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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의 28일자 기사 <장애인단체 이동권 시위로 출근길 지하철 3·4호선 지연>
 연합뉴스의 28일자 기사 <장애인단체 이동권 시위로 출근길 지하철 3·4호선 지연>
ⓒ 네이버뉴스 캡처
 
"연합뉴스나 뉴시스가 기사 내는 논조를 보면, 시민을 갈라치기하던 서울교통공사의 보도자료를 아직도 받아 적는 것 같다. 단지 휠체어가 지하철에 탑승한다는 이유만으로 '지하철 지연'이라고 프레이밍한다."

변재원 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정책국장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애인 이동권 시위'에 대한 언론 보도를 비판했다. 이날 있었던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에서 전장연은 말 그대로 지하철을 탔을 뿐이었다. 다만 휠체어를 타고 있었고, 출근길에 여러 대의 휠체어가 탈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선 시간이 더 소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연합뉴스의 <장애인단체 이동권 시위로 출근길 지하철 3·4호선 지연> 기사에선 이와 같은 사정은 설명되지 않은 채, 서울교통공사 트위터를 인용 "시위를 벌여 출근길 열차 운행이 지연되고 있다"라고만 서술했다. 이동권 시위에 관해 시위의 이유가 아닌, '시민 불편' 관점만을 유독 강조하는 것은 주요 매체에서 반복되던 관행이기도 했다.

'시민 불편' 프레임에 빠진 언론... 검증없이 장애인 단체 '악마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페이스북 게시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페이스북 게시글
ⓒ 이준석 페이스북
 
중앙일보의 2월 22일자 기사 <"승객이 할머니 임종 놓쳤다" 교통공사, 장애인 시위 중단 요청>. 제목에는 마치 전장연의 시위로 인해 승객이 할머니 임종을 놓친 것처럼 보도했다.
 중앙일보의 2월 22일자 기사 <"승객이 할머니 임종 놓쳤다" 교통공사, 장애인 시위 중단 요청>. 제목에는 마치 전장연의 시위로 인해 승객이 할머니 임종을 놓친 것처럼 보도했다.
ⓒ 네이버뉴스 캡처
 
더 나아가 최근에는 언론사들이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의 자료를 검증 없이 그대로 기사화해서 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전장연을 비판하는 대표적인 논거로 이들이 '휠체어 바퀴'를 승강장 틈에 끼어서 '고의 운행 방해'를 했고, 할머니 임종을 보러 간다는 이에게 전장연 관계자가 "버스 타고 가세요"라고 말했다는 점을 예로 든다. 하지만 두 사건 모두 언론의 왜곡과장 보도로 인해 사실관계가 잘못 알려진 경우였다.

지난해 12월 20일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가 5호선 신금호역의 승강장 사이가 넓다는 걸 보여주려고 지나가려다가 바퀴가 끼어버린 사건이었다. 하지만 언론들은 <휠체어로 또 막아선 지하철‥그들은 왜 월요일 아침에 나섰을까>(MBC), <장애인단체 기습 시위…서울 지하철 5호선 운행 지연>(채널A) 등에서 전장연이 전동차와 승강장 사이에 휠체어 바퀴를 끼는 식으로 운행을 막았다고 보도했다. 이는 서울교통공사가 사진을 찍어서 보도자료를 배포한 내용을 언론이 검증 없이 보도한 데 기인한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지난 2월 8일 시위 도중 한 시민이 "할머니 임종을 봐야 한다"라고 소리친 것에 이형숙 서울시 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장이 "버스 타고 가세요"라고 말한 것만 유튜브 영상으로 편집해 퍼진 사례다. 이 영상의 내용은 지난 2월 22일 서울교통공사의 보도자료를 통해 언론에 알려졌다.

<서울교통공사 "할머니 임종 못가 운 승객도 있어…장애인 단체 시위 중단 요청">(조선일보), <"할머니 임종 지키러 가야 한다" 청년 절규에도 장애인단체 "버스 타고 가라">(데일리안), <장애인 시위 중 "할머니 임종 지켜야 한다" 절규…대답은 "버스 타세요">(이데일리) 등의 기사가 쏟아졌다. 심지어 <"승객이 할머니 임종 놓쳤다" 교통공사, 장애인 시위 중단 요청>(중앙일보)와 같이 사실이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부분을 제목으로 달기까기 했다. 

실제로는 이 협의회장이 "(저도) 그런 걸 당해 봤기 때문에 잘 압니다. 저도 그래서 임종을 못 봤거든요.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울먹거리며 사과했지만, 유튜브 영상에서는 빠져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버스 타세요"라는 말만 편집된 영상을 활용했고, 언론은 무비판적으로 받아쓰기만 한 것이다.

언론시민개혁연대는 지난 18일 논평을 통해 "우리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정부의 발표를 단순 '받아쓰기'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걸 경험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도 언론매체들의 단순 받아쓰기 관행이 여실히 드러났다"라며 "집회·시위를 보도할 때에는 행위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기본적인 원칙도 무너졌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시민불편' 프레임 역시 마찬가지다. 이 같은 프레임 짜기는 실질적인 책임자를 가린다는 점에서 위험하다고 경고해왔음에도 달라지지 않았다"라며 "이 보도를 통해 지워진 목소리는 무엇인가. 언론은 그 결과를 책임질 수 있는가"라고 경고했다.

'왜 그럴까?' 언론이 분석해야

장애인 이동권 시위에 대해선 '왜 장애인들이 모욕을 감수하면서, 또 지하철 승객들에게 불편을 주면서도 시위를 이어나가느냐'를 언론이 더 적극적으로 분석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언론인권센터는 28일 <전장연 시위, 제대로 된 분석 기사가 필요하다>라는 논평에서 "한국언론이 전장연 시위에 대해 제대로 분석한 기사를 보도해 장애인 혐오를 담은 발언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2022년에 보도된 전장연 관련 기사 중 295건 중 시위에 대해 분석하고 전장연의 입장을 제대로 담은 기사는 10건 남짓"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2015년 서울시에서 '장애인 이동권 선언'을 발표하며 2022년까지 모든 역사에 엘리베이터 설치 등을 약속했지만 예산 문제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면서 "사회적 약자·소수자의 목소리는 스피커가 제공되지 않는다면 제대로 주목받기 어렵다.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언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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