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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주변 아파트 단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주변 아파트 단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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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선의 승패를 가늠한 가장 큰 요인은 부동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7년 5월부터 2022년 2월까지 문재인 정부 기간 동안 KB부동산 기준 서울 아파트가격 62% 상승, 전국 아파트 가격은 38% 상승했다.

급등한 주택가격은 무주택자, 1주택자, 다주택자 모두를 불편하고 기분 나쁘게 만들면서 다수 국민들이 정권교체에 힘을 싣도록 만들었다. 임기 동안 집값이 급등했던 2007년 17대 대선과 2022년 20대 대선 모두 정권이 교체되면서 여야 모두 부동산 가격 폭등이 지닌 파괴력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대선에서 패한 민주당에선 벌써부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을 이야기하며 보유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대폭 낮추겠다는 발언들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에도 보유세, 양도세 모두 완화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는 부동산시장 안정화‧선진화를 위한 장기 과제인 보유세 강화·거래세 완화 기조를 여야 모두 포기하겠다는 주장과 다름없다. 어설픈 반성은 목욕물 버리려다 애까지 버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 실패 핵심요인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30회 가까이 정책을 내놓으며 부단히 노력했지만, 부동산 가격 폭등을 잡는 데는 결국 실패했다. 코로나19 대처를 위한 대규모 유동성 공급이라는 변수가 컸다. 하지만 정책적으로도 한계가 많았다. 집이라는 재화의 투자수익률을 낮추기 위해 온갖 정책을 내놓았지만 가장 중요한 뇌관을 건드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집이라고 부르는 재화는 건축물과 건축물을 떠받치는 토지로 구성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집값이 상승하는 이유는 개인의 노력이 들어간 건물은 낡아가면서 가치가 떨어지지만, 건물이 서 있는 땅의 가치는 상승하기 때문이다. 땅의 가치는 해당 지역에 교통, 교육, 문화 등 사회기반시설 투자가 활발히 이뤄져 인구 집중 및 상업 활성화의 결과로 상승한다. 기반시설 투자가 활발하고 인구가 집중되는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땅은 시간이 지날수록 경제성장률 이상으로 가치가 높아지고 가격이 상승한다.

국민의 세금 또는 사회가 함께 노력하여 만들어 낸 토지가치 상승분을 개인이 그에 걸맞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가져가는 것은 '지대추구'라고 한다. '지대추구'라는 싹에 '공급부족‧저금리‧경기호황'이라는 비가 내리면 부동산 가격은 급격히 치솟는다.

택지개발부터 주택공급까지 수년의 시차가 발생하는 부동산개발의 특성상 부족한 주택공급을 단기간에 늘리기란 쉽지 않다. 기준금리 조정은 부동산 너머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에 부동산 가격 안정화라는 목표 하나만으로 쉽게 건드릴 수 있는 정책이 아니다. 그렇다고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경기를 침체시킬 수도 없다. 공급부족, 저금리, 경기호황이라는 비를 정부가 통제하기 쉽지 않다면 '지대추구'라는 싹을 잘라버리면 된다.
 
2017년 8월 2일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2017년 8월 2일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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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시장참여자들에게 '지대추구'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는 1주택자의 지대추구는 용인하고 고가주택 및 다주택자의 지대추구는 근절하겠다는 기조를 유지했기 때문에 부동산가격 폭등을 막지 못했다. '지대추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방식이 아니라 주택가격별, 지역별, 보유주택수별로 '지대추구' 기준을 달리 관리하면서 과도한 지대추구자를 막겠다는 '핀셋' 방식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다주택자는 법인 및 부동산관리신탁 활용, 증여 등을 통해 1주택자로 변장하고 공시가 1억 미만 아파트 투자 등 다종다양한 변칙으로 정부의 '핀셋'을 피해 부동산 투기를 이어갔다.

'다주택=투기꾼, 1주택=실수요' 프레임으로 짠 핀셋 방식의 그물은 부동산 투기를 잡기에는 그물코가 너무 크고 헐거웠다. 기민한 시장참여자들은 어디에 구멍이 있는지 금세 파악해 그리로 몰려가 지대수익 극대화를 추구한다. 수십 차례 부동산정책을 낼 정도로 시장참여자들과 쫓고 쫓기는 싸움을 했지만, 결국 집값은 폭등했고, 정부를 믿지 않고 부동산투기를 하거나 일찍 아파트 한 채 산 사람들이 최종승자가 되고 말았다. 다주택자는 투기꾼이고 1주택자는 실수요자라는 관점에서 다주택자에게는 징벌적인 조치를 부과하고 가급적 1주택자에게는 많은 혜택을 주려 했던 정부의 선한 의도가 결국 부동산 시장을 지옥으로 만들고 말았다.

