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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글쓰기 모임 '두번째독립50대'는 20대의 독립과는 다른 의미에서, 새롭게 나를 찾아가는 50대 전후의 고민을 씁니다.[편집자말]
학부모 총회 날이었다. 쏟아지는 여러 업무를 소화하기 위해 담당부서에서는 임의대로 적절히 일을 배분해서 선생님들을 배치했다. 협조를 당부한다는 말과 함께 날아온 업무 분장표를 열었다. 업무의 경중에 따라 나의 '운발'을 장난스럽게 예측하기도 하며.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업무를 맡은 경우도 있지만 꽤 강도가 있는 업무를 맡는 경우는 시간이나 들이는 힘이 적지 않다. 내게는 몸을 쓰더라도 짧은 시간에 끝나는 것이 잘 맞는 것 같았다. 교내의 모든 통로에 안내문을 부착하는 일이 주어졌고 입구부터 5층까지 교내 곳곳을 돌았다.

50대 직장인의 생존법
 
이 시간이 길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내일 당장 그만둔다고 해도 후회가 없도록 매일을 마무리하는 마음으로 산다.
 이 시간이 길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내일 당장 그만둔다고 해도 후회가 없도록 매일을 마무리하는 마음으로 산다.
ⓒ envato ele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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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와 40대와 50대, 세 명이 함께 했다. 일을 하며 자연스럽게 대화의 물꼬가 터졌다. 입심 좋은 선생님이 대화를 이끌었고 리액션 좋은 선생님이 열심히 장단을 맞추었다. 금세 공통분모도 찾았다. 두 교사는 자녀 교육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독박 육아에 대한 30대 선생님의 하소연이 이어지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 자녀 고민을 하는 40대 교사가 말을 이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내 역할은 조용히 듣는 것이다.

한참을 본인들 이야기만 하는 것이 민망했는지 "샘은 다 끝났지요?" 물었다. 다 끝났다? 우리 아이들은 학생 신분을 벗었으니 키우는 건 끝난 셈이지만, 아직은 미혼이라 함께 산다. 결혼 적령기지만 아직 둘 다 결혼 소식은 없다. 활발하게 사회생활을 해야 할 나이지만, 하나는 취준생이다.

여전히 걱정이고 부모의 돌봄 안에 있는 셈이다. 부모로서 자녀의 돌봄에 끝은 없다. 그러니 자녀에게 집착하고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최근 드는 생각이었다. 다만 그것을 길지 않게, 구구절절 이야기 하지 않는 것은 무겁지 않은 관계를 위한 나만의 처세법이다.

복도에서 나를 채용한 관리자를 마주할 때마다 할 만하냐고 진지하게 물어왔다. 어떤 답을 원하는지 모르겠지만 몇 번을 웃으며 괜찮다고 답했더랬다. 나와 비슷한 연배지만 교사들을 향해 회의를 진행할 때면 본인은 '적당히', '편한 게 좋은 거',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말을 많이 하던 분이었다. 그런데 왜 나만 보면 괜찮은 거냐고 묻는 걸까. 걱정스러울 만큼 내(나이)가 불안해 보였던 걸까. 

15년 차 동료 교사와의 대화에서는 내용이 조금 더 들어갔다. 수업이나 학생 지도에 어려움을 호소하며 한계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말끝에 샘은 힘들지 않냐고, 어떠셨냐고, 지금 어떻게 버티냐고 물었다. 아이들과의 관계, 때론 힘들 때가 있고 버티는 마음일 때가 없었다면 거짓말이지만 적극적으로 그 힘겨움에 긍정하지는 않았다. 교직에 늦게 입문해서 나이는 있어도 아직은 이 일에 즐거움이 크다고 답했다.

2년이 넘는 휴지(休止)와 같은 시간을 보냈다. 전성기가 지나가 버렸다는 상실감은 앞으로의 삶에 대한 기대나 열망도 식게 했다. 다시 일을 하니 삶이 뜨거워지는 것도 같았다. 굳이 '힘들다'는 말로 몸과 마음이 처지게 하고 싶지 않았다. 이것 역시 도전하는 중년의 나름의 생존법이라면 생존법. 더불어 누군가의 불편한 시선이나 업무 수행 능력에 대한 우려를 아예 자르는 방법이기도 했다.

