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로동선> 관련 이미지.

영화 <하로동선> 관련 이미지. ⓒ 김시우 필름


 
정치가 비화는 은연 중 술자리에 오르내리며 안주거리가 되곤 한다. 현재는 서로 적을 달리하며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는 정치인들이 한때는 한솥밥을 먹으며 심지어 식당까지 공동 운영했다는 일화는 알만한 사람들 사이에선 유명하다.
 
영화 <하로동선>은 말 그대로 1994년 4월부터 약 2년 간 운영된 동명의 식당을 소재로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해 제정구, 이철, 박계동, 홍기훈 등 10명의 정치인들이 낙선 후 십시일반 돈과 의지를 모아 차린 식당이다.
 
하로동선은 '여름 난로, 겨울 부채'라는 뜻의 사자성어로 당장에 쓸모가 없어 보이지만 때가 되면 요긴하게 쓰이는 물건을 이른다. 당시 3김 정치인들의 야합을 비판하며 3김 정치 타파,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시민사회가 뭉치고, 국민통합추진회의가 만들어진 직후 등장한 하로동선이라는 식당은 단순히 선거에서 패배한 의원들의 사랑방이 아닌 정치 개혁의 뜻을 같이한 동료들의 모임으로써 의의를 품고 있기도 했다.
 
일종의 일화나 비화가 여럿 탄생했을 해당 식당을 조명한 만큼 영화는 정치인과 당시 세태와 관련해 여러 에피소드를 담을 만하다. 하지만 정작 지난 21일 언론에 선 공개된 영화는 이야기 구성과 캐릭터 설정 면에서 약점이 두드러진 결과물이었다.
 
영화는 본격적으로 정치인들이 식당을 차린 뒤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신세 한탄하는 동료 의원들, 식당을 찾는 손님들을 어색하게 접대하는 모습이나 주방장에게 휘둘리는 모습 등이 코믹하게 그려져 있고 식당 직원들 개별로 겪는 몇 가지 위기나 사건을 곳곳에 배치했다.
  
 영화 <하로동선> 관련 이미지.

영화 <하로동선> 관련 이미지. ⓒ 김시우 필름


  
 영화 <하로동선> 관련 이미지.

영화 <하로동선> 관련 이미지. ⓒ 김시우 필름


 
당시 상황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기성 세대 입장에선 소품과도 같은 작품일지 몰라도 배경 설명이 너무 많이 삭제돼 일반 관객 입장에선 갑작스럽게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느낌을 받을 여지가 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했다고 홍보 중이지만 영화 내에선 이들 정치인들이 어떤 뿌리가 있고 철학이 있는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산만한 에피소드 열거 뒤에 실제 노무현 전 대통령 생전 육성을 덧붙였기에 그에 대한 영화라는 인식은 심어줄 수 있지만 앞서 진행된 이야기와는 결이 많이 달라 보인다.
 
B급 코미디로 보기에도 영화적 허점이 분명하다. 성희롱 당하는 직원을 대신해 가해자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주인공 경백(서진원)의 모습은 다소 작위적이다. 식당 직원과 손님들을 하나로 묶는 매개체로 떠돌이 개가 등장하는데 이마저도 설득력이 떨어지는 편이다. 매력적인 소재를 두고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보다 깊은 고민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관객에게 친숙한 배우들의 면면이 반갑지만, 그럴수록 영화적 약점이 아쉽게 다가온다.
 
한줄평: 기획과 각본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케 한다
평점: ★★☆(2.5/5)

 
영화 <하로동선> 관련 정보

각본 및 감독: 김시우
출연: 서진원, 나혜진, 황석정
제작: 김시우 필름
공동제작: ㈜나인테일즈코리아
배급: 블루필름웍스
관람등급: 15세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4분
개봉: 2022년 3월 30일
 
 

   
하로동선 정치인 여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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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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