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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 전문가이자 토지정의 운동가인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제금융부동산학과 전강수 교수가 경제정의와 부동산 문제에 관해 정론을 피력하고 그때그때 부각하는 경제 이슈를 해설하는 '전강수의 경세제민'을 연재합니다. '경세제민'은 세상을 잘 경영해 국민을 편안히 한다는 뜻으로 썼으며 이 말을 줄인 것이 '경제'이기도 합니다. 필자는 대한민국이 해방 후 농지개혁으로 잠시 실현했던 '평등지권 사회'를 회복하기를 꿈꿉니다.[편집자말]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비상대책위원들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회의 시작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채이배, 배재정, 김태진 위원, 윤 비대위원장, 이소영, 조응천 위원, 박성준 비서실장.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과 권지웅 위원은 화상을 통해 참석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비상대책위원들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회의 시작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채이배, 배재정, 김태진 위원, 윤 비대위원장, 이소영, 조응천 위원, 박성준 비서실장.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과 권지웅 위원은 화상을 통해 참석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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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 보유세를 대폭 완화할 기세다. 지난 18일 조응천 비대위원이 1가구 1주택 보유세를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한 것을 계기로 보유세 완화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고 당 일각에서는 아예 1주택자의 종부세를 폐지하자는 의견까지 나왔다고 한다.

사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부동산 세제 완화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송영길 대표는 취임 후 부동산세 완화 방침을 밀어붙여서 1주택자 종부세 부과 기준을 공시가격 9억 원에서 11억 원으로 높였고, 양도소득세 고가주택 기준도 실거래가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올렸다. 작년 4.7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한 후 서울과 수도권의 민심을 되돌려보려는 취지에서 취한 조치였다. 여기에는 문재인 정부가 종부세와 양도세를 과도하게 올리는 바람에 서울 수도권의 민심이 떠났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

이런 판단은 20대 대선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2017년 이후 부동산 공화국을 해체해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국토보유세와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를 줄기차게 주창해 온 이재명 후보조차 "부동산 세금을 확 줄이겠다"라며 기존 생각을 철회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유플렉스 앞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부동산 조세정의실현과 실수요자 대출 합리화' 공약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유플렉스 앞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부동산 조세정의실현과 실수요자 대출 합리화" 공약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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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가 진행되는 도중에 '부동산 공화국 해체'라는 구호는 이재명 후보의 입에서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었고, 그 대신 부동산값 폭등은 공급 부족 때문이라는 원인 진단과 함께 대대적인 공급 확대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약속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부동산 문제의 원인을 공급 부족에서만 찾는 시장만능주의자들의 주장이 그대로 수용되는 순간이었다. 이재명 후보의 브랜드 정책으로 알려졌던 기본소득 연계형 국토보유세는 토지이익배당이라는 이상한 이름을 단 채 공약집 구석으로 밀려났다.

이재명 후보가 국토보유세와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 신탁제에서 출발해 부동산 과세 완화와 대대적인 공급 확대로 넘어간 과정을 두고 일부 언론은 단순히 '우클릭'이라 표현했지만, 실은 그보다 훨씬 심각한 변신이다. 토지공개념 정신을 버리고 부동산 시장만능주의를 채택하는 세계관 변화를 내포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서울과 수도권에서의 지지율이 뒤지는 상황에서 보유세 강화를 통한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를 공약으로 내세울 경우 짚을 지고 불 구덩이 속에 뛰어드는 꼴이 되리라 판단한 듯하다.

몇 가지 의문

여기서 몇 가지 의문이 생긴다. 작년 4.7 재보궐선거 이후 지금까지 더불어민주당이 내린 원인 진단과 처방은 과연 옳은 것일까.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에 압도적 승리를 안겨준 서울과 수도권의 유권자들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과세 강화로 자신들의 세 부담이 늘어서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 쪽으로 돌아섰을까. 부동산 세금을 확 줄이겠다고 한 이재명 후보의 공약은 서울과 수도권에서의 득표에 도움이 됐을까. 부동산 보유세를 완화하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의 방침은 다가오는 지방선거에 유리하게 작용할까.

서울과 수도권의 민심 이반에 부동산 정책 실패가 크게 작용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주지하듯이 문재인 정부는 역대 정부 최고의 집값 상승과 최다의 풍선효과 발발을 기록했다. 2020년 7월부터 부랴부랴 다주택자 위주로 부동산 과세 강화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지만, 이미 투기 광풍이 부동산 시장을 휩쓸고 간 뒤였다. 2021년부터는 부동산 과세 강화와 함께 대출 규제도 대폭 강화됐다. 여기에 금리 인상이 더해졌으니 부동산 시황 반전은 시간 문제였다.

