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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말, 큰 아이와 4살 터울이 될 둘째가 찾아왔다. 엄마 뱃속에서 열심히 생명력을 뿜어내던 시기 코로나19 상황은 점점 심각해져 갔다. 정체모를 이 미지의 두려운 바이러스로 일상이 멈추고 단절되었다.

2020년 2월 중순부터 출산일인 8월까지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임신부인 나는 그 기간 내내 아파트 단지 안에서 산책만 할 뿐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출산 날, 진통의 아픔을 겪을 때에도 보호자와 산모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했다. 자연분만 후 산부인과에서는 퇴원하기 전까지 2박3일 동안 모자동실이나 모유수유를 금했다. 아이는 그 기간 동안 초유를 먹지 못했다. 첫째 때는 상상도 못했던, 참 어려운 시기였다.

아이 출산 후 휴직기간도 인내와 고난의 시간이었다. 마치 수도승이 칩거생활을 하듯 나는 이 어린 생명을 안전하게 지켜줄 의무를 다하기 위해 모유수유를 하는 6개월 동안 외출을 삼갔다.

코로나와 함께 한 지 3년, 지금은 둘째와 외출도 하고 당일치기로 근교로 떠나기도 한다. 이제는 '코로나에 걸리면 어쩔 수 없는 것'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의 절망 속에서도 아이는 크고,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3월 '새학기'도 시작되었다. 아직 두 돌이 안 된 둘째(18개월)가 어린이집에 가게 된 것이다. 

코로나 베이비가 어린이집에 갑니다
 
부모와 아이, 선생님은 모두 자가진단키트로 음성임을 확인받아야 등원이 가능하다.
 부모와 아이, 선생님은 모두 자가진단키트로 음성임을 확인받아야 등원이 가능하다.
ⓒ 연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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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부부 아이들에게 어린이집은 필연적인 수순이었다. 나의 현실은 워킹맘이자 육아 독립군(조부모 도움없이 아이를 키우는 맘을 지칭)인지라, 아이들을 봐주시는 이모님과 우리 부부가 삼각 편대를 이루어 아슬아슬하게 하루하루를 지탱해 나가는 중이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거부하는 둘째가 너무 안쓰럽고 걱정되었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그러고 보니 두 남매가 모두 두 돌이 되기도 전에 사회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군). 어쩌면 이 아이들은 끝까지 같은 운명공동체로 비슷한 궤적을 이어가갈 테지만, 코로나 시대에 시작된 둘째의 어린이집 등원은 나를 너무나도 미안하게 만들었다.

코로나 시기에 맞이하는 새 학기는 부모, 아이, 선생님 모든 삼위일체가 쉽지 않은 과정을 겪는다. 우선 등원부터가 쉽지 않다. 부모와 아이, 선생님은 모두 자가진단키트로 음성임을 확인받고 어린이집에 들어설 수 있다.

새 학기 첫날을 앞둔 하루 전날, 내 코 깊숙이 면봉을 쑤셔 넣어 자가진단키트 검사를 했다. 여러 번 검사를 해도 할 때마다 적응이 되지 않는다. 눈물이 찡하게 돌 때까지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 깊숙이 찔렀다. 또 크게 숨을 쉬고 다짐을 한 뒤 어린 둘째의 코도 찔러 검사를 완료했다. 둘째는 잔뜩 겁을 먹고서는 크게 울음을 터트린다.
 
일요일, 온 가족이 모아놓은 자가진단키트 검사 결과. 이게 있어야 월요일 등원이 가능하다.
 일요일, 온 가족이 모아놓은 자가진단키트 검사 결과. 이게 있어야 월요일 등원이 가능하다.
ⓒ 연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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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태어나 마음껏 뛰놀며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 아이에게 주어진 의무일텐데, 도대체 어쩌다 이런 시간을 맞이하게 된 것인지. 이 세상의 모든 부모 마음이 그러하듯, 건강하고 안전하게 지켜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미안할 뿐이다.

코로나로 인해 큰아이가 등원할 때와 달리 챙겨야 할 준비물도 생겼다. 가방에 여분의 마스크를 넣는 것은 기본이요, 큰아이가 다니는 영어유치원에서는 주말을 보내고 등원하는 월요일 전에, 온 가족의 자가진단키트 결과를 사진으로 찍어서 알림장으로 보내 달라고 요청하셨다.

둘째가 다니는 국공립 어린이집에서는 매주 이틀에 한 번씩 자가진단키트로 검사 후 결과를 알려달라고 하시며 매주 검사를 할 수 있게 자가진단키트를 나눠 주셨다. 어린이집에서 받는 자가진단키트라니… 어쩐지 생경한 준비물 때문에 마음 한 켠이 속상했다. 이 어려운 시기에도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는 워킹맘의 현실이 서글프게 느껴졌다.

재택근무 중에 종종 큰아이 유치원에서 확진판정을 받은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소식이 들려올 때가 있다. 그때마다 개별 하원을 할 수 없어 제일 늦게 엄마를 기다리던 아이를 떠올리며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아이들을 집에서 돌봤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내가 집에서 아이를 돌본다고 해도, 코로나에서 영원히 비껴갈 수 있을지, 그리고 양질의 보육과 교육을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었다. 같은 고민만 무한반복되고 있다는 게 문제지만. 

다행히 재택근무와 오전 휴가와 오후 근무를 적절하게 사용하며 둘째주까지는 무사히 적응 기간을 거쳤다. 일과 육아의 경계가 오전과 오후로 나뉘니, 정신은 없었지만, 가정과 일을 다 양립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다행이라 여겼다.

계절 냄새를 모르는 아이들
 
어린이집에서 마스크를 쓰고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아이들.
 어린이집에서 마스크를 쓰고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아이들.
ⓒ 연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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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3주차부터는 회사로 출근을 해야 해서, 아이를 봐주시는 이모님이 둘째와 함께 등원을 시작하셨다. 물론 이모님도 코로나 자가진단키트 검사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둘째는 마스크 쓰고 있는 것을 힘들어 하더니, 점점 더 마스크를 쓰고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이제는 집에서도 마스크를 쓰는 시늉을 한다.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이 아이들은 알고 있을까?

봄바람에 실려 오는 달큰하고 부드러운 꽃내음을, 여름엔 소낙비가 내리기 전 비 냄새를, 가을엔 서늘해진 바람 끝에 묻어나는 단풍 내음을, 추운 겨울엔 차가운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청량하고 깨끗한 바람 냄새를 말이다.

어려운 시간 속에서도 아이들은 자라고, 꽃은 피어난다. 어느덧 길가 꽃집에 프리지아가 보이는 봄이 다가왔다. 모든 것들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이 계절에, 부디 자라나는 아이들이 사계절의 내음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퇴근 후 집에 돌아가, 어린이집에서 마스크를 쓰고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왔을 아이들을 꼭 안아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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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이자 냥집사, 나를 알아가는 글쓰기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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