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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 자료사진.
 채식. 자료사진.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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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해 육식을 줄이자는 취지의 '채식급식'이 하나의 트렌드처럼 번지고 있다. 물론 모든 급식을 '채식'으로 바꾼 학교는 없다. 주 1회, 혹은 월 2~3회, 문제는 학생들의 반응이다. 한 커뮤니티 사이트 댓글만 봐도 이렇다.

"한창 고기 필요한 나이에 고기를 안 줘!!!"
"우리 학교는 왜 맨날 비빔밥이야?"
"말이 채식의 날이지... 잔반의 날, 매점의 날 될 듯"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는 채식 급식하는 날 남은 음식물이 평소보다 많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기일보> 보도에 따르면 인천의 한 채식선도학교 영양교사 A씨는 "채식 급식날이면 아이들이 '맛없다'고 평가하기도 하고, 평소보다 30~40% 정도 많은 잔반이 나온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강원도에서는 채식급식 도입을 놓고 팽팽한 찬반양론이 맞서기도 했다. 춘천 지역언론 <MS투데이>가 지난 1일부터 8일까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조사한 설문 결과, 채식 급식에 대해 반대는 57.9%(139명), 찬성은 42.1%(101명)로 팽팽했다. 반대 의견은 주로 학생들의 영양 불균형을 우려했고, 찬성 의견은 건강한 식습관 형성을 강조했다.

프랑스에서는 정치 쟁점이 되기도 했다. 프랑스에서도 미식으로 유명한 리옹시는 녹색당 소속 시장이 이끄는 지자체인데, 지난해 2월 학교 급식에 고기를 뺀 단일 메뉴를 제공하기로 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코로나19 거리두기를 위해 단일 메뉴를 제공한다는 명분이었지만, 프랑스 중앙정부 장관들은 시장이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이용해 자신의 이념을 정책으로 펼치고 있다며 집중포화를 날린 것이다.

물론 프랑스 전체적으로는 2019년부터 주 1회 채식 급식이 의무화되고 있다. 앞으로 시간이 갈수록 채식 급식은 다양한 형태로 늘어갈 것이다. 문제는 교육의 또 다른 주체인 학생들의 선호도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음식도 억지로 먹이면 폭력이 되거나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기에, 어떻게 하면 채식이 자연스러운 식습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다양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그런데 마침 좋은 행사가 있었다.

경기도 녹색전환 공론장

"거부감 없는 채식 급식을 위해 마련돼야 할 제도나 방안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지난 18일 오후 2시, 100여 명의 경기도민이 각자의 컴퓨터 앞에서 이어폰을 끼고 화상회의를 시작했다. 녹색전환연구소와 지역에너지전환경기네트워크가 공동 주최한 이 공론장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각 지자체가 풀어야 할 녹색전환 10대 정책에 대해 시민들이 직접 토론하며 의제를 정리하는 흔치 않은 자리였다.

10대 정책으로는 경기도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부터 에너지, 건물, 교통, 자원순환 등 다양한 주제별로 분과 소모임이 진행됐는데 필자는 제5분과인 '농업 먹거리' 분야에서 10명의 시민들과 함께 토론을 벌였다.

"학교 텃밭 교육을 하면 확실히 거부감이 줄어들더라고요."

안산에서 석탄 에너지 안 쓰는 도시 농업을 추구하고 있는 '도시농부' 김재규씨의 제안이었다. 그는 인천 지역에서 50여 명의 아이들과 직접 학교 텃밭을 가꿨는데, 땀 흘려 수확의 기쁨을 맛보는 텃밭을 경험해본 아이들은 확실히 채식 거부감이 덜하더라고 말했다.

"급식 동화 등 창의적인 먹거리 교육이 저학년 아이들에게 흥미를 끌던데요."

내가 말한 내용이다. 지난 2009년 친환경 학교급식을 취재하러 일본에 갔었는데 거기서 흥미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남자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급식재료인 완두콩 까기를 가르치는데 아이들이 신기한 표정으로 콩을 까고 있었다. 그날 급식에 아이들이 직접 깐 완두콩 요리가 나왔다.

급식실에서는 선생님이 '켄짱'이라는 커다란 인형을 들고 먹거리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었다. 편식하는 어린이가 채소를 많이 먹고 기운 세고 씩씩한 아이가 된다는 내용인데, 이 학교 어린이들에게 '켄짱'은 친구처럼 친근한 존재였다. 아이들은 '켄짱'이라는 인형에게 몰려들어 '너도 채소 먹어봐'라며 말을 걸고 있었다. 일본 가나카와현 요코하마시의 시라네 초등학교와 이이지마 초등학교의 사례였다.

'채식'이라는 단어 자체에 대한 거부감

"학교의 영양 교사 선생님들을 도와드려야 할 것 같아요. 너무 힘들어하시더라고요."

