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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통영국제음악제 개막공연. 지휘자 달리아 스타솁스카와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
 2022 통영국제음악제 개막공연. 지휘자 달리아 스타솁스카와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
ⓒ 통영국제음악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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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의 커튼콜에 응답하는 지휘자 달리아 스타솁스카와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
 관객들의 커튼콜에 응답하는 지휘자 달리아 스타솁스카와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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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태생의 핀란드 국적 지휘자가 아시아의 오케스트라와 함께, 러시아 작곡가 스트라빈스키의 곡을 연주하며 한국의 관객들을 열광시킨 장면, 이번 통영국제음악제의 테마 '다양성 속의 비전 vision in diversity'이 제대로 구현된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25일 2022 통영국제음악제 개막공연 프로그램은 현 시대 가장 각광받는 미국 작곡가 앤드루 노먼의 '플레이 : 레벨1(1악장)', 러시아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불새' 모음곡, 체코슬로바키아 작곡가 안토닌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 b단조(트룰스 뫼르크, 첼로)였습니다.

가장 최신의 현대음악으로 시작해서 현대음악의 문을 연 스트라빈스키의 '불새', 그리고 많은 음악팬들에게 인기있는 첼로 협주곡으로 이어지는 구성입니다.

통영국제음악제의 특징 중 하나는, 대중들에게 어느 정도 익숙한 곡과 최신 최첨단의 현대음악을 함께 프로그램으로 구성한다는 것인데요, 이번 음악제 개막공연도 '다양성 속의 비전' 주제를 구현하면서, 현대음악 레퍼토리와 대중성을 가진 곡을 함께 배치했습니다.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은 평소에도 기자가 즐겨듣는 곡이라 기대를 갖고 개막공연을 보았고, 아시아 초연의 '플레이'도 흥미로운 곡이었습니다만, 개막 무대에서 특히나 인상적인 부분은 스트라빈스키의 '불새' 였습니다.

대개 클래식 콘서트에서 커튼콜은 마지막 곡을 연주하고 나서 관객들이 뜨거운 성원을 보내며 박수가 이어지는 모습입니다만, 이번 통영국제음악제 개막공연 두 번째 레퍼토리인 '불새' 연주 직후에는 공연 엔딩 커튼콜만큼이나 열렬한 호응이 쏟아졌습니다. 인터미션 쉬는 시간을 앞두었다지만 무려 다섯 번에 걸쳐 커튼콜이 있었지요.

음악예술 전문 기자는 아니다보니 엄밀한 비평은 어렵습니다만, 스트라빈스키의 '불새'를 이렇게 편안하게 느끼고 직관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험은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악곡에 대해 명백하게 확신을 가지고 또박또박 연주를 이끌어가는 지휘자 스타셉스카의 해석과 그 지휘에 반응해 음악을 표현하는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의 역량이 발휘된 것이겠지요. 열정적이되, 과함이 없는 '불새'였다고 느꼈습니다.

러시아 작곡가 스트라빈스키의 출세작이자 현대음악의 문을 연 명곡, '불새'를 지휘한 달리아 스타솁스카(38)는 우크라이나 태생의 핀란드 국적이며 모친이 우크라이나인입니다.
 
2022 통영국제음악제 개막공연. 지휘자 달리아 스타솁스카
 2022 통영국제음악제 개막공연. 지휘자 달리아 스타솁스카
ⓒ 통영국제음악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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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솁스카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태어난 직후 에스토니아로 이주해 살다가 5살 때부터 핀란드에서 자랐으며 오늘날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아티스트로 성장했습니다.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 서울시립교향약단 등을 지휘했으며 현재 국제 시벨리우스 페스티벌 예술감독, BBC심포니 오케스트라 수석객원지휘자입니다. 앞으로 뉴욕 필, 시애틀 심포니 등 지휘 예정으로 전세계에서 러브콜을 받는 클래식 음악계의 라이징스타 지휘자라고 하겠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이 시기에 우크라이나 출신 지휘자가 러시아 음악을 연주한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그런데 우리는 끝끝내 예술가에게 어떤 입장을 요구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보고 느끼고 이해하는 게 옳겠습니다. 통영국제음악제 개막공연 프로그램도 이미 전쟁 국면 이전에 확정되었던 것일테니까요.

