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여자컬링세계선수권에서 결승에 진출한 '팀 킴' 선수들이 프린스조지에 찾은 캐나다 교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2 여자컬링세계선수권에서 결승에 진출한 '팀 킴' 선수들이 프린스조지에 찾은 캐나다 교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세계컬링연맹 제공

 
캐나다 프린스 조지에서 열리는 여자 컬링 세계선수권에 출전한 '팀 킴'이 은메달 확보에 성공했다. 대표팀 선수들은 한국 시간으로 27일 열린 준결승전에서 홈 팀 캐나다를 상대로 스코어 9-6의 완벽한 승리를 이끌어내며 결승에 진출했다.

이로써 지난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 결선 문턱을 밟지 못한 아쉬움을 털어내게 됐다. 특히 '팀 킴' 선수들은 홈 팀인 캐나다를 상대로 라운드로빈에 이어 준결승에서까지 승리를 거두면서 한국 컬링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팀 킴'은 오는 28일 오전 8시 열리는 스위스와의 결승에서 한국 컬링의 첫 세계무대 금메달을 노린다.

2위로 진출한 결승 레이스, '홈 팀' 캐나다 다시 만났다

'팀 킴'은 앞서 한국 시간으로 26일 열린 잔여 예선 경기에서도 일본 선수의 코로나19 확진으로 인한 부전승, 터키와의 경기에서 10-2로 승리하며 예선 2위를 지켜냈다. 캐나다, 스웨덴과 함께 6승 3패로 몰린 대한민국은 'DSC', 드로우 샷 챌린지를 통해 순위에서 우위를 점했다.

경기 전 선공·후공을 가리기 위해 버튼에 가까이 공을 투구하는 드로우 샷 챌린지가 한 팀 당 두 번씩 이루어지는데, 매 경기 이 결과를 모아 평균값을 내 복수의 팀이 동률의 승률을 기록했을 때 활용한다. 한국은 DSC 결괏값이 평균 37.42cm로 캐나다의 평균 37.69cm, 스웨덴의 평균 42.09cm보다 낮아 준결승에 직행할 수 있었다.

그런 가운데 3위에 자리한 캐나다 '팀 에이나르슨'은 6위 덴마크 '팀 듀폰트'와의 경기에서 승리하며 준결승에 올랐다. '팀 킴'이 예선 막판 분위기를 잡았던 상대인 캐나다와 다시 조우하게 된 것이다. 선수들은 캐나다와의 경기에서 연장전까지 간 승부 끝에 스틸로 승리를 거둔 바 있었다.

'팀 케리 에이나르슨'이야 덴마크와 경기를 치르면서 체력적으로 지쳐있었지만, 지난 예선에서의 패배를 되갚으려는 선수들의 마음가짐, 그리고 홈팀의 일방적 응원은 '팀 킴'에 충분한 부담 요소가 될 수도 있었다.
 
 2022 여자 컬링 세계선수권 준결승전에서 스위핑하는 김선영·김경애 선수.

2022 여자 컬링 세계선수권 준결승전에서 스위핑하는 김선영·김경애 선수. ⓒ 세계컬링연맹 제공

 
일단 초반은 '팀 킴'에 유리했다. '팀 킴'은 드로우 샷 챌린지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어내며 첫 엔드 후공권을 잡았다. 일단 첫 엔드는 초반부터 점수를 내기 위해 공격적으로 양 팀이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팀 킴'이 하우스 안을 비워내며 블랭크 엔드를 만들어내, 다음 엔드에서의 득점을 도모했다.

두 번째 엔드에는 '팀 킴'의 공격이 통했다. 상대 가드 스톤을 활용해 역으로 자신들의 스톤을 최대한 많이 밀어 넣은 선수들은 하우스 안 난전 상황을 이끌어내며 대량 득점을 노렸다. 특히 김은정 선수의 2엔드 첫 번째 샷이 더블 테이크아웃까지 성공하면서 하우스 상황이 한국에 급격히 유리해졌다.

결국 2점의 득점을 따내는 데 성공한 '팀 킴'은 기분 좋게 스타트를 끊었다. 캐나다도 다급해졌다. 캐나다 역시 3엔드에서 하우스 안에 스톤을 배치하며 대량 득점을 노렸다. 하지만 김은정 선수가 막판 대량 득점을 저지하는 테이크아웃에 성공했다. 캐나다는 3엔드 한 점을 가져가는 데 그쳤다. 4엔드 시작 시점에서 스코어는 2-1.

빅 엔드 맞으며 위기... 연속 스틸로 극적 역전승

4엔드에는 김경애 선수의 힘이 빛났다. 캐나다의 스톤이 하우스 안에 쌓여가는 가운데, 첫 스톤에서 더블 테이크아웃에 성공한 데 이어 두 번째 스톤에서도 가드를 아슬아슬하게 피해 상대 1번 스톤을 빼내는 데 성공했다. 상대 공세 속에서도 '팀 킴'은 1점을 따내며 점수 차를 벌렸다.

