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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테우해변 말등대가 보이는 저녁노을 풍경
▲ 책 표지 사진 이호테우해변 말등대가 보이는 저녁노을 풍경
ⓒ 황의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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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냈습니다. <제주는 오늘도 설렘 나 여기서 살당 죽젠!>(해요미디어, 2022.3.21).

4년 전 제주로 이주할 때만 해도 이런 책을 펴낼 줄은 몰랐다. 올레길을 걷다 보니 제주가 좋아졌고, 그러다가 마침내 제주도에 정착할 새로운 집을 짓고 정식으로 이주민이 되었을 뿐이다. 조그만 텃밭을 가꾸고, 나무와 꽃과 잔디와 잡초와 씨름을 했다. 날씨가 좋으면 오름으로, 바다로, 한라산으로 향했다.
 
150평 정도의 땅에 25평 규모의 집과 잔디밭, 꽃과 나무들 그리고 작은 텃밭이 있다.
▲ 필자가 살고 있는 목조주택 150평 정도의 땅에 25평 규모의 집과 잔디밭, 꽃과 나무들 그리고 작은 텃밭이 있다.
ⓒ 황의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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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이상의 반응

책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바로 코로나19 때문이다. 제주도가 육지에 비해서는 덜 위험하다고는 하나 이곳도 코로나 예외지대는 아니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유명관광지나 식당은 물론이고, 집에서 가까워 자주 찾는 노꼬메오름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조심스레 다녀야만 했다. 육지의 지인들이 가끔 제주에 왔다며 연락해오면 오랜만에 만나 회포를 풀던 즐거움도 사라졌다. 제주에 와서 알게 된 지인들과의 만남도 가능하면 자제해야 했고, 다니던 성당도 못 갈 때가 많았다. 이시돌복지의원 호스피스 봉사활동도 중단됐다.

이런 상황에서 생각해낸 것이 글이나 써볼까, 하는 일이었다. 어찌 보면 기사 쓰는 게 평생직업이었던 만큼 본능적인 욕구가 솟구친 것 같기도 하다. 마침 제주로 이주한 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짤막하나마 일기를 적어온 것이 도움이 됐다. 지나간 일기를 읽으며 인상 깊었던 장소, 사람, 사건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다. 여기에 관련자료를 찾아보면서 살을 붙여 한편 한편씩 글을 써나갔다.
 
제주도에 속해 있으며, 상추자도와 하추자도 등 4개의 유인도와 38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졌다.
▲ 그림처럼 아름다운 추자도 제주도에 속해 있으며, 상추자도와 하추자도 등 4개의 유인도와 38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졌다.
ⓒ 황의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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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이 책을 펴낸 데는 오마이뉴스 연재도 한 몫을 했다. 지난해 초여름부터 가을까지 '제주살이를 꿈꾸는 당신에게'(http://omn.kr/1u3xr)라는 타이틀로 독자들과 만날 수 있었다. 연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어느 정도나 반응이 있을지 예상하기 어려웠다. 2010년대에 피크에 달했던 제주에 대한 관심과 이주 열풍이 상당히 가라앉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저 제주 한달살이가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으니, 여기에 관심 있는 사람 정도나 읽어줄 것으로 기대했다. 

반응은 예상 밖으로 뜨거웠다. 많이들 읽어주었고 댓글을 달아줬다. 어떤 글은 오마이뉴스를 거쳐 포털 주요기사에 올라가기도 했다. 지나치게 사람들이 몰려들어 원래 지니고 있던 풍광과 특유의 매력이 사라져가는 대평리와 금오름 이야기, 4·3평화공원에서 송악산 알뜨르 비행장에 이르는 다크 투어리즘을 다룬 글 등에 대한 반응이 특히 뜨거웠다. 

황사영 백서사건으로 제주도에 유배됐던 정난주 마리아가 어린 자식을 추자도에 놓고 온 이야기, 춘향전보다 애절한 제주처녀 홍윤애와 제주로 유배돼 고초를 겪은 조정철과의 러브스토리, 나비박사 석주명의 일화 등 제주역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에도 많은 독자들이 관심을 보내주었다. 유명관광지보다는 역사적 의미나 사연이 있는 이야기에 독자들은 더욱 관심을 보여준 것이다. 출판계가 이미 오래전부터 불황이긴 하지만 제주살이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도 읽어줄 독자층은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선 것도 이같은 독자들의 열띤 반응이었다.
 
현재 알뜨르 일대에는 온전한 상태로 남아 있는 일제 격납고가 19개 소에 달한다.
▲ 알뜨르 비행장에 산재한 격납고 현재 알뜨르 일대에는 온전한 상태로 남아 있는 일제 격납고가 19개 소에 달한다.
ⓒ 임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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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유시민 등 묻어둔 이야기

이번에 펴낸 책에는 개인적인 인연들을 많이 소개했다. 제주로 이주해 살다 보니 서울에서 살 때보다 오히려 지인들을 더 자주 만나게 된다. 제주로 여행을 오거나, 일 때문에 왔다가 연락해 만나보고 가는 지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들 중에는 사회적으로 알려진 분들도 있어 오마이뉴스에 연재하기가 꺼려진 게 사실이다. 필자 입장에서는 제주살이 일기를 쓴 것이지만 오마이뉴스에 게재되면 곧바로 기사가 되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개인적인 이야기들은 모두 묻어두었다.

