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가 3월 19일부터 개막한 제94회 선발고교야구대회(센바츠, 일명 봄 고시엔) 대회를 앞두고 아쉽게 출전을 포기한 바 있다. 출전 직전에 실시한 코로나 PCR 검사에서 31명의 출전 학생 중 13명이 집단으로 양성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지난해 봄 고시엔과 여름 고시엔에 연속으로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둔 터여서 너무도 아쉬운 일이었다.

교토국제고는 지난해 제93회 첫 봄 고시엔에 창단 21년 만에 처음으로 출전해 첫 승까지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일본의 패전 이후 외국계 학교로서는 첫 고시엔 출전이라는 기록도 세우고, "동해바다 건너"로 시작하는 한글교가를 일본 전역에 울려퍼지게 해 재일동포들의 뜨거운 눈물과 환호를 불러온 바 있다.

교토국제고는 봄 고시엔에 이어 7월에 열린 제 103회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에도 교토부 대표로 나가 4강에 들어가는 파란을 일으켰다. 특히 이때 출전한 정규 선수 9명 중 5명이 2학년 학생이어서 다음해의 유력한 우승 후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2022년 2월, 교토국제고는 다시 봄 고시엔의 출전권을 땄다. 사실상 센바츠 지역 예선 격인 지난해 가을 긴키지역대회에서 8강에 들었지만, 긴키지역에 배당되는 출전학교 수가 6개교여서 출전을 자신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행운이 따랐다. 지난해 말 각 지역 우승팀이 다투는 메이지신궁대회에서 긴키대회 우승팀인 오사카토인고가 우승을 했다. 이 대회 우승팀은 센바츠 자동 출전권이 주어지기 때문에 긴키지역 출전권이 6개교에서 7개교로 늘었고, 국제교토고의 출전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대회 주최 쪽도 지난해 성적 등을 감안해 교토국제고를 32개 출전 팀의 하나로 교토국제고를 선택했다.

이 과정에서 긴키대회 8강 팀 가운데 유일하게 센바츠 출전이 좌절된 학교가
시가현 대표인 오미고교였다. 하지만 운명의 여신이 변덕을 부렸다. 교토국제고가 코로나 집단 감염으로 출전 포기한 자리를 오미고가 이어받도록 한 것이다. 센바츠에는 출전 결정학교가 불가피하게 출전하지 못하게 되는 사태에 대비해 대체 출전학교를 정해놓는데 대체고에 뽑힌 오미고가 교토국제고의 불운을 딛고 극적으로 출전하게 된 것이다.

오미고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교토국제고를 대신해 출전하더니 1회전, 2회전, 준준결승까지 파죽의 3연승을 거두고 4강이 겨루는 준결승에 진출했다. 28일 열린 준준결승에서는 지난해 긴기대회 준결승에서 1점 차이로 졌던 곤코오사카고에 6-1로 대승을 거두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준결승은 30일 열린다.

여기서 승리하면 대체고로 출전한 고교가 결승에 오르는 대기록을 쓴다. 이미 오미고는 대체 출전학교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센바츠 역사에서 대체고로 출전한 고교는 이제까지 모두 12학교가 있었는데, 이제까지 대체출전학교가 거둔 최고 성적은 8강(3개 학교 기록)이었다.

자신을 대신해 출전한 학교의 승승장구를 보는 교토국제고와 재일동포들의 심정은 어떠할까. 보지 않아도 아쉬움으로 가득할 게 뻔하다. 이 아쉬움을 털어내기 위해서는7월에 열리는 여름 고시엔에 출전해 이번에 코로나로 보여주지 못한 실력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쉽지만 이렇게 각본 없는 드라마가 펼쳐지는 것이 스포츠의 묘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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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논설위원실장과 오사카총영사를 지낸 '기자 출신 외교관' '외교관 경험의 저널리스트'로 외교 및 국제 문제 평론가, 미디어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한일관계를 비롯한 국제 이슈와 미디어 분야 외에도 정치, 사회, 문화, 스포츠 등 다방면에 관심이 많다. 1인 독립 저널리스트를 자임하며 온라인 공간에 활발하게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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