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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특히 젊은 여성을 혐오, 소외시킨 20대 대선이 막을 내렸다. 이 중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고 비가시화된 여성들이 있는데, 바로 성매매여성들이다. 이들에 대한 '비범죄화' 논의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음에도, 정치 사회적인 분위기는 일고도 하지 않고 있다. 본격적 논의를 촉구하며, 성매매 당자자가 피력하는 '비범죄화' 담론을 책 <반란의 매춘부>를 통해 개진해 보고자 한다.

성 판매 행위가 자발적 노동인가에 대한 질문에 선선한 대답을 내놓기 어려웠다. 자발적 노동이라고 정의하는 순간, 남성중심주의와 신자유주의가 결탁한 집단 성매매 문화가 더 뻔뻔해지고 공고해질 테고, 이 몰염치한 권력이 여성을 더욱 모질게 억압할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었다. 그런데 나의 이런 우려에, 현실의 성 판매 여성의 삶이 진지하게 고려된 것이냐고 묻는 책을 만났다. 책이 내리치는 죽비에 정신이 번쩍 들고 보니, 내 고민이라고 해봤자 실은, '매춘부 없는 매춘부' 담론을 재탕 삼탕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깨달음을 준 책 <반란의 매춘부>는 영국의 성 판매 여성 몰리 스미스와 주노 맥의 공저다. 자신들의 성 판매 경험을 바탕으로 당사자성을 담보하고 써 내려간 글이다. 오랫동안 '매춘부'는 '에로 전문가'인 '행복한 창녀' 혹은 노예 같은 삶을 청산한 '탈 성매매 여성'으로 이분화 되어왔고, 이항 부류에 속한 이들의 자전적 글들이 '매춘부' 서사의 주류를 형성해왔다.

그러나 현실의 수많은 매춘부들은 이 둘 중 어디에 해당되지 않은 채, 단지 생존을 위해 이 일을 해왔다. 저자들은 이 지점이 매춘 동인의 가장 핵심임을 지적하며, 자신들의 글 또한 이를 밑절미 삼아 매춘이 가난한 여성의 '먹고사니즘'과 맞닿는 구조적 문제이며, 이런 여성들을 보호할 최선의 수단이 현재로선, 성 판매가 노동으로 편입되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책에서, 매춘 담론(합법화, 범죄화, 비범죄화)의 실상을 다룸에 있어, 이 담론이 현실의 매춘부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매우 구체적이고 실증적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매춘을 성 노동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벌인 매춘부 당사자로서의 노력과 가치를 기록하고 있다.
 
성 판매를 비범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
 
저자들이 노동이 되어야 하는 매춘을 다룸에 앞서 가장 먼저 던진 질문은 '당신들은 왜 매춘을 노동으로 보지 않는가'다. 이 질문의 핵심은 매춘과 잇대어있는 섹스에 대한 관념에 있다. 섹스에 대한 엄격한 신성주의는 섹스를 금기시했지만, 단지 여성만을 엄격히 규율해왔다. 이런 불평등한 성문화에서 몸을 파는 여자는 순진한 남자를 유혹하는 마녀로 취급되었다.
 
섬뜩한 저주와 달리 매춘은 언제나 가난한 여성이 호구지책 삼을 마지막 수단이었지만, 사람들은 매춘부를 손쉽게 돈을 벌려는 나태한 여자라거나 도덕성이 결핍된 타락하고 음탕한 여자라고 혐오해왔다. 땀 흘려 일하지 않고(고강도와 고위험의 노동임에도) 음탕한 섹스로 쉽게 돈을 벌다는 것은 노동 신성주의를 위배하기 때문이다.

노동이 될 수 없으니 매춘부는 위법하고 위험한 계급이 되고, 이런 이들에게 인권이 주어질 리 없다. 인류가 존속해 온 오랜 시간 동안, 매춘부는 끌려가고 감금당하고 맞고 고문당하고 죽임을 당했다. 아무도 문제 삼지 않던 매춘부들의 인권침해 참상은 세계 각지의 수녀회가 '막달레나 세탁소'를 운영하며 매춘부들의 인권을 혹독하게 침탈한 역사에서도 증명된다.