사람 사는 세상이 늘 그렇지만, 살다 보면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건 나의 대답이 돌고 돌아 나도 모르는 사이에 구설이 될 수 있다는 염려도 있었다. 공연한 걱정일지도 모르겠으나 괜히 엉뚱한 오해나 편견은 심고 싶지 않았다. 특히 전문가로서의 자질과 관련된 질문에 혹시라도 역량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았다.

단순한 말에도 의미를 부여하며 매 순간 긴장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가르치는 일에 나는 진심이다. 간신히 버틴다는 인상 없이 긴장마저도 즐기며 나의 한계를 시험해보고 싶다. 그리고 잘 해내고 싶다. 이 시간이 길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내일 당장 그만둔다고 해도 후회가 없도록 매일을 마무리하는 마음으로 산다. 특히 스스로에게 아쉬움을 남기고 싶지 않다.

재미있게 나이 드는 마음가짐

중년이라는 시간은 길어지고 있다. 인생은 60부터라지만 학교 현장은 젊은 피로 가득하다. 10대의 아이들과 젊고 열정 넘치는 젊은 교사들. 물론 교직 20년 차 언저리의 40대 후반이나 50대 초반도 드물지 않다. 자칭 타칭 원로 교사로 대접받으며 때론 학생들과의 인생의 갭을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런 자리에서 나이로는 한참 원로인 나의 처신은 말로든 행동으로든 나이 든 티를 내지 않는 것이다.

스벤 뵐펠은 <50 이후, 더 재미있게 나이 드는 법>에서 마음가짐을 강조한다. 즉 '의식의 변화'와 '알아차림'으로, 심리학자 엘렌 랑거의 현장 연구를 인용해 '긍정심리학'을 전한다. 청춘을 떠올리는 분위기에서 젊어진 것처럼 행동하도록 유도했더니, 시간이 지난 후 주관적으로 더 젊어졌다고 느낄 뿐 아니라 걷는 자세가 개선되고 걸음도 빨라지는 등 건강 상태도 변했다고 말한다.
 
능동적인 생활방식은 '성공적인 노년'을 보내기 위한 필수 조건에 속한다. 운동 과학적 시각에서 능동적인 삶은 일차적으로 몸을 자주 움직여주고 운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그와 동일한 비중을 갖는 것이 바로 정신적 생동감이다. 다양한 사회적 네트워크는 이 두 가지 면에서 자극과 도움을 준다. (스벤 뵐펠, <50 이후, 더 재미있게 나이 드는 법>, 270쪽)

힘들다고 생각하는 순간 힘듦은 두 배로 다가온다. 마음이 처지고 처진 마음을 몸이 따라가면 우울이 나를 지배하게 된다. 나쁜 습관을 없애려고 노력하고 주어진 상황을 긍정으로 전환하는 것이 지금 내 삶의 방법이라면 방법이다.

말을 잘하지는 못하지만 상대의 말을 인정하고 수용한다. 화려한 리액션은 부족해도 많이 끄덕여 준다. 사람들과 어울리며 밝은 기운을 유지한다면, 나의 직장생활도 나이듦도 성공이라고 자부할 수 있을 테니.

그런 마음 때문일까, 학교에서 내 움직임은 무겁지 않다. <인생은 왜 50부터 반등하는가>에 쓰인 것처럼 '50세 무렵부터 스트레스가 감소하고 긍정성이 많아진다'고 한 것이 내가 의도하지 않은 비결일 수도 있겠지만, 오늘도 중년의 나를 궁금해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가볍지 않은 질문을 적절히 거르고 신중하게 받아넘기며 주어진 자리에서 열심히 살 뿐이다.

시민기자 글쓰기 모임 '두번째독립50대'는 20대의 독립과는 다른 의미에서, 새롭게 나를 찾아가는 50대 전후의 고민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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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영화, 사람 사는 이야기를 씁니다. 50대의 삶을 어떻게 꾸려갈지 깊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남은 생도 이전처럼 힘 있게 달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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