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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호흡기 전담 클리닉에서 시민 40여명이 신속항원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지난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호흡기 전담 클리닉에서 시민 40여명이 신속항원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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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은 기다리셔야 해요."  

지난 21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한 호흡기 전담 클리닉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10㎡ 남짓한 공간에서 신속항원검사를 접수한 40여명이 자기 차례를 기다렸다. 40번째로 도착한 이가 "얼마나 대기해야 하느냐"고 묻자 간호사는 "1시간은 넘게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오미크론 변이 유행 기간 인구가 밀집한 도심, 특히 호흡기 병원이 적은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사람들의 발길은 정부가 지난 14일 병원이 시행하는 신속항원검사 양성 결과를 확진으로 인정하면서 거리 선별진료소에서 병원으로 향했다.

서울 광화문에서 종로 3가로 이어지는 구역엔 PCR 검사까지 가능한 호흡기 전담 클리닉은 1곳, 신속항원검사가 가능한 의원은 3곳이다. 공공기관, 기업 등이 특히 밀집한 이곳에선 점심시간 전후로 진단검사를 받으려는 직장인들이 대거 몰려 매일 북새통을 이룬다. 21일 오전 나머지 병원 3곳에도 10~20명씩 줄 지어 선 행렬을 볼 수 있었다.

팍스로비드 부족... 약국도 북새통 
 
18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이비인후과 앞에 코로나19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하기 위해 피검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 병원 밖까지 늘어선 신속항원검사 대기 줄 18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이비인후과 앞에 코로나19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하기 위해 피검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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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에 대한 약 처방이 늘면서 약국 현장도 덩달아 혼란스럽다. 확진된 이가 바로 약국에서 약을 받아가면서, 확진자와 비확진자가 한 공간에서 접촉할 위험이 일상화되고 있다. 

강서보건약국의 정수연 약사는 "대책없이 또 물밀 듯 (정부 지침 변경이) 이뤄지면서 지난주 약국 손님들 동선분리를 하느라 아비규환이었다"며 "나도 손님과 얘기를 나누다 '네? 확진자세요?' 하고 놀란 뒤 다시 밖으로 나가 복약지도를 하곤 했다. 약국 외부에 '확진자시면 밖에서 전화를 주시면 나가겠습니다' 포스터를 걸고, 직접 왔다 갔다 하면서 약을 전달하는 식으로 자구책을 찾았다"고 말했다.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 부족도 문제다. 확진자가 대폭 늘면서 먹는 치료제 처방도 단기간에 급증했다. 정 약사는 "원래 8개(8명분)가 일주일치로 공급되곤 했는데, 14일 이후 이틀 만에 처방전이 70장이 쌓였다"며 "팍스로비드는 고위험군 증상 발현 후 5일 내 투약해야 하기 때문에 하루가 급한 약이다. 지난주에는 그야말로 '멘붕'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고령층은 애가 탔다. 정 약사의 설명이다. 

"증상 발현 5일이 지났는데도 팍스로비드를 처방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고위험군을 모니터링하는 전담 병원 지정까지만 2~3일 소요된다. 돌보는 자녀가 있거나 정보력이 빠른 고령 확진자면 보건소를 쪼든, 어떻게 하든 자신을 돌볼 방법을 찾는데, 그렇지 않은 분들은 가만히 집에 격리된다. 그러다 악화되면? 고위험군은 조기 치료가 안 되면 위험하다. 하루 내 전담병원이 지정되도록 어떻게든 빨리 행정절차를 개선하는 게 너무 시급하다." 

"요양원, 그냥 '다같이 감염돼라' 방치"
 
화이자사가 생산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경구용 치료제 '팍스로비드'
 화이자사가 생산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경구용 치료제 "팍스로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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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고위험군을 돌보는 현장에선 '절규'가 나온다.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한 지난 1월부터 시작됐으나 3월 정점에 진입하며 상태가 심각해졌다. 지난 2월20일부터 한 달 간 요양병원·요양원 523곳에서 2만 2048명의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지난주(3월 11~17일) 사망자 1835명 중 요양시설 사망자수만 647명(35.3%)이다.

"여기 70명 정도 어르신들이 계신데 90% 넘게 확진됐다. 시설 종사자 45명 중 40명이 확진됐다. 여유 공간이 없어 겨우 물리치료실을 확진자방으로 격리해도, 소용이 없었다. 순식간에 번진다. 요양원은 완전 무방비상태다. 그냥 다 같이 감염이다. 이러다 누가 사망하면 어쩔 거냐 해도 보건소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하더라. 정부가 어르신들을 적극적으로 구하려는 의지가 느껴지지 않는다."

