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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당대표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당대표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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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만7077표, 0.73%p차의 신승.

'사마준석'의 계략으로 질 선거를 간신히 이긴 것일까, 아니면 그의 전략적 실패가 무난히 이기는 구도를 패배의 문턱까지 몰아넣었던 것일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당선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그는 '세대 포위론'을 내세우며, '2030세대와 호남'을 망치 삼아, '영남과 60대 이상'의 모루를 두고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잡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선거가 끝난 지금, 그의 비단 주머니가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한 건지에 대해서는 당 안팎에서 상반된 평가가 공존하고 있다. '20대 남성'을 위시한 열광적인 지지층과, '20대 여성'을 중심으로 한 그의 반대파가 공존하듯이.

"이준석 덕분에 이겼다"와 "이준석 탓에 질 뻔했다" 사이에서, 이준석 대표는 자신이 가려는 기조에 대해 여전히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나 '젠더 갈라치기'라는 비판에 대해 "건설적인 논쟁이 아니다"라며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의 세계관에서 능력에 따른 차이는 교정의 대상이 아니고, 그 능력의 배경에 성별의 구분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과거 선거에서 보수정당이 얻어 왔던 표들과 비교하며, 지금의 국민의힘이 더 많은 여성 표를 확보하고 있다는 맥락이었다.

아래는 지난 24일 오후, 국회의사당 국민의힘 당대표실에서 그와 나눈 이야기를 일문일답 형태로 정리한 것이다.

세대 포위와 호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당대표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당대표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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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 결과를 두고 이준석 덕이냐, 탓이냐 공방이 있다. 이준석 탓이라고 비난하는 건 부당한 평가인가?

"부당 (평가냐) 이전에 지금 여러 복잡한 상황이다. 특히 선거에 있어서는 각자가 공을 주장하기 바쁘다. 그러다 보니까 '나 때문에 이겼다'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쟤 때문에 이긴 건 아니다'를 동시에 해야 된다. (이준석 탓이라고 하는 건) 그런 맥락이다. 그때 12월, 1월 거치면서 '윤핵관'과의 다툼이 극에 달했을 때 지지율 추이를 보지 않았나. 그러니까 그거는 재론할 필요도 없는 거다."

- 이준석 대표가 이번 대선 전략 중에 가장 주요하게 밀었던 것이 '세대 포위론'이었다. 세대 포위론의 효과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성공했다고 보나?

"세대 포위론에도 인물·구도·바람이 다 적용된다. 지난 서울특별시장 보궐선거가 사실 세대 포위론이 가시화되기 시작한 선거인데, 예를 들어 20대만 놓고 본다고 하더라도 여성에서는 우리가 40% 지지를 받았다. 박영선 전 민주당 후보가 44%, 그리고 군소 여성주의 정당들이 15%를 받았다. 그러면 이미 6대 4는 맞지 않나? 오세훈 후보는 우리 당의 어떤 후보보다도 여성 표를 받기 유리한 위치에 있다. 그 상황에서도 이제 6대 4가 나왔었는데, 지금 상황에서 윤석열 당시 후보가 그 수치와 비슷한 정도의 지지를 받았다. 오히려 그때 72.5%에 달했던 20대 남성표가 대선에서 오히려 좀 이탈한 거 아니냐는 인식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해석을 완전 아전인수 격으로 할 수 있는데, 우리가 명확하게 봐야하는 거는 지난 대통령 선거 때 홍준표 당시 후보의 세대별 여성 지지율이 2%, 4%, 7% 이랬다. 그거에 비하면 지금 2030세대 남성과 여성 모두 월등한 상승세고, 당내에서도 다 안다."

- 어느 정도 효과는 발휘했다?

"어느 정도가 아니라, 상당히 효과를 발휘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만 해도, 여성 대통령 후보를 냈는데도 우리가 이것보다 못 받았다."

- 망치와 모루를 여러번 이야기했다. 모루 역할을 해야 되는 60대 이상 표는 상당히 단단하게 나왔지만, 원래 목표했던 호남이나 2030세대의 망치는 이재명 당시 후보 쪽이 더 많이 표가 나왔다.

