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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키이우 외곽에서 발생한 폭격 후 창고 주변에서 컨테이너를 옮기고 있다.
 지난 17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키이우 외곽에서 발생한 폭격 후 창고 주변에서 컨테이너를 옮기고 있다.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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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발발했습니다. 이를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보면 국제법을 무시한 러시아의 반인륜적 군사작전이라고 볼 수 있으며, 반대로 러시아 입장에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증가하는 서방 세력의 군비증강에 대해 우크라이나 지역(주로 동부 돈바스 지역)에 있는 자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예방전쟁(Preventive War)이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어떤 관점을 선택하든 상관없이 일어나서는 안 될 '전쟁'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간략하게 이 전쟁이 나와는 무슨 상관이며, 보다 근본적으로는 이 전쟁이 왜 발생했는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먼나라 이야기?
 
구글 지도를 통해 본 키이우(키예프, Kyiv)와 서울의 물리적 거리.
 구글 지도를 통해 본 키이우(키예프, Kyiv)와 서울의 물리적 거리.
ⓒ 구글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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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구글 지도는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과 우크라이나의 물리적 거리가 대략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줍니다. 간략히 말하면, 멀고도 먼 나라입니다. 주변에 유럽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은 많이 있지만, 그중에 우크라이나를 다녀온 사람을 많이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이에 뉴스를 통해 접하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이 나와는 별 상관이 없는 이슈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상투적인 표현으로) 지구 반대편에서 발생한 이 전쟁으로 인해, 제가 매주 활용하고 있는 소카(SOCAR)의 대여 가격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이는 운전을 하는 모든 사람이 공감할 내용인데요. 최근 기름값이 치솟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석유 공급 감소로 인해 국제유가는 최근 배럴당 100달러 선을 넘고 있습니다. 지난 17일 기준으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8.4%(7.94달러) 오른 102.98달러를 기록했으며,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도 배럴당 9.3%(9.14달러) 오른 107.16달러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현대경제연구원은 20일 발표한 보고서(최근 글로벌 경기 동향과 시사점)에서 이 같은 현상이 유지될 경우, 우리나라 GDP 성장률이 0.3% 하락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은 GDP와 같은 피부에 와닿지 않는 데이터가 아닌 소카의 대여료와 같이 나의 일상에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복잡한 지정학·역사적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그럼 보다 근본적으로 왜 두 국가 사이에 전쟁이 발생했는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국제정치학의 주된 질문은 '국가 사이의 전쟁은 왜 발생하는가?'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곧 다양한 국제정치이론이 됩니다.

일반적으로 국제정치학에서는 크게 세 가지 분석틀로 전쟁의 발발을 설명합니다. 첫째는 국가 지도자와 같은 영향력 있는 개인에게 집중하는 방법으로 이는 푸틴 또는 젤렌스키의 성향과 정책적 판단에 근거하는 분석입니다. 둘째는 국내 정치적 요소에 집중하는 방법으로 이는 특정 국가의 국내 정치적 동학 또는 민주주의 국가와 권위주의 국가 사이의 이질성에 근거하는 분석입니다. 마지막은 국제사회의 무정부성(International Anarchy)이라는 구조에 천착하여 냉전과 같은 구조가 개별 국가로 하여금 전쟁이라는 수단을 선택하게 한다는 분석입니다.

세 가지 분석틀 모두 합리성이 있으며, 상호보완적으로 활용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은 세 번째 분석틀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나토(NATO) 확장의 역사
 나토(NATO) 확장의 역사
ⓒ N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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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지난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서유럽의 안보동맹으로 불리는 NATO(나토, 북대서양조약기구)가 어떻게 팽창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과 영국, 프랑스를 중심으로 12개국은 NATO를 결성합니다. 이는 당시 소련으로 대변되는 공산주의 세력에 대항 및 방어하기 위한 집단안보 시스템(Colletive Security)입니다. 이 시스템은 12개국 중 하나의 국가가 소련에 의해 침공을 받으면 12개국은 모두 자국이 침공을 받은 것으로 인지하고 공동으로 대처한다는 개념입니다.

이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는 나토는 지난 70여 년 간 유럽연합의 확대와 맞물려 과거 공산권 국가들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1999년 폴란드, 체코, 헝가리가 NATO에 가입했으며, 급기야 2000년대 초반에는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까지 회원국이 됩니다.

이를 미국과 유럽연합의 관점에서 보면 민주주의의 승리 또는 나토와 유럽의 팽창(expansion)이라고 할 수 있지만,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침략(invasion)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NATO의 존재 이유가 소련의 확장을 막기 위한 집단안보체제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러시아와 유럽연합 사이에 위치한 우크라이나는 1991년 소련의 해체 이후 지속적으로 유럽과 러시아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아왔습니다. 그러던 중 2014년에는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대규모로 유럽연합의 가입을 촉구하며 '유로마이단' 시위를 벌였으며, 급기야 2017년에는 우크라이나 의회에서 나토 가입을 촉구하는 투표가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우크라이나의 움직임이 러시아, 그리고 푸틴에게는 심각한 존재론적 불안(ontological insecurity)을 야기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러시아와 크렘린 궁에 NATO의 동진과 우크라이나의 친서방 행보는 생존의 '위협'이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러시아는 지난 2008년 조지아를 침공했으며, 지난 2014년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합병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전쟁은 단순히 2022년 발생한 하나의 단발적인 사건으로 보기보다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지속된 복잡한 지정학·역사적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합니다.

태그:#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 #존재론적불안,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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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박민중입니다. 생일은 3.1절입니다. 정치학을 전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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