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서울시 동작구 상도동에 있는 국사봉중학교
 서울시 동작구 상도동에 있는 국사봉중학교
ⓒ 국사봉중학교

관련사진보기


"국어는 우리말이니 알아듣기는 하지만 긴 문장 나오면 멘탈 무너지고, 수학 시간부터는 뭔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어 곳곳에서 숙면 중..."

요즘 학생들의 말이다. 그런데 학교 수업이 이런 식으로 전개된다면 어떨까?

1교시 국어, 플라스틱에 관한 시를 써보기.
2교시 수학, 국어 시간에 쓴 시를 갖고 순환소수의 순환마디를 이용하여 음악 만들기
3교시 음악, 작곡한 노래를 감상하고 불러 보기

멀리 북유럽 학교의 이야기가 아니다. 서울시 동작구 상도동에 있는 국사봉중학교 수업이다. 이 학교의 이야기를 들은 것은 지난 22~23일 교육부가 주최하고 충청북도교육청이 주관한 '학교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국제 컨퍼런스' 행사에서였다.

국제행사인만큼 북유럽이나 독일의 앞서가는 사례를 얻어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고 온라인 영상을 주시했는데, 가장 눈에 띄는 사례는 북유럽도 독일도 아닌 국사봉중학교였다. '국수영사과'부터 '기술과 가정, 음미체'까지 모든 교과목들이 유기적으로 탄소 중립을 향해 돌아가면서도 매우 구체적이고 실용적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학교가 공립학교라는 점이다.

"저희가 공립이다 보니 선생님들도 매년 바뀌세요. 그런 가운데 어떻게 환경 교육을 지속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토론이 있는 교직원 회의에서 교사 투표를 통해 확정했어요. 모든 학년 모든 교과가 참여하는 생태전환교육을 하기로."

이 날 발표를 한 국사봉중학교 최소옥 교사의 말이다. 최 교사의 소속 부서도 독특했다. 생태전환교육부. 2011년 혁신학교를 준비하던 교사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시작된 이 학교의 환경 교육은 학교 주변 '성대골 에너지 전환마을'을 만나며 학교협동조합 설립과 교내 햇빛발전소 건립으로 이어졌고, 마침내 2018년 12월 교사투표를 통해 전학년 전교과 '생태전환교육'으로 체계화됐다.

생태전환교육부서도 만들었어요
 
국사봉중학교 2학년 1학기 수학 교과 수업 내용. 학교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국제 컨퍼런스 발표물.
 국사봉중학교 2학년 1학기 수학 교과 수업 내용. 학교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국제 컨퍼런스 발표물.
ⓒ 국사봉중학교

관련사진보기


"선생님들끼리 모여 융합교육과정을 협의했고 직무 연수도 했고 2021년에는 생태전환교육부서도 만들었어요. 사실 작은 학교에서 별도 부서가 쉬운 일은 아니죠." - 최소옥 교사

국사봉중학교의 수학 시간은 이렇게 시작한다. 각자 준비해온 공공요금 고지서를 꺼낸다. 그 안에 표시된 한 달 전기요금부터 수도요금, 가스비, 교통비 등을 확인해 하나하나 탄소 발자국 계산기에 입력해 본다. 우리 집이 한 달 동안 이산화탄소를 어느 정도 배출하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나무 몇 그루를 심어야 할지도 계산해 본다.

여기에 한 차원 더 높은 수학이 들어간다. 과연 어떻게 하면 우리 집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을 것인지 '연립방정식'을 세워 풀어보자. 2학년 1학기 수학 수업 내용이다. 수업을 받은 아이들은 '전에는 화장실 불이 켜져 있어도 신경도 안 썼지만 지금은 꼭 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정도면 천지개벽 수준의 변화 아닌가?
 
과학 시간, 재활용품을 이용해서 재생에너지 발전기를 만드는 실습이 시작된다. 동아리에서는 태양광 전지판과 자동차를 만들어보고 태양광 자동차로 축구 경기도 한다. 전기 에너지에 대한 개념을 배운 뒤 전동기의 시초인 호모폴라 전동기를 만들어보고, 누군가에게 선사할 발광다이오드(LED) 카드를 만들어 마음을 표현하기도 한다. 중학교 2학년 '전기와 자기' 내용이다.
 