"호남에서 한 20만 표 추가된 표가 없었으면, 이번 대통령 선거 승리를 과연 확신할 수 있었겠느냐? 혹자는 이런 이야기도 한다. '호남에 갈 만큼의 시간 동안 부산에 갔으면 더 오를 수 있었다'라고. 이런 거야말로 데이터를 제대로 못 들여다보고 하는 이야기이다. 영남에서의 6대 4를 8대 2로 만들어야 한다? 이런 건 가능하지도 않고 굉장히 비용적으로도 효율적이지 않다. 민주당이 지금까지 동진 정책을 통해서 부산·경남 지역에서는 35~40% 정도의 표를 다져놓은 거다. 아무리 거기에 가서 100번 유세를 한다 해도 다른 표 더 안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이준석의 행보를 궁금해 했다. 이준석이 어디 갔느냐, 아니냐를 판단한다. 그런데 우리 당의 현역 의원이 거의 다 모여 있는 경남이나 경북 이런 데서 자체적인 조직적 노력이라는 게 있었어야지. 오히려 현역 의원은 아무도 없고, 유일하게 기사화되고 이슈가 될 수 있는 이준석이 갔기 때문에 국민의힘의 호남 행보가 많아 보이는 거다. 다른 지역도 그만큼 했었어야지, 사람들이…."

- 호남에서의 득표율이 역대 보수정당과 비교해서 선전한 건 맞다. 그러나 지역구를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고소득층이 모여 있는 지역구에서 계급 투표 현상이 일어난 것 아닌가?

"광주, 특히 봉선동 같은 곳이 '광주의 강남'이라고 할 정도로 고소득층이 있는 곳이다. 그래서 거기에서 40% 가까운 지지율이 나온 것도 맞는데, 조선대학교나 전남대학교가 있는 지역구에서도 20% 중반대의 지지율이 나온 투표소들이 있다. 그 말은 확실히 젊은 세대가 많이 호응을 보냈다는 것이다. 광주 전체에서 우리 득표율이 한 12%대인데, 광주 동구 같은 경우에는 벌써 15%까지 나왔다. 15% 정도면 이제 지방선거에서 선거비용을 보전받을 수 있는 정도이다. 이전과는 큰 차이가 나는 거다. 오는 지방선거 때도, 호남에서 굉장히 유의미한 데이터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갈라치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당대표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당대표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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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언급했다. 그때보다 이번 대선에서 젠더 문제가 더 쟁점으로 올라왔는데, 막상 윤석열 후보가 받은 표를 당시 오세훈 후보가 받은 여성 표와 비교해 보면 과연 전략적 효과가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이렇게 보면 될 것 같다. 아까 말했던 것처럼 인물 변수가 작동하게 돼 있고, 전국 단위 선거냐 아니면 서울에서만 하는 선거냐에 따른 것도 있다. 변수가 완전히 다르다. 서울시장 선거 때도 보면, 그럼 72.5%의 20대 남성 득표율과 40%의 20대 여성 득표율이잖느냐. 그때 남녀 격차가 32.5%p였다. 이제 그런 격차를 보면서 '젠더 갈등이 심화되었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거는 특별한 근거가 있지 않다.

그러니까 이번에 20대 남자는 58.7%나 표가 나왔는데 왜 여자는 그렇게 안 나왔느냐고 이야기하는 거잖아? 그런데 애초에 이 당은 남자고 여자고 20대에서 그 정도의 표를 받아본 적이 없다. 그러니까 오히려 선거의 데이터를 합리적으로 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한다. 성별 지표의 격차가 늘어났느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고, 그러면 젠더 갈등이 심해졌다고 보기도 어렵고, 가장 표차가 극심했을 때는 20대 남성 72.5%가 오세훈 후보를 찍었던 서울시장 선거인데 그때가 더 젠더 갈등이 극심했다고 보지 않지 않는가."

- 실질적인 선거 전략은 '이대남'에 집중을 했고, 여성들의 비토를 산 경향이 분명히 있다. 그런데 '젠더 갈라치기' 한 거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이 대표는 '전혀 아니다'라고 답해 왔다. 

