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귀환'이었다. 손흥민이 시즌 첫 멀티골을 터뜨리는 맹활약으로 화려하게 부활하며 토트넘 홋스퍼에 귀중한 승리를 안겼다. 토트넘은 21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핫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스트햄과의 2021~22 EPL(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홈경기에서 2골을 터뜨린 손흥민의 활약을 앞세워 3-1로 승리했다.
 
토트넘은 브라이턴 앤 호브 알비온전에 이어 2연승을 내달리며 16승 3무 10패(승점 51)를 기록하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14승 8무 7패, 승점 50)를 제치고 7위에서 5위로 뛰어올랐다. 한 경기를 덜 치른 4위 아스날(17승 3무 8패, 승점 54)과는 3점차로, 올시즌 아스널과의 맞대결이 한 경기 남아있는 토트넘으로서는 충분히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티겟이 주어지는 '빅4' 진입에 대한 희망을 이어갈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토트넘에게 가장 큰 호재는 역시 손흥민의 부활이다. 해리 케인과 함께 토트넘의 쌍두마차로 꼽히는 손흥민이지만, 최근에는 경기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지적을 받으며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사실 토트넘의 들쭉날쭉한 후반기 행보에는 손흥민의 기복 심한 활약도 큰 영향을 미쳤다. 2월 이후 토트넘이 패배했던 번리(0-1), 맨유(2-3)와의 리그 경기, 2부리그팀인 미들브즈러와의 FA컵 16강전 등에서 손흥민은 예외없이 부진한 플레이를 보이며 패배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 브라이턴 전에서도 비록 팀은 승리했지만 손흥민의 경기력에는 물음표가 붙었다.
 
급기야 영국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손흥민의 선발 제외 가능성이 언급되기도 했다. 과도한 강행군으로 체력과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손흥민에게 휴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안토니오 콘테 토트넘 감독은 이런 의견에 강하게 반박했다. "손흥민은 경기 결과를 바꿀 수 있는 선수다. 선수는 잘할 때도 못할 때도 있다. 선수의 활약은 득점 여부 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전체적인 활약이다. 손흥민은 여전히 잘하고 있으며 우리 팀에 중요한 선수다. 손흥민은 선발출전할 것이며, 그를 제외시키자는 이야기는 미친 짓"이라고 일축하며 손흥민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드러냈다.
 
콘테 감독의 확신대로 손흥민은 웨스트햄전에서도 다시 선발로 나섰다. 손흥민은 지난 2경기에서의 침묵을 만회하듯, 경기 내내 활발한 침투와 폭발적인 스프린트로 웨스트햄 수비진을 여러 차례 흔들며 토트넘의 공격을 이끌었다. 손흥민은 사실상 이날 토트넘이 올린 3골에 모두 관여하며 실력으로 자신이 붙박이 선발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증명했다.
 
토트넘은 전반 9분 만에 행운의 상대 자책골로 리드를 잡았다. 케인이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서 쇄도하는 손흥민을 향해 내준 패스가 이를 차단하려던 웨스트햄 수비수 커트 주마의 발을 맞고 골문으로 향했다. 손흥민 입장에서는 충분히 득점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고 나중에 터진 2골을 감안하면 해트트릭까지 노릴 수 있었기에 약간 아쉬운 장면이었다. 케인 역시 이 득점이 손흥민의 골로 인정되었다면 도움 해트트릭을 기록할 뻔했다.
 
첫 합작골이 무산된 아쉬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손흥민-케인 콤비는 불과 15분 뒤에  기어코 '작품'을 만들어냈다. 손흥민은 전반 24분 케인의 침투 패스를 받아 페널티 지역 왼쪽으로 쇄도한 뒤 강력한 왼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앞서가던 토트넘은 전반 35분 코너킥 상황에서 사이드 벤라마에게 만회골을 허용하며 2-1로 쫓겼다. 종반까지 일진일퇴의 공방을 거듭하며 아슬아슬하던 승부는 경기 막바지인 후반 43분, 다시 손흥민이 해결사로 나서며 균형을 깼다. 토트넘 골키퍼 위고 요리스의 골킥을 공중볼 싸움에서 이긴 케인이 머리로 손흥민에게 연결했다. 공을 이어받은 손흥민이 재빠르게 돌파해 웨스트햄 골키퍼와 1대 1 상황을 맞이하며 침착하게 오른발 슛을 골대에 꽂아 넣었다.
 
손흥민이 터뜨린 2골은 이번에도 모두 '단짝' 해리 케인의 도움을 받아 이뤄졌다. 이미 EPL 통산 최다 골 합작 기록을 가지고 있는 손흥민-케인 듀오는 이로써 38-39번째 골을 한꺼번에 합작하며 자신들의 기록을 또다시 경신했다.
 
손흥민은 후반 추가 시간 루카스 모우라와 교체되어 그라운드를 나가면서 홈팬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콘테 감독은 손흥민에게 다가와 격하게 포옹하며 활짝 미소를 감추지 않았다. 위기에서 흔들리지 않고 선수를 믿어준 감독과, 그 믿음에 실력으로 보답한 선수간의 훈훈한 명장면이었다.
 
손흥민은 이날 경기를 마치고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에 합류해 이란(24일), 아랍에미리트(29일)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 10차전에 나선다.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한 축구대표팀이지만 이란과 조 1위 자리를 놓고 자존심 대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A매치 소집을 앞두고 손흥민의 저조한 경기력이 계속되었다면 토트넘이나 대표팀 모두 고민이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손흥민이 웨스트햄전에서 확실하게 반등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제 모두가 홀가분하게 A매치 기간을 맞이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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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해리케인 콘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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