아일랜드의 마지막 '막달레나 세탁소'가 문을 닫은 때는 1996년이었다. '막달레나 세탁소'는 문을 닫았지만, 아일랜드 수녀회는 반성매매 단체를 설립하고 이를 "페미니즘의 언어로 설파하고 있다." 이들에게 매춘부는 여전히 일소되어야 할 사회악인 것이다.
 
저자들은 성 판매 주류 담론인 '범죄화 모델', '합법화 모델', '노르딕 모델', '비범죄화 모델'의 살상을 구체적으로 짚어낸다. 우선 저자들이 살고 있는 영국의 경우 '부분 범죄화' 모델을 채택하고 있는데, 이 경우 개인 간 직접적 성 판매 구매 행위는 합법이지만, 거리 성 노동 등 호객 행위나 동료와 함께 운영하는 실내 성매매나 성매매 알선 등은 모두 불법이다.

성 노동자들이 서로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공동으로 성매매 장소를 임대 이용하는데, 발각 시 즉각 보증금은 물론 개인 물품까지도 빼앗긴 채 쫓겨난다. 이주 성 판매 여성의 경우 더 혹독하게 추방된다. 이들을 감시 규제하는 경찰력은 성 판매 여성들에게 가장 두려운 권력이지만, 일부 페미니스트들은 "매춘부에게 해악을 가하는 국가권력을 강화하는 일에 무감하며 그들의 그런 태도 자체가 가부장제의 역학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회피한다.
 
'합법화 모델'의 경우 매춘이 합법이니 성 판매자에게 유리할 듯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합법이란 곧 강한 법의 테두리 안에서 "특정 상황에서 특정한 성 노동"만이 허용됨을 뜻하며, 매춘부는 엄격히 통제되어야 할 대상이 된다. '합법화 모델'은 "남성에게 봉사한다. 힘 있고 무자비한 업주들이 독점적으로 시장을 통제하는 길을 열었다." 거대 자본이 유입된 합법화는 이주 성 판매 여성들을 더욱 가혹한 착취의 함정에 빠뜨린다. "성 노동자들에게 합법화는 곧 범죄화다."
 
'성 구매 방지법'으로 로 불리는 '노르딕(스웨덴) 모델'은 성 판매자를 비범죄화하고, 성 구매자를 범죄화한다는 면에서 진일보한 면모를 보인다. 실상은 어떨까? 구매자가 처벌받는 강력한 형법이 생겼으니 구매자가 사라지리란 순진한 기대는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여자들이 거리로 나선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성 판매로 생계를 잇는 여성들의 빈곤을 제거할 제도적 보완책이 함께 뒷받침되지 않는 한, 이들은 오히려 더 필사적으로 위험한 돈벌이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 규제 실시 후 성구매자들이 신원 공개를 거부할 수 있게 되자, 협상력을 잃은 성 판매 여성이 더 위험하고 폭력적인 성 구매자를 만날 위험이 증가했다는 보고는, 이 모델이 "여성들의 삶을 재건하도록 돕는 전략을 우선시하는 유일한 제도"임을 증명하는 데 실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웨덴 정치인이 "우리는 그것으로 매춘을 근절할 수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으며 단지 사회가 무엇을 수용할 수 있고 무엇을 수용할 수 없는지를 드러내는 중요한 신호일 뿐이다"라고 발언한 데서 짐작할 수 있듯, '스웨덴 모델'은 성 판매 여성의 권익을 위해 고안된 것이 아니다.

또한 이 모델이 실시되고 있는 지역민이 매춘을 바라보는 정서에도 경계해야 할 지점이 있다. 이 모델 실시 후 성 판매를 용납하지 못하는 스웨덴인 특히 스웨덴 여성이 많아졌다는 보고가 함의하는 바는 무엇일까? 성 착취 근절이라는 규제 아래 성 구매자를 범죄화해도 낙인은 여전히 성 판매 여성에게 돌아가고 있으며, 성 구매자에 대한 혐오가 성 판매 여성들의 곤경에 공감하는 능력을 앗아가고 있음을 드러낸다.
 