이런 상황에서 치러진 20대 대선에서 부동산 계급별로 선택이 어땠을지 궁금하다. 부동산 계급별로 여론조사를 하면 실태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겠지만, 필자로서는 그럴 형편이 안 되니 논리적 추론을 펼칠 수밖에 없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주변 아파트 단지. 2022.3.15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주변 아파트 단지. 2022.3.15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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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택자, 무엇에 분노했을까

우선, 무주택 서민들은 문재인 정부가 집값을 폭등시킨 데 대한 분노가 컸을 것이다. 장래에 내 집 마련의 꿈이 멀어졌다고 느낀 2030 세대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문제에 제대로 대처할 것으로 믿고 세입자로 머물렀던 사람들도 적지 않다. 가만히 앉아서 '벼락거지'로 전락한 그들이 느꼈을 배신감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20대 대선 과정 내내 정권 교체 여론이 그토록 높았던 데는 이 모든 이들의 분노가 큰 역할을 했다. 게다가 이미 집값이 천정부지로 올라버린 상황에서 뒤늦게 강화한 대출 규제는 대출을 받아서라도 집을 마련하려고 했던 사람들의 계획을 무산시켜 버렸다. 불타오르고 있던 분노에 기름을 갖다 붓는 격이었다.

언론은 무주택 서민들의 분노를 부동산 과세 강화에 대한 반발인 것처럼 묘사했다. 과세 대상이 아닌 사람들이 과세 강화에 반발했다니 내 머리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혹자는 무주택 서민들이 부동산 과세 강화에 반발한 것은 언젠가 자신들이 부동산 소유자가 되는 상황을 염두에 두기 때문이라는 희한한 해석까지 덧붙였다.

한국 언론의 사실 왜곡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므로 새삼 이를 문제 삼고 싶은 생각은 없다. 문제는 더불어민주당이 이런 해괴한 논리를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더불어민주당이 무주택자의 마음을 얻을 정책 공약을 내놓지 못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집값 폭등과 대출 기회 봉쇄로 내 집 마련의 꿈이 철저히 무산되고, 한 번의 판단 실수로 '벼락거지'가 되어 버린 사람들의 분노가 정권 교체 여론의 주요 동력이었음을 정확하게 인식했더라면, 근본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정책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을 것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이재명 후보의 브랜드 정책 바로 그것이었다. 그러나 '킬러 공약'으로 막강한 위력을 발휘할 뻔한 정책을 스스로 포기해버렸으니 안타깝기 짝이 없다.

이재명 후보는 무주택자로부터 윤석열 후보보다 더 많은 지지를 받기는 했다. 하지만 방송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이 후보의 득표율은 52.2%에 그쳐서 압도적 지지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만일 이재명 후보가 국토보유세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자신의 정체성을 일관되게 유지했더라면 70~80%의 득표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환심 사기 전략의 실패

이번 대선에서 부동산 과다 보유자들의 태도는 어땠을까. 문재인 정부가 역대 최고의 부동산값 상승으로 부동산 부자들에게 엄청난 불로소득을 안겨줬으니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당연했을 법한데 그들은 그리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그들은 어느 쪽이 진짜 자기편인지 본능적으로 안다. 이재명 후보도 윤석열 후보도 똑같이 부동산 과세 완화와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그리고 재건축 완화를 약속했지만, 부동산 부자들은 윤석열 후보가 더 화끈하게 자신들의 이익을 지켜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제20대 대통령선거일인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2동 제3투표소(언주중학교)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위해 길게 줄을 서고 있다.
 제20대 대통령선거일인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2동 제3투표소(언주중학교)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위해 길게 줄을 서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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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후보가 아무리 시장만능주의자가 내놓을 법한 공약으로 부동산 부자들의 환심을 사려고 했어도,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부동산 과다 보유자가 밀집한 지역구에서 윤석열 후보에게 보낸 압도적 지지는 이를 웅변으로 증명한다.

요컨대 이재명 후보가 먹히지도 않을 어설픈 공약으로 이 지역의 지지를 끌어내려한 것은 큰 패착이다. 부동산 부자의 다수는 어떤 경우라도 그에게 표를 던질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재명 후보로서는 부동산 공화국의 현실을 폭로하며 이를 해소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고 호소해서 애국심과 정의감을 가진 일부 부동산 부자들의 지지라도 끌어내는 것이 현명하지 않았을까.