국사봉중학교 도덕 교과 주제 탐구 사례. 학교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국제 컨퍼런스 발표물.
 국사봉중학교 도덕 교과 주제 탐구 사례. 학교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국제 컨퍼런스 발표물.
ⓒ 국사봉중학교

관련사진보기


도덕 시간, 지구를 살리고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소비자 행동을 배운다. 구체적인 실천과제로 각자 한 가지 상품을 선정하고 이를 제조한 회사에 소비자로서 편지를 쓴다. 한 학생은 자신이 즐겨 마시는 '옥수수 수염차'를 선정했다. 그리고는 제조회사의 주소와 우편번호를 검색해 편지를 썼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옥수수 수염차를 즐겨 마시는 학생입니다. 평소에 옥수수 수염차를 즐겨 마시면서 든 생각이 있습니다. 바로 비닐 포장지의 크기와, 불필요하다고 생각된 문양입니다..."

역사 시간, 선생님이 '종이의 역사'를 가르친다. 베어지는 나무와 탄소 배출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학생들이 직접 한지를 만들고 자신이 만든 한지에 종이 절약 실천에 대한 다짐을 적는다.

우리 마을을 이렇게 바꿔나가 보자

학생회 자치회의, 안건은 채식 급식 식단 짜기였다. 고기반찬 없으면 밥을 못 먹는 친구들이 어떻게 채식 급식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할지 학생들끼리 머리를 모아 최적의 레시피를 짜 본다.

교사들은 관련 교육내용을 다양한 교과 안에서 풀어나갔다. 사회 시간에는 '온실가스와 채식', 전 세계에 일고 있는 '고기 없는 월요일' 캠페인을 소개한 후 카드 뉴스를 만들었고, 가정 선생님은 '로컬푸드'를 수업내용으로 준비했고, 국어 선생님은 '생태에너지 관련 책 읽고 설명문 쓰기'를 과제로 제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학생들은 학기 말 생태축제에서 채식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2학년 1반에서 '콩고기 햄버거 만들기'를, 학생회에서는 '채소력 테스트' 체험 부스를 운영했다. 육해공 연합작전으로 기후문제에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기후 문제가 어느 한 교과로 풀어나갈 수 없는,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문제잖아요. 실천이 필요하고, 그러기 때문에 여러 교과가 함께 아이들이 이 문제를 복합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 최소옥 교사

기후 교육 관련해서 유명한 말이 있다. 생각은 글로벌하게, 실천은 지역에서. 국사봉중학교도 마을에서의 실천을 강조한다. '지구가 위험하다, 그래서 어쩌라구'가 아니라 '그래서 우리 마을을 이렇게 바꿔나가 보자'라는 식의 지역 연계형 실천 과제를 제시한다.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의 사회 과목 수행 평가 과제는 우리 마을을 생태 마을로 바꾸기 위한 아이디어 제출하기. 그런데 3학년 학생이 써낸 계획은 매우 구체적이었다. 어느 지점에 차 없는 거리를 만들고, 어느 지점에 청소년 문화 시설을 어떤 형태로 건립할지, 기발하면서 섬세했다.
 
국사봉중학교 3학년 사회 수행 평가 사례. 학교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국제 컨퍼런스 발표물.
 국사봉중학교 3학년 사회 수행 평가 사례. 학교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국제 컨퍼런스 발표물.
ⓒ 국사봉중학교

관련사진보기


지금까지 언급한 내용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기사에 소개하기에는 너무 다양하고 융복합적인 교육활동들을 수행하고 있었다. 궁금했다. 다른 학교들이 국사봉중학교처럼 되려면 어떤 과제들이 필요한지. 최소옥 교사는 자신들도 아직 많이 부족하다며 말을 아끼던 끝에 이런 말을 남겼다.

"지금 교과서 안에는 직접적으로 기후위기에 관한 언급이 별로 없어요. 그러다 보니 관심을 가진 교사더라도 교과서 외적인 이야기를 해야 하는 부담이 될 수 있죠. (저희 경험으로는) 교과서 핵심 내용(성취기준)을 풀어나가는 중간 매개로 기후 문제를 활용하거나 채식 관련 토론 등 활동까지 연계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교과서가 조금 바뀌면 더 활성화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참고자료]

'학교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국제 컨퍼런스' 유튜브 영상 (충청북도 교육청, 2022. 3.23)

최소옥, '마을과 함께하는 햇빛학교 프로젝트' (학교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국제컨퍼런스 PPT 자료집, 2022. 3.22)

'[KBS 다큐온] 연립방정식으로 우리집의 탄소배출량을 계산해 볼 수 있다면? (국사봉중학교 환경교육 사례)'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유튜브채널, 2021. 6.10)


댓글9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