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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의 광화문, 중앙청, 북악산 풍경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의 광화문, 중앙청, 북악산 풍경
ⓒ N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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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은 아무리 더러운 전통이라도 좋다. 나는 광화문
네거리에서 시구문의 진창을 연상하고 인환네
처갓집 옆의 지금은 매립한 개울에서 아낙네들이
양잿물 솥에 불을 지피며 빨래하던 시절을 생각하고
이 우울한 시대를 파라다이스처럼 생각한다.
버드 비숍여사를 안 뒤부터는 썩어빠진 대한민국이
괴롭지 않다 오히려 황송하다 역사는 아무리
더러운 역사라도 좋다
진창은 아무리 더러운 진창이라도 좋다
나에게 놋주발보다도 더 쨍쨍 울리는 추억이
있는 한 인간은 영원하고 사랑도 그렇다
-김수영 '거대한 뿌리'
 
나는 이런저런 글감을 얻고자 국내외 역사현장 답사를 20여 년째 이어오고 있다. 이른바 선진국은 설사 조상의 어둡고 부끄러운 역사일지라도 있는 원형 그대로 보존하면서 후손들에게 바른 역사의 진실을 일깨워 주고 있다.

이웃 중국도 오랜 굴종의 역사에서 해방된 뒤, 온 나라 곳곳에 있는 역사의 현장에다 '물망국치(勿忘國恥, 나라의 치욕을 잊지 말자)' '전사불망후사지사(前事不忘後事之師, 지난 일을 잊지 말고 후세의 교훈으로 삼자)'는 글을 돌에 새겨 놓고 지난 치욕의 역사를 교훈으로 삼아 후세들에게 가르치고 있었다.

역사학자 김성식은 <내가 본 서양>에서 "영국 사람은 역사를 아끼며, 프랑스 사람은 역사를 감상하고, 미국 사람은 역사를 쌓아간다"고 서술하고 있다. 그들은 비록 사소한 것일지라도 역사가 있으면, 이를 아끼고 그대로 보존하며 원형을 손상치 않고자 심지어는 건물의 먼지를 닦는 것조차도 주저한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일부 정치지도자들은 역사를 왜곡하거나 역사물을 지워버리는 일에 주저함이 없었다. 혹은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라면 역사 단절쯤은 쉽게 생각하기도 했다. 
 
20일 오후 시민들이 청와대를 보고 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청와대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 청와대 앞 시민들 20일 오후 시민들이 청와대를 보고 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청와대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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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기에 앞서 광복 후 이 나라 정치의 중심부였던 북악산 기슭에 위치한 현 청와대를 떠나 급하게 용산으로 옮기고자 한다. 이는 역사를 발전케 하는 게 아니라 지난 역사를 단절케 하려는 몰역사적인 작태다. 나는 대한의 한 작가로서 후세를 위한 역사 보존의 사명감을 밝히면서 이런 몰 역사적인 태도에 심히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한반도는 분단 상태다. 우리 겨레는 앞으로 그 언젠가는 이 땅에 통일정부를 세워야 할 시점을 맞이할 거다. 그때 수도 결정을 두고 평양이나 개성 등과 서울을 두고 논의할 때, 조선조부터 6백여 년 역사의 현장이었던 도읍지 서울은 그 우위를 점할 것은 불을 보듯이 분명한 일일 것이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
 
대한민국 헌법 전문 첫 문장이다. 우리 대한민국의 역사와 전통을 위하여, 그 역사가 짧으나마 대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이번 대통령 집무실 이전의 일은 재고하기 바란다. 그래도 꼭 옮겨야 한다면 정권이 바뀐 뒤 다음 대통령이 다시 들어갈 수 있도록 현 상태대로 재임 기간 잘 보존한 뒤 물려주기 바란다.

훌륭한 정치지도자는 역사를 단절시키는 게 아니라 현재의 상태에서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다. 지금 이 나라 국민들의 삶은 바닥에서 헤매고 있다. 

청와대 관저가 싫다면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부인과 살면서 출퇴근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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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교사생활 후 원주에서 지내고 있다. 장편소설 <허형식 장군> <약속> <용서>, 역사다큐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사진집<지울수 없는 이미지> <한국전쟁 Ⅱ> <일제강점기> <개화기와 대한제국> <미군정 3년사>, 어린이 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 <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 <독립운동가, 청년 안중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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