그렇다면 성 판매 당사자이기도 한 저자들은 어떤 모델이 성 판매 여성에게 가장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을까. 이들은 '완전 비범죄화 모델'을 옹호한다. 노동법을 통해 성 산업을 규제하는 이 모델은 성 판매를 형법의 영역을 벗어나 상법 노동법의 영역으로 이동시킨다. 성 노동 역시 다른 직장과 마찬가지로 노동법과 고용보호의 적용을 받아 노동조건을 다른 직종의 법적 수준까지 올려놓게 한다. 체포되는 두려움 없이 동료들과 실내에서 일할 수 있게 되자, 업소에 의존하는 성 노동자가 줄어들고, 극심한 업소 내 착취를 완화시킬 수 있었다.
 
'비범죄화 모델'의 도입 과정 중 가장 인상 깊은 점은, 이 분투에 앞장선 이들이 바로 성 판매 여성들 당자자라는 사실이다. 뉴질랜드 매춘부 단체는 1990년대 내내 의회에 법안을 제출하기 위해 노력했고 마침내 2003년 법안이 통과되었다. "성 노동자의 광범위한 참여를 통해 성 판매자의 안전에 초점을 맞춘 법을 제정했다는 점은 다른 법제화 모델들과 구별되는 큰 특징이다."

성 노동자 인권 보호가 법의 최우선 과제가 되고, 성 노동자를 구출되어야 하는 손상된 개인이 아니라 권리가 있는 노동자로 위치시킴으로써, 부당한 경찰력을 축소시키고 착취 희롱 갈취를 일삼는 폭력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었다. '비범죄화 모델'로 더 많은 여성이 매춘으로 유입되리란 우려와 달리, 뉴질랜드 성 노동자 수는 급증하지 않고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저자들이 '비범죄화 모델'을 옹호한다고 해서 이를 만능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성 산업이나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자신들의 노동 역시 여타의 노동과 다를 바 없는 고군분투의 과정임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어떤 모델도 "계급 젠더 인종 국적 장애 여부 등에 따른 임금격차와 노동과정에서의 차별과 불평등, 여성의 경력단절과 이로 인한 홈리스와 가난, 신용 부채 양산 등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이를 보완할 정책적 뒷받침이 수반되어야만 가능하다.
 
저자들의 치열한 기록이 끝나갈 때쯤, 성 판매가 노동이냐는 해묵은 고민이 서서히 해소되고 있었다. 그렇다고 저자들의 주장을 몽땅 수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자들이 제시하는 근거나 사례와 환경 등이 한국의 성매매 현실과 딱 맞아떨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게다 공고한 강간 문화, 성 구매 권하는 남성 사회, 집단 성매매 문화, 청소년 그루밍 성범죄 등 가공할 성 착취 남성 연대가 한국 도처에 똬리 틀고 있는 현실을 생각할 때 마음이 무겁다.
 
탈 성매매한 '봄날'이 <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에서 지적한 악랄한 구조적 성 착취의 문제나, 성매매 당사자 네트워크 '뭉치'가 '노르딕 모델' 도입을 요구하는 이유 또한 납득할 만하다. <레이디 크레딧>의 저자 김주희가 지적하듯, "노동 없는 여성들에게 신용이 부여되고 있는 현실 체제를 직면하지 않고 이들을 자발적 성 노동 참여자라고 인식하며 성매매 문제에 대해 단순히 탈규제의 해법만 내놓는 것도 여성들의 몸을 담보화해 확대재생산하고 있는 부채경제라는 동인을 간과하는 일이"라는 경계 또한 면밀히 고려되어야 한다.
 
현실의 수두룩한 문제와 위험에도 불구하고 비범죄화를 옹호하는 저자들의 주장에 마음이 움직인 이유는, 당사자들 스스로 주체가 되어 자신들의 삶을 통해 어떤 방식이 절실한지를 진지하게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매매는 당사자 여성들에게 언제나 경제문제"임을 상기할 때, 당사자들이 최소한의 안전망을 갖춘 삶을 구성하기 위해 비범죄화를 옹호하는 주장 또한 충분히 숙고되어야 하지 않을까. '매춘부 없는 매춘부 담론'의 지루한 길항 속에서, 당사자들이 용기 내어 발화하고 있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 게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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