"내가 나경원 전 원내대표 시절보다 명시적으로 여자 표를 많이 받았다. 우리 정치에서는 항상 '어떻게'가 빠져 있다. 그러니까 '20대 여성 표를 가져와야 된다'라는 당위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당에 하나도 도움이 안 되는 사람들이다. 전임 서울시장의 성범죄가 터져서 치르는 보궐선거에서도 민주당을 찍는 이들이 44%이고, '남녀 임원 동수' '보건소에 먹는 낙태약 비치' '할당제 절대 강화'를 내세우는 정당들이 15% 가까이 가져가는데, 그걸 우리가 따라간다고 그러면 여성 표가 나오겠느냐? 이런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진지하게 없으면, 그냥 공허한 거다. '전라도 표를 얻어야 된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그건 당위이다. '어떻게 하느냐'에 대해서 왜 지금까지 아무도 성과를 못 냈느냐는 거다. 그거는 건설적인 논쟁은 아니다."

- 윤석열 후보가 당선인이 된 것을 반기는 남성 유권자들도 분명히 있지만, 반면에 이를 우려하는 여성 유권자들도 분명히 있다. 민주당에 당원 가입하는 2030 여성이나, 심상정 전 정의당 후보에게 쏟아진 12억 원의 후원금이 있지 않은가. 지역이 그렇듯 세대 안에서 성별로 이렇게 분화되는 것도 좋은 정치는 아니지 않은가?

"그 분화 속에서 엄청난 모순에 지금 직면한 거다. 그러니까 우리가 그러면 과연 반여성 정책이라는 걸 한 게 있느냐? 없다. 그럼 친남성 정책이라고 할 만한 건 도대체 뭐냐? 그걸 특정하지 않으면 잘못된 거다. 국민의힘이 그렇게까지 남성을 제대로 밀었다면 기억나는 남성 정책이 하나는 있어야 될 것 아닌가? 진짜 인상적일 정도로 기억나는 반여성 정책 하나만 소개해달라.

오히려 공허한 구호 같은 게 있다. 정치의 많은 영역은 어떤 막연함과 구호가 지배하기도 한다. '국민의힘이 집권하면 안보를 더 신경 쓸 것 같다'라든가 '민주당이 집권하면 복지를 더 신경 쓸 것 같다'라는 거다. 그런데 디테일하게 가면 안 그런 경우도 많다. 내가 이제 그런 거에 하나하나 개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래서 나는 딱히 뭐라고 이야기도 잘 안 한다."

- 구호에 의해서 약간 선전·선동된 측면이 있다는 건가?

"상대 정당은 명확하게 갈라치겠다는 의도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다. '이대남'이라는 말은 우리가 만든 것도 아니고, 언론에서 만든 현상이다. 나는 이대남이라는 말을 써본 적도 없다. 이대남에게 '우리 찍어달라' 이런 이야기 한 적도 없다. 그런데 민주당 같은 경우에는 그 주변의 스피커들이 계속 '1번남' '2번남' 이런 식으로 갈라치기했다. 오히려 젠더 갈등을 굉장히 이용하려고 했던 것은 민주당이다. 과연 우리 국민의힘이 여성들에게 손해를 주는 공격을 한 게 하나라도 있느냐? 없다."

여성가족부 폐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당대표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당대표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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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가족부 폐지'라든가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라는 구호에 대해 박수 치는 사람도 있지만, 미래를 불안해하고 우려하는 이들이 분명히 있다.

"영호남 갈등이 있어도, 보면 말도 안 되는 속설들도 있지 않은가. 옛날에 전라도 가면, 대구 지역 번호판을 단 차에는 기름을 안 넣어준다는 별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거 하나하나 들먹이면서 갈등을 부추기는 사람도 있다. 그러다가 실제로 해태 타이거즈 버스에 불을 지르기도 하고 했잖느냐(1986년 10월 발생-편집자 주). 그런 굉장히 안 좋은 형태의 막연함에 대해서는 솔직히 대응할 방법이 별로 없다. 그래서 그런 것들은 정당에서 건드릴 필요가 없다.

