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방영된 SBS '런닝맨'의 한 장면.

지난 27일 방영된 SBS '런닝맨'의 한 장면. ⓒ SBS

 
초대손님 출연 불발로 위기를 맞은 <런닝맨>이 멤버들의 관록으로 슬기롭게 어려움을 극복했다. 지난 27일 방송된 SBS <런닝맨>은 '비투비 없는 비투비' 특집으로 꾸며져 나른한 오후 시간 유쾌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당초 이날 방송에는 인기 그룹 비투비가 등장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녹화 당일 멤버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게 되면서 현장에 도착했던 비투비는 전원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결과적으로 여러 멤버들이 코로나에 확진되어 이후 단독 콘서트마저 취소되고 말았다. 그 여파를 고스란히 받게 된 <런닝맨>으로선 난감한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런닝맨> 해외 팬미팅 단골 오프닝 노래 '너 없인 안된다'(비투비 원곡)를 멋진 의상을 갖추고 열창하던 <런닝맨> 멤버들로서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혈액형 팀 대결로 방향 전환... 각종 상황극 펼쳐
 
 27일 방영된 SBS '런닝맨'의 한 장면.

27일 방영된 SBS '런닝맨'의 한 장면. ⓒ SBS

 
​원래 계획대로라면 6명 비투비 vs. 7명 런닝맨 구도로 온갖 게임을 진행했어야 하지만 초대손님이 사라지면서(?) 미리 준비한 내용은 실행되지 못했다. 이런 경우 몇몇 예능에선 녹화를 취소, 연기하는 일도 다반사였지만 그동안 고정 멤버들의 코로나 확진, 불참 등으로 촬영에 어려움을 겪은 <런닝맨>으로선 일단 강행을 선택했다.

현장에서 머리를 맞댄 <런닝맨> 구성원들은 B형 혈액형이 많다는 사실에 착안해 즉석에서 B형 vs. 나머지 구도의 팀을 구성했다. 이 과정에서 인원수 균형이 맞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멤버 전소민이 부득이 '깍두기' 역할로 그때 그때 팀을 옮기기로 했다. 앞선 촬영에 이어 또 다시 깍두기를 맡게 된 전소민은 잠시 불만을 표시하지만 이내 홈쇼핑 설정, 충동작까지 선보이는 즉석 상황극을 펼쳐 웃음을 자아냈다. 

​사전 미션으로 진행된 '밀가루 쌀보리 대결'에선 늘 티격태격 케미를 보여준 유재석과 김종국의 신경전이 가미된 슬랩스틱 코미디로 재미를 끌어냈다. 초대형 기구를 제작할 만큼 심혈을 기울인 첫번째 코너 '대나무 검도' 대결에서도 두 사람은 유치할 만큼 또 한번 눈치 싸움을 펼쳐 분량 확보에 매진했다.

PPL, 제작진 깜짝 활약으로 분량 확보 노력
 
 27일 방영된 SBS '런닝맨'의 한 장면.

27일 방영된 SBS '런닝맨'의 한 장면. ⓒ SBS

 
최근 <런닝맨> 속 재미의 감초 역할을 담당하는 건 다름 아닌 PPL이다.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특성에 맞춘 노골적인 제품 홍보를 하기도 하는데, 시청자들의 거부감은 상대적으로 적다. 이는 역시 멤버들의 상황극과 입담 덕분이다. 이날 촬영에서도 어김없이 광고 제품을 놓고 <런닝맨>은 각종 개인기를 쏟아냈다.

​타사 치킨 광고 모델을 맡고 있는 하하를 배제하고, 본의 아니게 화면에서 밀려난 전소민과 양세찬이 분량 확보를 위해 코믹 키스신을 연출하는 등 웃음을 쏙 뽑아냈다. 이어 진행된 '승부 조작 족구'에선 선수로 출전한 담당 PD의 활약상이 재미를 배가시켰다. 그동안 축구, 족구 등 몸 쓰는 내용에서 몸치로 판정난 다수의 제작진들 대신 새롭게 등장한 PD의 연이은 '불꽃 슛' 서브에 힘입어 뻔히 예상되던 경기 예측을 뒤바꾸기에 이른다.

​물론 이날 방영분이 성공적인 코너들로만 채워진 건 아니었다. 폐공장을 통으로 빌리며 제작진이 야심차게 준비했던 이름표 뜯기+분필 지키기는 멤버들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 남발로 단 11분 만에 촬영이 종료되고 말았다. 실제 방송 내용은 단 3분 정도에 그쳤다. 결과적으로 '비투비 없는 비투비' 특집은 1시간 20여 분의 1회 내용 중 1시간 분량만 확보하는 선에 머물고 말았다. 이는 당일 도입부 20여 분이 2주 연속 '진지희+차준환' 편으로 메워진 이유가 되기도 했다. 

없으면 없는 대로... 12년 <런닝맨>만의 관록
 
 27일 방영된 SBS '런닝맨'의 한 장면.

27일 방영된 SBS '런닝맨'의 한 장면. ⓒ SBS

 
분명 아쉬움이 남는 방영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처럼 "배 잡고 웃었다"라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그만큼 고정 시청자들에겐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선사한 회차이기도 했다. 돌발 상황을 대처하는 멤버들의 관록, 각자가 지닌 입담과 온갖 예능감을 한꺼번에 쏟아내면서 부족한 분량 이상의 재미를 채울 수 있었다.

​올해로 방송 12주년, 그리고 600회 돌파를 목전에 둔 <런닝맨>은 온갖 부침을 겪으며 단단해진지 오래다. 멤버 하차, 교체를 비롯해서 제작진 변경 등 숱한 변화를 몸으로 체험하면서 멤버들은 이제 한두 자리의 공백 정도는 충분히 메워줄 만큼 각자에게 맡겨진 몫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없으면 없는대로 주어진 환경에 따라 그들은 새로운 캐릭터도 만들고 저마다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면서 웃음을 생산한다. 이러한 <런닝맨>의 특징을 잘 드러낸 것이 이번 '비투비 없는 비투비' 특집이었다. "명필은 붓을 탓하지 않는다"라는 옛말처럼 <런닝맨> 예능 달인들은 누가 시키지 않더라도 임기응변으로 재미를 뽑아내고 있다. 12년 관록이 만들어낸 무서운 강점이란 이런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in.naver.com/jazzkid 애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런닝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