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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5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유튜브 영상을 공유하며 장애인 이동권 시위를 비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5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유튜브 영상을 공유하며 장애인 이동권 시위를 비판했다.
ⓒ 이준석 대표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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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계속해서 장애인 이동권 시위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5일 오후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유튜브 영상 링크를 공유했다. 해당 영상은 지난 2월 9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가 지하철에서 시위하는 장면을 일부 편집한 것이다.

이 영상을 두고 이 대표는 "출입문 사이에 고의로 정지해서 지하철 운행을 막는 모습, 할머니 임종 지키러 가야 된다는 시민의 울부짖음에 버스 타고 가라고 응대하는 모습, 더이상 이걸 정당한 투쟁으로 합리화해서는 안 된다"라고 덧붙였다.

서울교통공사가 '결정적 미스'라 칭했던 그 영상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3월 작성한 문건에서 한 시민이 조모의 임종을 봐야 하는데 시위 때문에 못 간다며 울분을 토한 사건을 두고 "결정적 미스"라고 표현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3월 작성한 문건에서 한 시민이 조모의 임종을 봐야 하는데 시위 때문에 못 간다며 울분을 토한 사건을 두고 "결정적 미스"라고 표현했다.
ⓒ 서울교통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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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이 대표의 관점과 태도는 최근 논란이 된 서울교통공사의 문건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 17일 YTN, 경향신문 등을 통해 서울교통공사의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라는 제목의 문건이 공개됐다. 서울교통공사 홍보실 언론팀 직원(대리) 명의로 작성된 이 문건에는 "상대방도 실점은 언제든 할 수 있다", "사소한 미스가 여론전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측의 '미스'를 여론전에 활용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특히, 2월 9일 시위에서 한 시민이 조모의 임종을 봐야 하는데 전장연의 시위 때문에 못 간다며 울분을 표한 사건을 두고 (전장연의) "결정적 미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문건의 작성자는 "해당 장면이 전장연 측 라이브 영상에 담겼으나 당시는 누구도 주목하지 못했다"면서 "여론전 위한 보도자료 준비 중 고객안전지원센터에 도움을 요청에 사실임을 확인하고 시민 피해상황 알리는 소재로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월 23일 보도 후 화가 난 사람들이 전장연 라이브 영상에서 해당 장면을 찾아 유튜브 등에 영상이 확산되어 여론이 급격히 악화됐다"고 덧붙였다.
  
서울교통공사가 지난 2월 22일 발표한 보도자료. 서울교통공사는 내부문건에서 이를 두고 "시민 피해상황 알리는 소재로 활용했다"고 기술했다.
 서울교통공사가 지난 2월 22일 발표한 보도자료. 서울교통공사는 내부문건에서 이를 두고 "시민 피해상황 알리는 소재로 활용했다"고 기술했다.
ⓒ 서울교통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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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서울교통공사가 2월 22일 배포한 "22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규모 지하철 시위 예고... 공사 '시민 갈등 심화 중, 자제 요청'"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는 해당 사건에 대해 언급이 나온다.

이 보도자료에는 "한 시민은 2월 9일 오전 출근길 5호선 전동차 안에서 자신의 할머니 임종을 보러 가야 하는데 전장연 측이 열차를 막아 갈 수 없다며 현장에서 울면서 항의하는 등, 안타까운 사연도 이어지고 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눈물 섞인 사과'는 편집된 그 영상
 
이준석 대표가 공유한 영상의 한 장면. 하지만 이형숙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해당 발언 직후 눈물을 흘리며 자신 역시 이동수단이 없어 어머니의 임종을 보지 못했다는 말과 함께 시민에게 정말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이준석 대표가 공유한 영상의 한 장면. 하지만 이형숙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해당 발언 직후 눈물을 흘리며 자신 역시 이동수단이 없어 어머니의 임종을 보지 못했다는 말과 함께 시민에게 정말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 대중교통영상공작소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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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가 발표된 후, 여러 언론이 해당 사례를 다룬 보도를 내놨다. 이 대표가 게시한 영상처럼, 해당 장면만을 짚어 비판하는 유튜브 영상들도 올라왔다. 하지만 이 대표가 공유한 유튜브 영상은 사건의 전체적인 상황을 설명하고 있지 않다. 문제가 된 영상의 경우, '조모의 임종을 보러 가야 한다'는 시민의 말에 이형숙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이 "버스 타고 가세요"라고 답한 장면만 담겨져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이 회장은 이 직후 울먹이며 시민에게 "죄송하다. 안타깝다. 저는 작년 7월 25일 저희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응급실에서 임종이 임박했으니 빨리 오라는 전화를 받았는데 제가 휠체어를 타고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서 임종을 못 봤다. 장애인콜택시 배차가 안 되어서 임종을 못 봤다. 그래서 그 마음을 안다.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의 마음을 전달했다. 이 대표가 게시한 영상에는 해당 장면은 편집된 채 "물론 이 뒤에 본인도 휠체어 이동 수단 부재로 임종을 보지 못 했다고 답변했다"는 자막이 달렸을 뿐이다.

해당 사건을 보도한 언론들 역시 이형숙 회장의 사과 발언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에 언론개혁실천연대는 18일 '서울교통공사는 언론플레이 중단하고, 장애인과 소통에 나서라'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공사가 지난달 22일 장애인 시위로 인한 '시민불편'을 부각한 보도자료를 배포했고, 공사의 의도대로 많은 언론매체들에 의해 기사화됐다"며 "특히, '할머니 임종' 사례는 언론에 의해 자극적으로 활용되면서 장애인들의 정당한 시위를 중단하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고 비판했다.

이준석은 '갈라치기' 정치를 멈춰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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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과 장면'만 편집된 영상을 공유하며, 사실상 서울교통공사의 장애인과 시민을 향한 '갈라치기' 여론전에 힘을 보태주는 이준석 대표의 저의는 무엇일까. 이 대표는 다른 페이스북 게시글에서 "국민의힘은 지금까지도 장애인 이동권 향상을 위해 노력해왔고, 더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장애계의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에 대한 답변 요구에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 14일 전장연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인수위 집무실 첫 출근을 맞아 장애인권리예산 요구안을 전달하려 했으나, 불발됐다. 요구안을 받으러 오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경찰 100여 명에 둘러싸인 채 전달에 실패했다.

이에 전장연이 22일 재차 방문하자, 인수위 측 관계자가 요구안을 받아갔다. 하지만 다음날인 23일, 원일희 수석부대변인은 장애인권리예산에 대해 "장애인차별철폐는 장애인 인권 향상을 위한 당연한 과제이고 인수위에서 당연히 중점 과제로 다루고 추진할 예정"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할 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장애인 이동권 향상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 대표는 지금이라도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장애계의 외침에 진정성 있는 태도로 임해야 한다. 이 대표는 '갈라치기 정치'를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로 내세우는 것을 멈춰야 한다.

태그:#이준석, #국민의힘, #서울교통공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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