예를 들어, 우리가 뭔가 실제 '젠더 갈라치기'를 하기 위해서 잘못한 내용이 특정되면, 교정하기 위한 노력을 할 수 있겠다. 그런데 그게 특정되지도 않잖아? '술은 먹었지만 음주운전은 안 했다'가 아니라 '너가 술 먹은 건 본 적 없는데 하여튼 너는 음주운전이야' 뭐 이런 식인 거다. 그러니까 우리가 뭔가 대응하기가 어렵다."

- 그러면 왜 여성가족부 폐지에 불안감을 호소하며 반대하는 여성들이 있는가?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해 여론조사를 하면 찬성하는 여성도 상당히 많다. 경희대학교는 총여학생회를 여학생들의 총투표로 해체했다. 우리가 그런 것을 간과하면 안 된다. 총여학생회라는 이름을 들고 있다는 것만으로 여성들이 꼭 지지하는 단체는 아니라고 본다. 여학생들의 전원투표로 총여학생회가 해체되는 건 상징적인 행동이었다고 본다."

- 윤석열 당선인은 기자들에게 여성가족부 폐지와 관련해서는 밀고 나간다고 이야기했다. 관련해서 이준석 대표가 조언을 한 게 있나?

"조언은 전혀 없다. 오히려 후보가 젊은 우리 청년 보좌관들과 대화를 하고, 단순히 득표 전략이 아니라 내재적으로 지금 그걸 받아들여서 본인이 이야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후보가 어디 휩쓸려서 다른 사람이 조언한다고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은 당선인의 대선 공약이기 때문에 흔들면 안 된다고 이야기를 하지 않았나? 그런데 사실 이명박 정부도 여성부 폐지를 이야기했다가 물러섰고, 한반도 대운하라는 주요한 대선 공약도 여론의 반대에 밀려서 철회했다. 대선 공약이기 때문에 무조건 비판하면 안 된다는 건 너무 닫혀있는 것 아닌가?

"그때 대운하 기획이 무산되고 4대강 정비 사업으로 가고 이런 것들은 실수요 조사 등을 해보면서 바뀐 것이지만, 여성가족부 폐지 같은 정부조직법 개정 정도의 단계에 있어서는 당선인의 의중대로 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국민 세금이 들어가니까 세금을 아끼겠다는 취지이다. 수명이 있는 특임 부처를 없애겠다는 데 대해서는 국민들이 4대강 계획과는 좀 다르게 반응할 것이다. 그리고 그때 이제 MB 인수위는 특징적으로 기억하는 게, '오렌지-어륀지' 같은 것부터 시작해서 정책과 관계없는, 조소적인 반응을 자아낼 수밖에 없는 사고가 몇 번 있었다. 그때랑은 좀 다를 것이다."

할당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당대표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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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석 대표를 개인 정치인으로 보았을 때도, 이번 대선에서의 '갈라치기' 이미지가 추후에 큰 정치를 하려고 할 때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

"어차피 실제와 다르다. 그거는 긴 기간 동안에 다 해결된다. 홍준표 의원 같은 사람도 있지 않은가. 홍 의원이 대표를 하던 시절에는 꼰대의 상징처럼 돼 있다가, 지금은 2030세대의 호응을 얻지 않았나. 그게 막연함이다. 당시 상황과 결부되어서 생각하는 거다. 그 당시에는 탄핵 이후에 워낙 우리 당이 인기가 없는 상황 속에서 홍준표 대표가 젊은 세대의 굉장히 강한 비토를 받았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우리 윤석열 당시 후보보다 젊은 지지층이 더 강하게 형성되어 있었다는 게 증명됐잖느냐.

지역 갈등도 그렇고 세대 갈등도 그렇고, 예전에 미국 민주당이 남북 전쟁 이전에는 노예제를 옹호하는 정당이었고, 링컨의 공화당이 노예를 해방하자는 곳이었다. 그런데 지금 100여 년이 지나서, 미국의 민주당이 오히려 흑인들한테 많은 표를 받고 있고, 공화당이 흑인한테 적은 표를 받잖느냐. 지지는 가변적이다."

- 앞으로 국민의힘이 정책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증명하느냐에 따라 달라질까? '여성이 안전한 대한민국'이라며 여성 안전 공약을 대선에서 적극적으로 밀지 않았었나?

