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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노동자 A(62)씨는 지난 2월 서울대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다 억울한 이유로 간병비를 떼였다. 보호자가 '환자에게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옮겼다'며 간병비를 줄 수 없다고 엄포를 놨기 때문이다.

A씨는 병원 구내 식당이나 병실 바깥 화장실·배선실을 오고 간 게 다였다. 당시 같은 층에서 확진된 다른 간병인, 청소미화원, 간호사들도 적지 않았다. "말도 안 된다" "너무 억울하다"고 호소했으나, 돌아온 답은 '병원측에서 간병사가 옮겼으니 (보상을) 간병인협회에서 받으라고 말했다'였다.

피해 액수는 25만 원. 간병 5일 째 코로나19에 확진된 A씨는 하루 일당으로 11만 원씩 총 55만 원을 받아야 했으나 보호자는 절반만 준다며 30만 원만 지급했다. A씨는 억울함에 정신적 충격을 받고 최근까지 심리치료를 받았다. A씨는 "이전에도 갖가지 이유로 돈을 떼인 적이 두 번 더 있다"며 "내 탓이 아닌데 내 탓이라고 몰아가고 어디 말할 데도 없고, 억울함에 지금도 울분이 차있다"고 말했다.

치료비까지 내라고 강요받은 간병인도 있다. 문명순 서울희망간병분회장(공공운수노조)은 "최근 대구 모 병원에서 일하는 간병노동자는 환자가 감염된 데 대한 치료비까지 내라고 요구받았다"며 "서울대병원의 또 다른 간병인도 환자가 확진됐단 이유로 보호자가 간병비를 주지 않겠다고 해서 결국 간병비를 못 받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간병노동자를 비롯한 돌봄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인권 침해 행위를 중단하고 안전 대책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나아가 의료 현장은 붕괴 직전이라며 거리두기 완화 지침을 중단하고 지침 준수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라고 주장했다.

'낮은 치명률' 소용없는 요양시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보건의료/돌봄 분야 현장실태 폭로 및 긴급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보건의료/돌봄 분야 현장실태 폭로 및 긴급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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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순 분회장은 "요양병원은 확진자 폭증으로 인해 극심한 인력난에 시달린 나머지, 확진된 환자를 격리시키지 않고 다인실에 두거나, 확진된 간병노동자와 간호사가 그대로 환자들을 돌본다"며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의 한 간병노동자는 확진된 환자와 함께 7일 동안 코호트 격리가 돼 병실 밖으로 못 나갔다. 이때 환자들에겐 식사가 지급됐지만, 간병노동자에겐 식사가 지급되지 않아 개인이 비축한 음식을 먹거나 밖에서 누군가가 식사를 넣어줘야만 했다"고 말했다.

간병인들은 병원 지원에선 배제돼있다. 주 1회 PCR 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정작 일하는 병원 선별진료소에서 PCR 검사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아, 간병 도중 매번 멀리 떨어진 보건소를 들러야 했다고 한다. 문명순 분회장은 "반복되는 검사로 피로도가 높고, 검사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 병원 직원들은 주 1회 검사를 하지 않는데, 이런 조치는 간병노동자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라며 "일부 병원은 직원들에겐 KF94 마스크를, 간병인에겐 덴탈 마스크를 주고 있다"고 밝혔다.

집단 감염 위험은 요양시설 돌봄노동자들에게 현실이다. 최현혜 의료연대본부 서울시립중랑요양원 분회장은 "서울 한 시립요양원은 입소자 300명 중 200명이 감염됐고 요양보호사 130명중 90명이 확진됐다"며 "3월 초 울산 한 구립 요양원은 구조상 격리할 공간도 없고 병원 이송도 되지 않으면서 2주 내 입소자와 직원 전체가 다 확진됐다"고 밝혔다.

나아가 "한 요양원에서는 입소자 확진이 확산되자 관할구청에 병원이송을 요청했지만 조치가 안돼, 직원들이 인근 요양병원을 물색해 확진된 어르신을 직접 차량으로 이송하고 회복되면 직접 모셔오는 업무까지 했다"고 전했다.

2년 만에 처음 나온 요양보호사 수당 '10만 원'

종사자 대거 확진으로 돌봄 공백 문제가 불거지면서 요양시설에선 신속한 인력충원 대책 마련과 이송 병상 확충을 요구하고 있다. 울산의 한 요양원에서 일하는 B씨는 "입소자·종사자 90% 이상이 집단 감염된 후 요양원 위생사, 사무직원까지 총동원돼 확진자를 돌본다"며 "대체 인력을 투입하려 해도 감염 위협과 열악한 처우 때문에 다른 요양보호사들이 오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토로했다.

초과 근무 시간은 껑충 뛰었지만 임금은 거의 늘지 않았다. B씨는 "오전, 오후, 야간 3개조로 돌아가던 근무가 주간, 야간 2개조로 바뀌면서, 밤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일하던 야간조가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일한다"며 "수당 지급은 없다. 정부는 코로나 발발 2년이 지난 최근에야 요양보호사에게 특별 수당을 신설했는데 '3개월에 10만원씩' 한시지급이다"라고 밝혔다.

의료 현장 상황이 악화일로에 빠진 이유로 박경득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장은 "유행 정점이나 기간이 불명확하고, 확진자, 사망자, 중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와중에 방역완화와 준비 없는 일상회복을 한 건 방역 포기와 다름 없다"며 "정부는 거리두기를 완화할 것이 아니라 거리두기를 잘 준수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박 지부장은 "이런 기자회견을 지난 2년간 100번은 넘게 했지만, 종사자들이 가장 힘들다고 하는 상황에서 회견을 하는 건 지금이다"라며 "그러나 윤석열 당선자 인수위도 근본 대책엔 아무 말 없고 단순히 '방역 지침을 완화하겠다, 마스크 벗게 하겠다'는 위험 발언만 쏟아낸다. 의료진 희생만 강요하지 말고 인력부족에 대한 근본적 대책과 인권침해에 대한 보호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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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기자입니다. 제보 young@ohmynews.com / 카카오톡 rockyrkd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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