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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글쓰기 모임 '두번째독립50대'는 20대의 독립과는 다른 의미에서, 새롭게 나를 찾아가는 50대 전후의 고민을 씁니다.[편집자말]
"이따 저녁때 요 근처에서 마당극을 하더라고. 다들 같이 가는 게 어때?"
"놉, 다녀와요. 난 호텔에 있을게."
"엄마, 저도 별로..."


오래간만에 떠난 제주도 가족여행이었다. 가족들과 함께 즐기고 싶어 요리조리 설득해 보지만, 밖으로 돌아다니는 걸 그다지 즐기지 않는 남편과 아이들의 거절을 마주하며 풀이 죽어 버렸다. 호기심 많은 나와, 호텔에서 그저 편안히 머물기 좋아하는 가족들의 이런 갈등이 처음은 아니다. 심지어 미국 LA에 갔을 때도 남편은 낯선 곳에서 운전하기 싫다면서 웬만하면 호텔에서 쉴 것을 자처했다.

그날 홀로 뻘쭘하게 마당극을 관람하며 가족들의 거절을 곱씹다가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다. '그래, 가족이라고 어떻게 여행 취향이 다 똑같겠나. 각자 즐기고 싶은 대로 즐기면 그만이지.' 모두 함께 움직이기를 바라는 건 나의 기대일 뿐, 가족들도 각자의 바람대로 하고 싶은 건 당연한데 말이다. 괜한 일로 투닥거리느니 나 혼자라도 원하는 걸 맘껏 즐기는 게 백번 낫다고 마음먹어졌다.

사실, 가족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북적거리며 어울리는 일은 그 활력만큼 감내할 점들도 많다. 타인의 대한 기대와 실망을 재량껏 수습해야 할 때도 있고, 괜한 기력 낭비처럼 느껴지는 형식적인 자리나 대화의 뒷맛이 영 께름칙한 관계를 마지못해 버텨낼 때도 있다. 세상살이란 게 다 그런 것이라 일견 수긍하면서도, 50즈음 되고 보니 버텨내고 맞춰주고 감내하는 일들이 점점 버거워진다. 

이제는 군더더기 같은 그런 감정들을 싹 걷어내고, 스스로의 감정에 솔직해지고 싶은 마음이 부쩍 든다. 타인의 의견에 곤두세우던 마음의 주파수를 좀 더 나의 내면에 맞추고 싶다. 이런 마음으로 한 번, 두 번 여행지에서건, 일상에서건 홀로 활보하다 보니 언제부터인지 혼자 보내는 시간이 어색하지가 않다. 오히려 호젓하고 자유로운 매력에 점점 빠져드는 중이다. 

홀로 지내는 시간을 통해 알게 된 것
 
   이른 아침 카페에서는 보통의 자극에도 감각들이 예민하게 살아난다.
  이른 아침 카페에서는 보통의 자극에도 감각들이 예민하게 살아난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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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시간을 보내며 알게 된 좋은 점들이 한 둘이 아니다. 무엇보다 주변이 수선스럽지 않아, 보통의 자극에도 감각들이 예민하게 살아나는 게 느껴진다. 특히, 이른 아침 조용한 카페에서 그렇다. 

넓은 홀에 비스듬히 쏟아지는 노란 햇살을 받으며 다소곳이 앉아 있노라면 물결처럼 흐르는 바이올린 선율이 귀를 통과해 가슴 깊이 파고든다. 따끈한 밀크티의 향기로운 달큰함도 입안에 더 오래 머문다. 노트북 자판의 타닥거리는 경쾌한 소리와 매끄러운 촉감도 손 끝에 착착 감긴다. 이렇게 잠시 오감에 집중하고 있으면 메말랐던 감성이 차오르는 것 같고, 뭐라도 해낼 수 있을 듯한 의욕마저 꿈틀거린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바로 나설 수 있는 혼자 영화 보기도 가장 좋아하는 일 중의 하나이다. 다양한 독립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예술영화관이 걸어서 십여 분 거리에 있는 것도 고마운 일이다. 영화 혼자 보기의 가장 좋은 점은 시작부터 끝까지 그리고 끝나고 남는 여운까지 영화가 불러일으키는 정취에 오롯이 몰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느낌이 너무 좋거나 시선이 참신하다 싶은 영화들은 연거푸 보기도 한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줄거리를 넘어 한 꺼풀, 한 꺼풀 안으로 들어가야 만나지는 생각들을 담은 영화가 점점 좋아진다. 감독이 던지는 메시지나 질문을 내 맘대로 해석해보고 내 소견과 견줘보는 재미가 있다. 오래도록 잊지 않고 싶은 영화는 글을 써서 남기기도 한다. 내가 인상 깊게 본 영화에 유명한 영화평론가는 어떤 평을 하는지 궁금해 찾아도 본다. 자연스레 관심이 가는 감독과 배우들도 생기는데, 요즘은 <결혼 이야기>를 만든 노아 바움백 감독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는 중이다. 