오늘날을 살아가는 음악가 달리아 스타솁스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비판하고 전쟁 그 자체를 반대하며 세계가 우크라이나를 응원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이미 다른 언론(연합뉴스)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그렇다고해서 스타솁스카의 음악예술에 국경이 그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객석에서 음악을 듣는 청중들과 음악팬들에게 '국경'은 무의미하고 덧없습니다. 오히려, 음악 속에서 우리는 평화를 누리며 세계인이 됩니다.

2022 통영국제음악제 개막공연, 국적과 인종과 민족을 초월하고 다양한 정체성의 사람들이 함께하며 음악 속에서 조화로운 시간을 일구어낸 그 현장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바로 '다양성 속의 비전 vision in diversity'이 아닐까요.

한편 개막공연 첫 곡 '플레이'는 악기와 악기의 관계맺음,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의 관계성, 그리고 청중과 오케스트라의 관계성을 탐구하는 시도이며,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가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위해 음악으로 내놓는 응답이었습니다.

앤드루 노먼의 작품은 클래식 음악어법의 기반 자체를 뒤흔들지 않으면서도 동시대성과 현대성을 탐구하고, 음악적 유머와 위트가 담긴 곡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이 곡을 처음 접하는 저도 최신의 현대음악을 위화감 없이 흥미롭게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2022 통영국제음악제 개막공연. 지휘자 달리아 스타솁스카와 첼리스트 트룰스 뫼르크
 2022 통영국제음악제 개막공연. 지휘자 달리아 스타솁스카와 첼리스트 트룰스 뫼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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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공연 마지막 곡 드보르작 첼로 협주곡은 그 많고 많은 협주곡들 중에서도 특히 솔로 악기와 오케스트라의 균형과 조화가 아름다운 곡입니다. 우리 시대 대표적인 첼리스트 트룰스 뫼스크가 그 명성 그대로, 활이 현을 달리기 시작한 첫 음부터 관객을 휘어잡았다고 하겠습니다.

유려한 음색과 천의무봉의 표현력은 명불허전이었고, 지휘자 스타솁스카는 독자적인 해석을 보여주면서도 거장 첼리스트와 축제 오케스트라를 조화롭게 이끌었습니다.

코로나 시대에 열린 통영국제음악제에 대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제와 같이 앞으로도, 음악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해야 하겠습니다. 연주자들도 관객들도 음악을 주고 받기 위해 마스크를 쓰는 불편을 감내합니다.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연주자는 리허설부터 공연까지 장시간을 마스크를 쓰고도 기량을 유지해야 하고, 관객들은 불편과 불안들을 감당하면서도 공연장을 찾아옵니다.

통영국제음악제 아티스트들과 스태프들이 착용한 마스크에 선명한 TIMF 로고는 이 어려운 시절을 음악과 함께 이겨내고자 하는 상징처럼 여겨졌습니다. 불편한 마스크를 쓰고도 열정적인 지휘로 감동적인 무대를 선사한 지휘자 달리아 스타셉스카에게,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에게, 이 어려운 시절에도 먼 길을 날아와 통영에서 함께한 첼리스트 트룰스 뫼르크에게도 다시 한번 감사와 박수를 보냅니다. 2022 통영국제음악제는 4월 5일까지 이어집니다. 
 
2022 통영국제음악제 개막공연. 지휘자 달리아 스타솁스카
 2022 통영국제음악제 개막공연. 지휘자 달리아 스타솁스카
ⓒ 통영국제음악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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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국제음악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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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국제음악당 실내, 개막공연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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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로 향하는 관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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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문화마당에도 실립니다.


태그:#통영국제음악제, #TIMF, #2022통영국제음악제, #달리아스타솁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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