팔당 지역 생협운동가 성미선씨의 말이었다. 영양교사를 비롯한 조리 노동자들이 채식 레시피를 개발하고 먹거리 교육을 병행해야 하는데 그럴 여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다른 교사들의 도움도 전혀 받을 수 없고, 학생과 학부모들의 쏟아지는 민원도 부담이라는 것이다.

이날 정책 발표를 한 이상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은 채식 확대를 위해 크게 두 가지 포인트가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채식'이라는 단어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요. '채식'하면 '풀'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에 학생들은 '맛도 없고 영양도 없다'라는 인식이 강하거든요. 그래서 '채식'이란 말 대신 '식물성'이라는 말을 쓰자고 권고하는 지자체들도 있습니다."

실제로 채식을 강조하면 '채식주의'나 엘리트 의식, 육식 선호와의 대립 등 남다른 시선을 감수한다. 그래서 지난 1일 서울과 5일 전라북도 녹색전환 공론장에서는 이런 의견들이 나왔다.

"채식을 말할 때 '환경적인 식사' 또는 '제철 식사'로 맞췄으면 해요. 채식과 육식을 경쟁 상대로 다룰 게 아니라 전체적인 식단이 채식에 가까워지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해야..." - 3월 1일 서울특별시 녹색전환 공론장 시민 의견

"'채식 식단'이 아니라 '탄소를 줄이는 식단'으로 변경하면 좋겠어요." - 3월 5일 전라북도 녹색전환 공론장 시민 의견


"맛있는 채식으로 바꿀 때 예산 필수적"

이상아 연구원은 두 번째 포인트로 '급식실 노동 환경'을 들었다. 채식을 확대하려면 우선 급식 노동자들의 노동환경부터 개선해야 실질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교 식단 내용을 보면 절반 이상이 가공육이에요. 그 이유는 조리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거든요. 조리사 선생님들이 워낙 소수로 수백 명의 밥을 한꺼번에 해야 되다 보니 조리가 간편한 걸 선호해요.

반면 채소 같은 경우에는 그때그때 식자재를 구입해야 되고 다듬고 그걸 조리하는 과정이 가공육보다 훨씬 시간이 많이 들어요. 그래서 단순히 채식을 하자고 하는 게 아니라 급식 노동자들의 환경부터 개선을 한 다음에 채식을 해야 되는 거예요."


실제로 급식 노동자들은 '튀김'하는 날이 가장 두렵다는 말이 나올 만큼 열악한 조리환경에 노출돼 있다. 상대적으로 손이 많이 가는 채식 식단에는 반드시 노동환경의 개선이 뒤따라야 하는 것이다. 전북 지역 공론장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의견이 집중됐다.

"방법론적인 준비가 돼야 해요. 학교에서의 채식은 오래전부터 되어왔지만 대부분 실패, 학교에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요. 공약으로만 내세우지 말고, 실현 가능하도록 세부적으로 만들어야 해요."

"음식이 맛이 없으면 안 돼요. 맛있는 채식을 만들 수 있도록 영양사 지원, 대부분 육식인 식단을 맛있는 채식으로 바꿀 때는 예산이 필수적이에요. 지금 구조에서 채식으로 바꾸면 식단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어요." - 3월 5일 전라북도 녹색전환 공론장 시민 의견

취재 과정에서 유아 급식에 대한 여러 모습도 만날 수 있었다. 어떤 학부모는 집에서도 편식하던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닌 2년 뒤 다양한 음식을 먹게 되었다며 흐뭇해했다. 반면, 어떤 학부모는 억지로 토마토를 먹이려는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다시는 토마토를 먹지 않는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했다.

세 살 버릇이 여든 간다는 말이 있는데 식습관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말 아닐까? 밥상머리 교육, 이 중요한 먹거리 교육을 이제는 영양 교사에게만 일임할 게 아니라 학교 선생님들 모두와 학부모, 학생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가면 좋겠다.

녹색전환연구소가 주관하는 17개 광역지자체별 '녹색전환 공론장'은 지난 18일 경기 지역 공론장으로 9회차, 22일 울산 지역 공론장으로 10회차였다.

덧붙이는 글 | [참고자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경기도 녹색전환 10대 정책' (녹색전환연구소, 2022.3.18.)

배상철, '강원도교육청 채식급식 도입 속도···찬반 여론 팽팽' (MS투데이, 2022.3.9.)

김지혜, '채식급식일 잔반 30~40% 느는데...인천시교육청, '채식급식' 도입 논란' (경기일보, 2022.2.6.)

조기원, '프랑스 리옹시, 학교 급식 ‘고기 제외’ 논란…정치 공방으로 번져' (한겨레, 202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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