영화를 친구와의 사교를 위한 양념쯤이나 시간때우기 오락용으로 치부하던 때가 많았다. 홀로 영화를 즐겨 보고 나서야, 영화가 탄탄한 각본과 배우는 물론 음악, 카메라 각도와 작은 소품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심하고 사력을 다해 빚어내는 예술인지를 실감했다. 공들여 만든 영화라는 예술에 나의 시간과 노력을 들인 만큼 스며들어가는 재미가 있다. 
 
  홀로 떠나는 여행에서 예기치 않은 새로운 경험을 만난다.
  홀로 떠나는 여행에서 예기치 않은 새로운 경험을 만난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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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는 못하지만, 혼자 떠나는 여행도 참 좋다. 혼자 여행을 하면, 전혀 낯선 사람과 말을 섞을 수 있는 틈이 생긴다. 때로는 그 틈 덕분에 예기치 못한 새로운 경험까지 할 때도 있다. 매사 지지고 볶는 일상을 뒤로 한 채, 홀가분해지고 싶어 작심하고 떠났던 예산 수덕사 템플스테이가 그랬다.

깊은 산사에서야 비로소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가진 것에 감격하던 중, 같은 일정으로 참가한 서너 명의 외국인들을 만난 건 뜻밖이었다. 그들의 타국 문화 체험이 어찌 저리 깊을 수 있을까 감탄하며 스님과의 차담을 같이 나누게 되었다.

그들은 스스럼없이 고민을 말했지만, 스님과 잘 소통하지 못했다. 안타까운 마음에 어설픈 영어로 몇 문장 거들었고, 차담 후에는 함께 묵주와 연등을 만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낯선 타인에게 마음을 열고 나누는 경험이야말로 혼자 떠나는 여행의 백미가 아니었던가 싶다. 

나를 잘 '느끼며' 사는 것의 중요함

사람들과 어울려 활력을 얻는 것도 여전히 좋다. 하지만, 홀로 조용히 보내는 시간들도 꽤 유용하고 값지다는 걸 50이 되며 깨달아간다. 스스로 충만하게 보낸 이런 시간들이 나를 살린다. 나 자신을 조용히 마주하고 잘 살고 있는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나의 욕망을 구체적으로 느끼며 이해하고 알아가는 것 같다. 

마침, 좋아하는 소설가 김영하의 산문집 <말하다>에 내 마음과 비슷한 의미의 구절을 발견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자기 스스로 느끼기보다 남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더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하며 잘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자신만의 느낌의 데이터베이스가 충분한 사람은 타인의 의견에 쉽게 휘둘리지 않습니다... (중략) 남에게 침범당하지 않는 단단한 내면은 지식만으로는 구축되지 않습니다. 감각과 경험을 통해서 비로소 완성됩니다... (중략) 우리에게 천부적으로 주어진 감각들을 최대한 활용하여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더 깊게 느끼는 삶, 남과 다른 방식으로 자기만의 내면을 구축하는 삶, 이런 삶의 방식이 필요한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자연스레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는 50대야말로 자신만의 느낌과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나가기에 안성맞춤인 때인 것 같다. 사람들과 적정히 어울리면서도, 더 배우고 더 깊게 느껴 나만의 내면을 세울 줄 아는, 고독하지만 멋진 50대였으면 좋겠다.

시민기자 글쓰기 모임 '두번째독립50대'는 20대의 독립과는 다른 의미에서, 새롭게 나를 찾아가는 50대 전후의 고민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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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궁금한 게 많아 책에서, 사람들에게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즐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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