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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 거시기한 이슈'는 광주전남 지역 언론 보도에 주목하고 시민들에게 중요한 이슈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고자 합니다. 차마 말하기 껄끄러운, 민감하고 애매한 주제일수록 더 깊이 천착해 정리해 보고 싶습니다. 앞으로 격주에 한 번, 찾아뵙겠습니다.[기자말]
전국에서 가장 높은 투표율 81.5% (광주)
전국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 더불어민주당 86.1% (전남)

이번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광주전남이 세운 '기록'입니다. 광주전남에서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유권자가 투표장을 찾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그야말로 '몰표'를 던진 셈입니다. 어쩌면 당연하지만, 꼭 당연하지만은 않은 그 기록의 이면을 들여다보겠습니다.

어떤 이는 유독 도드라지는 투표 쏠림 현상을 놓고, 광주전남의 '정치적 고립'을 우려합니다. 역사적으로 반복되었던 정치적 고립을 막기 위해서 민주당을 찍은 민심이 적지 않을 텐데, 아이러니하게도 선거 결과로 보면 호남 스스로 정치적 고립을 자처한 것처럼 비칩니다. 타 지역민들은 도통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왜 그렇게 '한쪽만' 바라보냐"는 겁니다.

선거판에서 수렴되는 '숫자'는 광주전남 유권자들의 민의를 '묻지마식 지지'라고 너무나 간단히 함축해 버립니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전국 어느 지역이 그렇듯 광주전남 지역민들의 생각과 정치 지형도 그렇게 간단치만은 않습니다.
  
유권자들의 다양성
 
광주일보(좌) 전남일보(우) 3월 9일 자 신문 지면
 광주일보(좌) 전남일보(우) 3월 9일 자 신문 지면
ⓒ 김현_광주일보·전남일보 PDF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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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일인 3월 9일 자 <광주일보> 1면에는 유권자들이 선거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바람이 보도됐습니다. 투표장으로 향하기 전 "왜 투표하느냐?"는 질문에 다양한 답을 내놓았습니다. 치열한 대선 구도에서 어떤 전략적 선택을 할 것인지가 아닌, 선거를 통해 어떤 세상을 이루고 싶은지 지역민들의 순수한 바람을 들을 수 있는 기획 기사입니다.

"사랑하는 딸들 앞에 양극화 없는 더 평등한 세상을 위해"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국언 대표)
"땀 흘리고 노력한 만큼 보상받는 사회를 위해"(타일 시공 전문가 박성민씨)
"먹고사는 것 만큼은 걱정없길 바라는 마음으로"(밀키트 전문점 운영 김보령씨)
"표현의 자유를 위해"(샌드아티스트 주홍 작가)


같은 날 <전남일보>에도 '시·도민의 투표 메시지'가 보도되었습니다. 역시 유권자들이 어떤 소망을 품고 투표에 나서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각자가 가진 투표관을 한데 모아 놓으니 다양한 욕망과 바람이 투영된 메시지들이 줄을 잇습니다.

"장애인 권리와 미래를 위해 선택"(장애인 김용목씨)
"스스로 모습이 존중되는 사회 위해 투표"(취업준비생 강요한씨)
"내 집 마련 기회를 갖고 싶어요"(직장인 이승민씨)
"척박한 농촌 현실 알아줬으면"(농업인 박광순씨)


이렇듯 광주전남 유권자들이 대통령 선거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바는 다양합니다. 이들은 각자 선 자리에서 더 나은 세상을 바랍니다. 숫자가 담아내지 못한 현실입니다. "그런데도 광주전남은 왜 민주당만 찍냐"는 질문의 답을 구하기가 더 어렵게 되었습니다. 다만, 대선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리고 다양한 민심과 마주하면서 얻게 된 판단이 있습니다.

'광주전남의 쏠림 현상은 자신의 소망보다, 현실의 작은 바람보다 앞서서 전략적 선택을 하게 되는 요인이 존재한다. 선거에서는 적극적 방어가 적극적 지지로 표출될 수 있다. 그러니 선거 결과만큼이나 선거 전후 민심의 향방을 살펴야 한다.'
  
선거 결과의 특이점

또 90%에 가까운 득표율이 가리고 있는 실체적 진실을 보겠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윤석열 당선인이 광주전남에서 얻은 12% 안팎의 득표율 자체는 굉장히 놀라운 결과입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래 보수 후보가 처음으로 광주전남에서 기록한 두 자릿수 득표이며, 가장 높은 득표율이기 때문입니다.
 