울산 동구 요양원의 요양보호사 A씨의 설명이다. 지난 3월 9일 요양원에 확진자가 발생하며 순식간에 90% 넘는 입소자와 종사자가 감염됐다. 종사자들이 격리되면서 평소 4명이 하던 일을 2명이 나눠서 해 업무는 2~3배로 늘었다. 한 눈 판 사이 누가 중증에 빠질지 모르니 긴장감도 높다. A씨는 "다행히 입소자 모두 3차 접종을 끝내 고열에 시달린 환자가 2명 정도 발생해 병원에 옮겨졌다"며 "그러나 병원도 이미 환자가 넘치니 입원 자체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의료 현장에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탄식이 흘러나온다. 김철주 신천연합병원 직업환경의학과장은 "요양원, 요양병원에서 사망자가 나온다? 그건 재택치료 환자(요양시설 환자는 재택치료자로 분류)가 치료 못 받고 죽어간다는 뜻이다. 의료붕괴 수준"이라며 "정부가 통계로 현실을 호도하며 고령층 등 고위험군을 사지로 몰았다"고 평가했다. 중환자와 사망자 수가 폭증하는데도 전체 중증화 비율이 낮다거나 병상가동률이 60%대라며 의료 붕괴 문제를 은폐한다는 것이다. 

의료계에선 지난 2월부터 본격화된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를 비판했다. 정점을 지나기도 전에 거리두기를 완화하는 메시지를 내면서 확진자 급증을 방관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일 기준 2년 간 누적 사망자 수 1만 2757명 중 7063명(55.4%)이 1~3월 동안 발생했다. 사망자의 93.6%가 60세 이상이다.  지난해 12월 둘째 주(5~11일) 하루 평균 57명이던 사망자는 이달 셋째 주(14~20일) 309명으로 5배 넘게 늘었다.

김 과장은 "지금은 병상이 부족해 입원하지 못해 사망이 발생했던 델타 변이 때와 다르게, 중환자실에 있어야 할 환자가 중등증 병상이나 일반 병상에서 치료받으면서 사망이 발생한다"며 "어떻게 하면 하나의 생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시기, 절대 절명의 위기인데 정부는 대선을 앞두고 거리두기를 풀었다"고 비판했다. 

일부 병원에선 확진된 의료진들이 자가격리 3일 후 업무에 복귀하고 있다. 전국 국립대병원, 서울 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은 격리기간을 5일로 단축해 운영 중이다. 김 과장은 "의료진 3일 격리 후 복귀는 정말 의료 현장이 막판까지 온 것"이라며 "방법이 없으니 다들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다. 의사, 간호사, 영상기사, 너나 할 것 없이 모든 인력이 풀가동, 비상상황"이라고 말했다.

분노에 찬 의료계 "대체 왜 정점 전 방역 완화했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이 전날 대비 22만여 명이 늘어 62만1천328명을 기록한 지난 17일 오후 코로나19 전담병원인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119 구급대원과 의료진이 병원에 도착한 환자를 감염병 전문 병동으로 이송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이 전날 대비 22만여 명이 늘어 62만1천328명을 기록한 지난 17일 오후 코로나19 전담병원인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119 구급대원과 의료진이 병원에 도착한 환자를 감염병 전문 병동으로 이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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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한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에서 일하는 B 간호사는 "1월 요양병원 확진이 늘면서 환자들이 정말 물밀 듯 들어왔다. 심할 땐 병원 듀티(오전·오후·야간 근무조)마다 10명씩 받았다"며 "요양병원에 계시던 어르신이 확진돼 중환자 병상을 찾으며 경북 시내를 돌아다니다 119 구급차에서 사망한 것도 봤다"고 말했다. 

이 병원도 지난 일주일 새 의료진 100명 이상이 코로나19에 확진됐다. B간호사는 "그러나 누구도 불평을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내가 격리될 때 다른 사람이 고생한 걸 뻔히 안다. 간호사 6명이 보던 50명 환자를 2~3명이서 보는 상황"이라며 "간호사 인력 부족이 사회적 문제가 됐지만 2년 간 인력충원은 없었다. 내부 인력을 빼 파견하며 수술실 1곳은 아예 문을 닫았다. 델타 때도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미크론 유행 정점은 고위험군에겐 '극한'과 같다. 일부 요양원에선 대다수가 확진된 입소자에게 산소 공급을 하느라 울며 겨자먹기로 산소 탱크 하나를 몇 명이 나눠서 쓰고 있다.

김 과장은 "가능한 모든 걸 동원해 고위험군을 보호해야 한다. 팍스로비드는 정말 필수적인 고위험군에 집중하고, 보건소 일을 줄여 요양원, 요양병원 등에 전면 대응케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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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기자입니다. 제보 young@ohmynews.com / 카카오톡 rockyrkd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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