"'여성 안전' 공약이 아니라 '안전' 공약이다. 예를 들어, 여성을 위한 CCTV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CCTV를 단다는 것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영향을 끼치는 거지, 여성용 CCTV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CCTV를 확보하겠다는 공약은 '젠더 뉴트럴'(성중립) 한 것인데, 거기에 여성이 더 관심을 많이 가질 수는 있겠다. 그리고 거기에서 더 안도감을 느낄 수도 있겠지. 그런데 그게 여성 공약은 아니라는 거다. 특별하게 뭔가 정책적으로 할 수 있는 건 딱히 없다.

예를 들어 군대에 가면 월급 200만 원을 준다고 했을 때, 그것도 군인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하겠다는 취지인데, 징집병은 100% 남자니까 그게 남성 공약처럼 되어버린 거다. 군대에 간 남성에게 200만 원을 준다고 해서 여성에게 손해가 있나? 상대적 박탈감이랄 수도 있나? 하지만 남성들에게 '200만 원 받을래, 군대 안 갈래' 이렇게 물어보면 다 '군대 안 간다'고 그럴 것이다. 이거는 젠더랑은 다른 거다. 이런 것들을 엮어 가지고 남성을 우대했다? 이러면 할 말이 없는 거다. 젠더 문제에 대해서는 공정한 기준과 잣대를 가져갈 뿐이지, 찾아보면 딱히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 '여성 할당제'만이 아니라, 9급 공무원 시험이나 교원 임용처럼 할당제에서 남성이 혜택을 볼 수도 있다. 일괄적으로 모두 폐지하겠다는 게 기조인가?

"이번에 이슈가 됐던 이공계 장학금 같은 경우에도 여성에게 35%를 줘야 한다는 권고 조항이 있었지만, 실제로 그 권고 조항과 관계없이 이미 여성은 40% 가까이 장학금을 차지한다. 그 전에 왜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해에는 지원한 사람의 풀에 따라서 장학금을 70%가 남성이 가져갈 수도 있고, 어떤 해에는 70%를 여성이 가져갈 수도 있다. 왜 애초에 그런 배려를 해야 되는가? 애초에 과학·이공계 장학금이라고 하면 잘하는 사람한테 가야 하는 거 아닌가?"

- 일종의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 미국의 인종할당제) 아닌가? 이공계 같은 경우 여학생의 진입이 너무 어려웠고, 진출을 기피하기도 했고, 진입해서도 힘든 환경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장려하기 위해서 장학금이 존재했던 것이고, 그 덕분에 여학생의 장학금 수령 비율이 40%까지 올라왔다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 않은가?

"장학금 때문에 이공계 학과를 선택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본다. 그거는 뭐,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게 주요한 변화의 요인은 아니었을 것이다. 실제로 남성과 여성의 직업 선택의 경향과 선호가 좀 다르기 때문에, 그건 학과별로 성별 차이가 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학자의 50%가 여성인 사회가, 과학자의 20%가 여성인 사회보다 더 나은 사회인가? 수치적 성평등이 모든 것의 목적인 사람에게는 그게 더 나은 세상이겠지만, 나는 어디가 더 나은 세상인지를 잘 모르겠다. 그러니까 잘하는 과학자가 많은 세상이 좋은 세상이고, 그러면 나는 여성이 70%가 돼도, 남성이 70%가 돼도 그냥 잘하는 사람이 많은 게 좋은 세상이라 보는 거다."

- 지역 인재 전형 등과 관련해서는 일종의 할당제를 적용하는 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았나? 지역 할당과 성별 할당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지역 인재 같은 경우에는, 어쨌든 지역에 일자리를 만들고 지방을 진흥한다고 했을 때는 그곳에 사람이 머무르게 해야 되는 특성이 있다. 그렇게 했을 때는 지역 인재를 우대하는 것 외의 방식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차선으로 우리가 선택하는 것이다. 남녀가 어떤 지리적 공간의 개념도 아니고, 그건 상황이 좀 다르다.

- 그러니까 지역은 그 나름의 의미와 특수성이 있다? 다만, 젠더와 관련해서는 무의미하다?

"그렇다." 

태그:#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젠더갈라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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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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