무등일보 3월 14일 자 신문 지면
 무등일보 3월 14일 자 신문 지면
ⓒ 김현_무등일보 지면PDF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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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언론들은 '공시지가 상승률이 높았던 지역'과 '20대 대학생이 많은 지역' 등에서 윤 당선인의 득표가 상당히 높았다는 점을 특이점으로 꼽았습니다. 광주의 강남이라는 뜻으로 '봉남'이라 불리는 봉선2동의 제5투표소에서 윤 당선인의 득표가 38.77%로 이례적으로 높았다는 사실이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특정 지역, 특정 세대의 '다른 선택'이 유독 눈에 띕니다. 부동산 민감층 등으로 대표되는 주민들의 '실용주의' 노선이 득표율로 반영되었다고 평가됩니다. 2030세대의 '탈이념화' 역시 대학가에서 두드러진 윤 당선인의 득표율로 나타났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이런 특이점 역시 광주전남에서의 민주당 쏠림 현상에 반영되지 않는 흐름으로 읽힙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0일 오후 광주 남구 백운교차로에서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윤석열 후보를 대신해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0일 오후 광주 남구 백운교차로에서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윤석열 후보를 대신해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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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높은 쇄신 요구

선거가 끝난 뒤 이어지는 지역의 여론도 '묻지마식 지지'와는 거리가 멉니다. 오히려 민주당에 대한 '쇄신' 요구가 빗발칩니다. 선거 후 곧바로 나왔던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프레임에 대해 민심은 싸늘했습니다. 지역 언론에선 '무능정권', '내로남불', '텃밭에서만 왕 노릇', '등 돌린 민심' 등 강한 표현의 비판들이 나옵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표를 몰아준 민주당에 대해 매섭게 회초리를 들고 있는 형국입니다.

쇄신을 향한 화두는 3달 뒤 곧바로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놓고 가감 없이 드러납니다. 지방선거의 키워드로서 '다양성'이 선제적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광주전남 기초·광역의회 의석 대부분은 민주당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이 부분 역시 쏠림 현상의 원인이자 결과로 지목됩니다. 이런 맥락 때문에라도 의회의 다양성을 확보하자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통한 '다당제 정치개혁' 요구는 이를 현실화할 수 있는 제도적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남도일보 3월 15일 자 신문 지면
 남도일보 3월 15일 자 신문 지면
ⓒ 김현_남도일보 지면PDF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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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시민사회는 여기에 더해 '선거구 공천 제한'을 민주당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의원 3명을 뽑는 선거구에 민주당이 3명을 모두 공천하면 소수정당 후보의 진입 장벽이 낮을 수 있어 2명 정도 공천하고 나머지 의석은 소수정당에 양보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셉니다.

학동 참사(2021년 6월 9일 광주광역시 학동4구역 철거공사 현장에서 시민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건물 붕괴 사고)에서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 사고까지 이어지는 지역의 개선되지 않는 문제들과 일당 독점 의회에서 나오는 각종 비위와 문제들을 개선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강하다는 점을 방증합니다. 이것 또한 이번 대선판 숫자에 나타나지 않는 지역민의 욕구입니다. 지역 정치에서는 일당 일색이라는 자성 속에서 '쇄신'과 '개혁', '다양성 보장'의 욕구가 활활 타오르고 있습니다.
  
변화의 시간이 온다

85% vs 12%

대선에서 나타난 광주전남에서의 거대 양당 성적표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옵니다. 85%라는 거대한 숫자는 한쪽으로 쏠린 지역민들의 민의가 반영된 결과라는 사실을 부정할 순 없습니다. 그러나 언론 인터뷰들에서 엿볼 수 있듯이, 또 선거 뒤 빗발치는 쇄신 요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지역민들이 바라는 세상과 그에 대한 열망은 숫자가 표현하지 못한 많은 것들을 담고 있습니다.

꽃을 피우지 못한 채 흩날린 민심은 새로운 구심점을 찾습니다. 민주화의 토대를 닦은, 지금의 자유로운 대한민국의 기틀을 만들어낸 위대한 광주전남 시민들에게 이제는 선거가 퇴로 없는 전쟁터가 아닌, 다양한 선택지 가운데서 자신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옥석을 가려내는 축제의 장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이를 위해선 다양한 시민의 목소리가 공론장에서 주목되고, 많은 시민이 참여해 토론을 통해 공동선을 찾아가는 민주사회의 모습을 선거 기간뿐 아니라 '평시에' 갖춰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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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지역에서 언론인으로 활동해왔습니다. 현재는 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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