ⓒ <무한정보> 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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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시는 농림축산식품부가 2월 전국 직영동물보호센터 62곳을 대상으로 한 일제점검에서 우수기관(전체 4곳)으로 뽑혔다. 기존에는 동물병원에 위탁운영했지만, 2019년 농식품부 공모사업에 선정되며 20억 원을 들여 지난해 5월 농업기술센터에 연면적 697㎡·지상 2층 규모의 동물보호센터를 조성해 직영으로 전환했다. 기본검진이 가능한 동물병원과 100마리를 수용할 수 있는 유기견보호실, 입양상담과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입양카페 등을 갖췄다.

그 결과 54.3%에 이르던 안락사 비율이 1년여만에 25.2%로 절반 넘게 떨어졌으며, 입양·소유주 반환비율도 4.1%p(27.1%→31.2%) 올랐다.

서산시 관계자는 "입양률을 높이기 위해 공고가 나가는 '동물보호관리시스템'과 '포인핸드' 외에도 네이버카페와 페이스북 등 SNS계정을 만들어 홍보하고 있다. '동물보호법'을 철저히 준수해 동물복지를 실현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글구조네트워크 김세현 이사는 "예산군유기동물처리보호센터에 네 차례 방문했다. 갈 때마다 엉망이었고 여름에는 비닐하우스 밖에 쌓아놓은 축분에서 발생한 파리들이 보호소 안으로 들어와 개들을 뒤덮기도 했다. 수차례 문제를 지적했지만 해결되는 게 없었다"며 "담당인력 증원과 공무원·운영자를 대상으로 '동물보호법' 등에 대해 교육하는 등 철저한 지도감독과 더불어 시설 개선과 직영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예산군 축산과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운영자 교육과 지도감독을 철저히 하고 분양 등을 적극 홍보하겠다. 장기적으로는 표준규격시설을 설치해 직영운영하고 동물보호팀을 신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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