무주택자와 1주택자 모르는 민주당

집 한 채 가진 중산층들은 어떤 생각이었을까. 집 한 채라고 하지만 가격이 천차만별이니 정치적 선택이 다 같은 리는 없었을 터이다. 서울 강남의 수십 억짜리 집을 가진 사람들은 부동산 과다 보유자들과 비슷한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외의 지역에서 집 한 채 가진 사람들은 어땠을까. 부동산 과세 강화에 분노하며 정권 심판의 의지를 불태웠을까, 아니면 집값 폭등 때문에 앞으로는 더 넓은 집, 더 좋은 집으로 이사하기가 어려워진 현실에 분노했을까.

강남 이외의 지역, 특히 지방에 거주하는 1주택자의 경우 부동산 세금 부담이 별로 늘지 않았다. 오히려 작년 3월 재산세 감면 조치로 보유세 부담이 줄어든 경우도 많다. 요컨대 다수의 1주택자들에게 부동산 과세 강화는 별문제가 아니었다. 이들의 지지를 끌어내려했다면 무주택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부동산 공화국을 해체하여 불평등을 완화하겠다'는 공약으로 다가갔어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이재명 후보는 무주택자와 강남 이외 지역 1주택자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대선 이후 부동산 보유세 완화를 거론하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부자들의 마음을 얻기에는 한참 부족하고 서민층과 중산층을 절망에 빠뜨릴 정책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으니 애당초 승리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던 것 아닐까.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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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후보가 어쩌다가 부동산 공화국 해체라는 개혁적 태도에서 부동산 부자들의 환심을 사려는 수구적 태도로 돌아섰는지 모르겠다. 부동산 과세를 혐오하는 부자 유권자들을 만나서 그들의 의견을 자주 듣는, 그래서 그들의 여론을 과잉 대표하기 마련인 국회의원들이 후보 주위를 둘러쌌기 때문일까. 아니면 후보 자신이 표 계산에 집착하다가 개혁적 노선을 포기하고 담을 넘어가 버린 탓일까.

이재명 후보 측이 선거 초반 '앞으로, 제대로, 나를 위해'라는 구호를 내세웠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본질적으로 유권자들의 애국심과 정의감이 아니라 이기심에 호소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선거 전략에서 비전과 철학은 무시되고 얄팍한 계산이 너무 크게 작용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정체성

더불어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전통을 잇는 개혁 정당이다. 두 대통령의 공약과 정책에서 경제개혁은 빼놓을 수 없는 핵심 과제였다. 하지만 20대 대선에서 또 지방선거를 앞둔 현재 상황에서 경제개혁 정책이 더불어민주당의 의제에서 실종되었으니 이를 어떻게 이해하면 좋겠는가.

이명박 정권이 출범하자마자 종부세를 없애려는 작전을 시도했을 때, 이용섭·양승조 등 민주당 의원들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결사 항전의 태세를 보였다. 그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종부세는 벌써 없어졌을지도 모른다. 민주당 의원들과 시민단체의 격렬한 반대에 직면해 이명박 정부는 종부세를 아예 없애지는 못하고 그 내용을 크게 후퇴시키는 정도로 그쳤다. 그 결과가 작금의 부동산 투기 광풍인데, 그때 종부세가 없어졌다면 결과는 더욱 심각했을 것이다.
 
16일 오전 광주 서구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현장 회의에서 화상으로 참여한 권지웅 비대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16일 오전 광주 서구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현장 회의에서 화상으로 참여한 권지웅 비대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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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더불어민주당은 민심을 정확하게 읽는 일에도, 정책과 제도의 유래와 역사를 파악하는 일에도, 개혁 정당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인식하는 일에도 너무 게으르고 안일하다. 입만 열면 '노무현 정신'을 운운하는 사람들이 어째서 참여정부 경제정책의 상징을 제거하지 못해서 안달인가.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 있다면, 분명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고 질타했을 것이다.

다만, 현 지도부에 권지웅 비대위원 같은 사람이 있어서 "부동산 가격이 올랐는데 세금을 깎아주지 않아 대선에서 졌다는 당내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니 희망을 완전히 거두기는 어렵다. 지금 더불어민주당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그동안 자기 정체성을 망각한 데 대해 깊이 반성하고 개혁 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반성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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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 토지정의시민연대 정책위원장, 토지+자유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는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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