예를 들어 민주노동당 대통령후보였던 권영길 선배나 유시춘·유시민 남매와의 오랜 인연, 그리고 이제는 고인이 된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추억담 등이 그런 경우다. 권 선배의 경우는 제주에 내려왔다고 연락이 와 하루를 함께 보냈다. 개인적인 사연을 미주알고주알 털어놓기가 꺼려졌던 것인데 이번에는 책 속에 넣었다. 1980년대 말 언론노조운동을 하면서 만난 '동지' 권영길 선배와의 당시 뒷이야기를 담았다.

지금은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유시민 작가가 청년시절 필자를 찾아와 만난 이야기도 처음으로 공개했다. 당시 신동아 기자로 학생운동 관련기사를 많이 썼다. 출판사에서 책으로 내자고 제안을 해와 뜻하지 않게 나의 첫 번째 저서를 내게 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에서 의료산업 선진화 전략 보고회의를 주재하기위해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과 함께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2006.7.11
 노무현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에서 의료산업 선진화 전략 보고회의를 주재하기위해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과 함께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2006.7.11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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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책에는 '유시민 학생'의 <항소이유서>와 옥중편지 등 많은 관련 글들이 실렸다. 이렇게 얻기 힘든 글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당시 구속학생학부모협의회 총무였던 누나 유시춘 현 EBS이사장의 도움이 컸다. 이 글도 유시춘 이사장이 제주로 내려와 만났고, 당시 발간된 책자를 분실했다며 남아 있는 게 있다면 한 권 보내줄 수 없겠냐는 요청이 계기가 돼 집필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이야기는 18년 전 노무현 후보가 당선된 날을 상기시켜준 후배의 카톡문자를 보고 쓰게 됐다. 처음 초선의원 노무현의 청문회 질의 장면을 보고 느꼈던 호의적인 감정, 그후 첫 만남과 취재했던 당시의 기억, 대통령 당선되기 전날의 마지막 만남에 이르기까지 아련해진 추억들을 소환한 글이다.

제주는 섬이다.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여 육지와 떨어져 있다. 비행기와 인터넷과 전화와 카톡으로 연결돼 있다고는 해도 섬은 운명적으로 섬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곳에서 사는 나 역시 섬사람이 겪는 단절감에서 예외는 아니다. 육지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동시간으로 접하면서도 왠지 실감하기가 쉽지 않다. 광화문 네거리에서 흡입하는 서울의 공기와 제주에서 듣는 서울 소식은 확연히 다른 느낌이다.

세상사에 둔감하지 않으려고

이 책의 마지막 8부는 '제주섬에서 세상을 바라보다'라는 제목을 붙였다. 현장감이 떨어지는 섬이지만 그래도 세상 돌아가는 상황에 너무 둔감해지지는 말아야지 하는 심정으로 써본 글이다.

무엇보다도 현재 한국 사회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여겨지는 언론개혁과 검찰개혁에 관련된 한두 가지 사례를 통해 내 생각을 내보이고 싶었다. 개인적으로는 언론개혁 없이는 검찰개혁도 재벌개혁도 이른바 적폐 청산도 모두 어렵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들여다보는 창이 언론인데, 그 창이 더럽혀졌거나 희미해졌거나 하면 안과 밖이 제대로 보일 리 없지 않은가. 무엇을 개혁해야 할지, 어떻게 개혁해야 할지 방향을 잃고 내용이 왜곡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제주 산골에 살면서도 늘 이 문제가 뇌리를 짓누르고 있음을 고백한다.
 
브라질 민주주의의 위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위기의 민주주의-룰라에서 탄핵까지>의 한 장면
 브라질 민주주의의 위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위기의 민주주의-룰라에서 탄핵까지>의 한 장면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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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대편 멀리 떨어진 브라질의 이야기는 다소 동떨어진 듯 보이지만 남의 일로만 치부하기에는 우리 현실과 닮아 보여 다룬 글이다. 글을 쓸 때만 해도 촛불혁명의 경험을 가진 우리나라에서 법을 무기로 삼은 이른바 연성 쿠데타가 일어나기야 하겠냐는 생각을 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대선 결과를 목격하면서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위기감을 느낀다. 아니 이미 시작되었다고 할 수도 있겠다.

이 책은 결국 제주살이의 즐거움과 재미, 새롭게 알게 된 제주의 아픔, 그런 와중에도 육지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심정 등을 담았다. 그중에서도 기본은 제주에 사는 즐거움이다. 그래서 책 제목도 <제주는 오늘도 설렘 나 여기서 살당 죽젠!>으로 정했다.
 

제주는 오늘도 설렘 나 여기서 살당 죽젠!

황의봉 (지은이), 해요미디어(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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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의 언론계 생활과 7년의 대학 초빙교수 생활을 끝내고 2018년 봄 제주로 이주했다. 애월읍의 한 생태마을에 거주하면서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과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 그리고 제주현대사의 아픔에 깊은 관심과 연대의식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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