참여정부의 보유세 강화 장기로드맵이 현실화되었더라면

2005년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할 당시 참여정부는 당시 0.17% 수준이었던 보유세 실효세율을 2017년까지 0.61%까지 올리겠다는 보유세 강화 장기로드맵을 제시했다. 서슬이 퍼렇던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지대추구 근절'이라는 프레임으로 그물을 짰다면 어땠을까? 2017년 정권 초나, 2018년 7월 재정개혁 특위에서 보유세 개편방안을 발표할 때 참여정부 시절 제시했던 보유세 실효세율 0.61%를 장기로드맵으로 다시 제시했더라면 어땠을까? 만약 참여정부가 제시했던 장기로드맵대로 2017년까지 보유세 실효세율 0.61%를 달성했다면 부동산투기가 이토록 극성을 부려 집값 폭등의 기폭제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보유세 실효세율 0.61%는 다주택자·고가주택에만 높은 보유세를 매겨서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다. 중저가 주택의 보유세도 함께 높여야 가능한 수치이기에 굳이 여론을 악화시킬 필요가 없다는 판단 하에 보유세 강화를 공식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조용히 공시가격을 현실화시켜 보유세를 차츰 높여가겠다는 복안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조용히 보유세 강화를 하겠다는 전략이 오히려 시장참여자들에게 문재인 정부는 보유세 강화에 뜻이 없다는 사인을 주고 말았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때는 대다수 국민들이 대통령 탄핵을 경험하고 나라다운 나라를 꿈꾸며 개혁에 대한 지지를 전폭적으로 보내던 시절이다. 문 정부는 국민들의 정의감이 고양되었을 때, 부동산시장의 선진화와 땀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보유세 강화 장기로드맵을 제시하고 오르는 세금에 대한 부담을 소득공제·세액공제 등으로 완충시키며 국민들의 협력을 구했다면 어땠을까?

다주택자·고가 아파트 중심으로 부동산투기심리가 일어나며 아파트 가격이 들썩이기 시작한 후에는 보편적인 보유세 강화는 어려워진다. 집값 오른 사람들에게 세금을 걷게 해야지 왜 집값도 오르지 않은 나에게 세금을 걷느냐는 반발이 나오기 때문이다. 문 정부는 뒤늦게서야 보유세 강화를 통해 부동산투기심리를 가라앉히려고 하면서 보편적인 보유세 강화가 아닌 고가·다주택자 중심의 선택적 보유세 강화, 핀셋정책으로 방향을 잡고 말았다. 시장과의 쫓고 쫓기는 싸움이 시작되었고 결국 정부는 지고 정권을 잃고 말았다.

대한민국 장기 발전에 유익한 것이 뭔지 고민해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열린 간사단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열린 간사단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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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하반기부터 미국 연준을 필두로 금리 상승 등 경제정책이 긴축으로 돌아서고 그간 누적된 부동산 규제 정책, 공급 확대 정책 등으로 인해 2014년부터 시작된 부동산 상승장은 주춤하고 있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부동산가격에 상당한 거품이 끼어 있다고 판단하고 있고 시민들 역시 현재의 주택가격에 대한 부담감과 더 오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으로 매수 심리가 가라앉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은 부동산시장 관리 측면에서 상당히 유리한 상황에서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공약을 놓고만 본다면 부동산투기 심리를 부추길 만한 공약들이 대다수이다. 임차인을 위한 공약보다는 임대인, 유주택자에게 유리한 공약이 대다수이다 보니 더 늦기 전에 집을 사자는 수요를 자극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글로벌 경제 전반적인 기조가 금리 상승 등 긴축에 들어가고 있어 자산가격에 조정이 올 가능성이 크지만 인플레이션이라는 변수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금리 인상 속도보다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이 높다면 다시 자산가격 상승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직까지는 본격적인 부동산 하락 사이클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기에 부동산시장을 자극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정책 방향을 선택하기를 당부한다.

특히 보유세 강화·거래세 완화는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선진화‧투명화‧안정화를 위해 필수적인 방향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높이 평가할 만한 부동산정책은 2020년에 발표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제시이다. 정권 후반에 몸에는 좋지만 입에는 쓴 인기없는 정책을 하기란 쉽지 않지만 국민부담의 형평성, 복지제도의 공정성을 강화하는 것이 대한민국 장기발전에 필요하기에 '공시가격 현실화'라는 부담스러운 계획을 발표했다.

행정권력은 국민의힘이 가져갔지만 입법권력은 민주당에 남아 있기에 재산세‧종부세 통합,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재추진 등 보유세 완화 공약을 국민의힘 단독으로 진행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도 2020년 수준으로 1주택자 보유세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을 보면 OECD 평균을 크게 밑도는 현재 0.16%인 보유세 실효세율도 여야합의로 더 후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양도세 중과 유예, 취득세 감면 등 거래세 부문은 경기 상황에 따라 취사 선택할 수 있는 단기정책이지만 보유세 강화·거래세 완화 기조는 다음 세대와 대한민국의 장기 발전을 위해 힘들더라도 가야 할 방향이다. 아직까지 부동산 시장의 안정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일 뿐 아니라 상위 20% 아파트 가격과 하위 20% 아파트 가격 격차도 사상 최대치로 벌어지면서 주택가격의 양극화도 심각한 상황이다. 향후 10년 간의 부동산 주요 이슈는 부동산 가격 급등이 아니라 인구감소로 인한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2021년부터 시작된 대한민국 총인구 감소는 유주택자와 무주택자의 양극화, 유주택자 간의 양극화, 지방과 수도권의 양극화 등 부동산을 둘러싼 양극화를 지금보다 더 심화시킬 것이다.

부디 윤석열 당선인과 민주당은 자기 진영의 지지율이 아닌 다음 세대와 대한민국 장기 발전에 무엇이 유익한지를 근거로 정책을 고민해주길 당부한다. 지역균형발전, 세대간 양극화 해소, 생산적인 투자처로의 자본 이동 등 다음 세대와 대한민국의 장기 발전을 염두에 둔다면 정책의 옥석을 가늠하고 취하는데 나침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태그:#종합부동산세, #보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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