5엔드 한국에 위기가 찾아왔다. 캐나다의 스킵 케리 에이나르슨의 버튼 드로우가 다른 선수들의 '폭풍 스위핑' 속 성공을 거둔 것. 캐나다는 이미 하우스 안에 스톤을 하나 더 넣었던 탓에 두 점을 가져가며 3-3의 균형을 맞추며 전반을 마쳤다.

6엔드에서 한국은 캐나다를 막아세웠다. 두 점 득점이 가능한 기회에서 김은정 선수가 던진 마지막 샷의 웨이트가 강한 것이 아쉬웠지만 '팀 킴'은 한 점을 벌어가며 균형을 깼다.

7엔드 위기가 찾아왔다. 이번에는 버튼 싸움에서 '팀 킴'이 밀렸다. 하우스 안 다량의 스톤을 밀어 넣은 캐나다의 공세가 너무 강했다. 한국은 아쉬운 전략 속에 석 점의 득점, 빅 엔드를 내줬다. 스코어가 단숨에 4-6이 되었다. 내주기를 가장 우려했던 역전이었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가 됐다. 다시 '팀 킴'이 8엔드 두 점을 얻어내며 균형을 맞춘 것. 에이나르슨의 공세 속 막판 기회를 잡은 '팀 킴'은 석 점 득점까지도 노렸지만, 더블 테이크아웃 각도를 맞추며 스테이까지 해내기에는 무리였다. 일단 던져놓은 스톤, 슈터를 하우스에 안착시키며 스코어를 6-6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9엔드,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한국이 스틸에 성공한 것. '팀 킴'은 하우스 안에 두 개의 스톤을 남겨놓으며 케리 에이나르슨의 마지막 스톤을 지켜봐야 했다. 에이나르슨은 모험을 했다. 하우스 안 한국의 스톤을 모두 빼내며 두 점의 득점을 노린 것.

하지만 그 전략이 실패로 돌아갔다. 캐나다가 쳐낸 한국의 1번 스톤이 나갔지만, 캐나다의 스톤이 바깥으로 굴러나가며 한국의 다른 스톤이 1번 스톤이 된 것이다. 7-6. 캐나다의 실수로 한국이 다시 앞서나갔다. 하지만 한국이 10엔드 선공을 취한 상황에서, 부담스러운 한 점 차이 승부를 이어가야 했다.
 
 컬링 세계선수권에서 역사상 첫 결승 진출을 이뤄낸 여자 컬링 대표팀 김은정 스킵이 준결승전에서 소리치고 있다.

컬링 세계선수권에서 역사상 첫 결승 진출을 이뤄낸 여자 컬링 대표팀 김은정 스킵이 준결승전에서 소리치고 있다. ⓒ 세계컬링연맹 제공

 
한국은 캐나다를 상대로 많은 스톤을 버튼에 밀어 넣었다. 침착하게 경기를 이어나간 선수들은 스킵 샷 직전 타임아웃을 신청했다. '팀 킴' 선수들보다 더욱 목소리 톤이 올라간 임명섭 감독의 목소리가 포인트였다.

'1점만 따면 충분하다, 런백이 안 나오게 전략을 짜라'는 임 감독의 조언대로 김은정 선수는 일단 경기의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스톤 두 개를 가드 스톤으로 만들어냈다. 케리 에이나르슨 선수는 마지막 순간 런백으로 극적인 연장행을 도모했지만, 런백 샷이 실패했다. 9-6. 한국의 세계선수권 첫 결승 진출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웨이트 컨트롤 잘 해 이길 수 있었다"

한국의 승리 순간, '팀 킴' 선수들은 서로를 얼싸안고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멀리 프린스 조지를 찾은 교민들도 함께 기뻐했다.

김은정 선수는 경기 종료 후 공식 인터뷰에서 캐나다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강한 팀답게 힘든 게임이었다"라며 "마지막까지 우리가 웨이트 컨트롤을 잘 해서 이길 수 있었다"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아직 관문이 더 남았다. '팀 킴' 선수들은 28일 오전 8시(한국 시간) 열리는 스위스의 '팀 티린초니'와의 경기에서 세계선수권 첫 금메달을 노린다. 물론 상대 전적이 좋지는 않지만, 스톤은 둥글고 아이스는 변화무쌍하다. '팀 킴'의 새로운 역사가 캐나다에서 씌여질 수 있을지 지켜보자.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컬링 팀 킴 여자 컬링 대표팀 여자 컬링 세계선수권대회 메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