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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죽을 넉넉히 끓여 오미크론 확진자 지인과 나눔을 한다
 깨죽을 넉넉히 끓여 오미크론 확진자 지인과 나눔을 한다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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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전부터 아침 식단으로 깨죽을 끓여 먹기 시작했다. 나는 날마다 깨죽을 끓인다. 위가 좋지 않은 남편 때문에 이것저것 챙겨 먹다가 내린 결론이다. 검정 깨죽은 항산화 작용과 필수 아미노산 치매 예방과 항암 효과와 여러 가지 좋은 성분을 가지고 있어 노인들이나 환자들에게 권해 주는 영향식이다. 

깨죽을 끓이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오미크론 확진 지인들과도 나눔을 한다.

오미크론이 오면서 날마다 아침이면 습관처럼 폰을 열어본다. 내 주변에 급한 상황이 있는 사람이 없나 또는 급히 답해야 할 내용이 없나 확인하기 위해서 그렇다. 폰에서 제일 먼저 마주하는 메시지는 내가 살고 있는 군산 지역의 오미크론 확진자의 숫자다. 오늘 몇 명의 확진가 나왔나 정보를 알게 된다.

요즘엔 우리 지역도 매일 이천 명 가까운 확진자가 나오고 있으니 신경이 예민해진다. 더욱이 우리 부부는 나이 든 세대라서 그렇다. 또한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해서 더욱 주의를 해야 한다. 우리 부부는 날마다 조심하면서 하루를 살아낸다. 멀리 살고 있는 자녀들도 매일 우리 부부의 근황을 물어본다. 다행히 우리 부부는 지금까지 무탈하다.     
                                           
정말 이곳저곳 고개를 돌려보아도 내 곁에 오미크론 확진자가 많다. 이게 정말 무슨 일인지 알 수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날씨는 꽃샘추위가 떠나질 않는다. 봄은 봄이라고 여기저기 꽃망울을 터트리고 꽃을 피워내는 데 우리 마음은 아직은 봄이라 말하기 어렵다. 매일 포근한 날씨가 오는 듯하다가도 어느 날은 춥고 날씨를 알 수가 없다. 오미크론은 감기처럼 온다고 해서 더욱 주의가 요한다.

자연의 시간은 정해진 대로 흘러가고 있다. 사람은 감당할 수 없이 버거운 짐을 지면 마음의 병이 된다고 한다. 내가 질 수 없는 짐은 버거운 짐은 내려놓아야 한다. 아무리 코로나와 싸워도 물러날 때가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 본다. 이럴 땐 마음을 비우고 때를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깨죽을 먹기 위해서는 죽 가루를 만들어야 한다. 단골 방앗간 사장님에게 전화를 해서 검정깨 3kg를 볶아 달라고 부탁하고, 쌀 3kg을 물에 불려 건져 가지고 가서 검정깨 볶은 것과 불린 쌀을 섞어 방아를 찧으면 죽 가루가 된다. 그걸 가져다 김치 냉장고에 저장하고 날마다 아침에 죽을 끓여 먹기 시작했다. 
                                                                                                         
영양면에서도 좋고 가루에 물만 부으면 죽을 끓여 먹을 수 있어 너무 간편해서 좋다. 더 좋은 것은 내 주변에 오미크론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죽을 끓여 가져다주면 정성과 사랑이 함께 전해지는 것 같아 먹는 사람도 좋고 주는 사람도 흐뭇해진다는 점이다. 벌써 깨죽 가루를 두 번째 만들었다. 나는 거의 날마다 깨죽을 끓인다. 

오늘은 누구에게 깨죽 끓여다 줄까 주변을 둘러본다.

동생이 확진이 되었을 때도 며칠째 깨죽을 끓여 주었고 동네 뜨개방 선생님도, 또 누가 잇몸이 아프다고 하면 죽을 끓여 건네준다. 오늘 아침도 가까이 있는 지인에게 주려고 넉넉히 끓였다. 아! 이러다가 깨죽 끓이는 할머니가 될 것 같다. 죽 가루를 만들고 약간의 돈은 들지만 내가 버는 용돈으로 충분하다.   

이웃에게 전해 주는 깨죽

나이 든 내가 돈을 저축하면 무얼 하겠나. 쓰고 싶은데 쓰면 그만이다. 나이 들면 돈을 특별히 많이 쓸 곳도 없다. 옷 사 입을 일도 없고 교육비에 돈 쓸 일도 없다. 사실 먹고사는 돈은 그닥 많이 들지 않는다. 다만 병원비가 많이 들뿐이다. 내 나이에 용돈 벌어 나누고 살 수 있으면 그보다 즐거운 일이 어디 있겠나. 아니 누가 알면 좋은 일 엄청하는 사람처럼 보일까 민망하다. 그냥 남에게 폐 끼치는 일은 하기 싫다.

나는 꽃 그림 그리며 용돈 버는 할머니이며 깨죽 끓여 주는 할머니가 된 것 같다. 아니 할머니라는 말은 아직인데, 그렇지만 깨죽 끓이는 할머니라는 말이 더 푸근한 것 같다. 삶이란 결과는 내 것이 아니고 과정만 내 것이라는 말이 있다. 죽을 끓여 건네주는 것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고 그 죽을 먹고 건강해지는 결과는 그 사람의 몫이다. 

어제도 오랜만에 말랭이 마을 '봄날의 산책 책방'을 방문하면서 깨죽을 끓여다 살짝 내밀었다. "책방에서 밥시간 맞추기 어려울 때 드세요". 어떤 다른 작은 선물보다 마음이 담긴 사랑을 전해 주는 것이 나는 좋다. 아마도 죽을 끓이면서 기분 좋아지는 내 마음을 즐기는 것 같다. 사람에게 사랑을 전하는 과정을 이라 생각한다.

사람은 절대로 혼자 살 수 없는 존재다. 살면서 주변의 인연과 소통을 하며 응원을 보내며 서로 삶의 에너지를 얻는다. 어찌 보면 사람은 주고받고, 서로의 필요에 의해 살아간다. 내 주변, 그리고 나를 둘러싸고 있는 가족과 이웃이 고맙고 소중하다. 내 가슴 안에 자리 잡고 있는 희망이 나를 살게 한다. 힘들 때 내 이웃이 건네주는 말 한마디가 삶의 용기를 준다. 

여하튼 날마다 깨죽을 끓여 남편과 함께 먹고 주변에 전할 수 있는 건강을 주심에 신께 감사한 마음이다. 이 소소한 일상을 잘 살아 내다보면 언젠가는 오미크론이라는 전염병도 끝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말을 믿어 보련다. 

매년 해가 바뀌면 잊지 않고 아파트 화단에는 동백이 핀다. 오늘도 밖에 나와 보니 아파트 화단에 피어있는 동백꽃이 환하게 웃고 있는 듯 반갑다. 곧 있으면 단지 내 벚꽃도 화려하게 필 것이다. 기다리지 않아도 우리의 삶은 시간표대로 흘러간다. 우리는 아직도 3년이 다 되어 가는 나날들을 코로나와 싸우고 있다.

꽃을 보면서 희망을 가져 본다. 이제는 애달퍼하지 않는다. 마음을 비워내야 편하다. 세상의 순리에 따라 살아 보련다. 세상살이는 다 때가 있다고 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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