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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일인 지난 3월 2일 오전 울산시 북구 달천중학교 한 교실에 등교한 학생들이 앉아 있다.
 개학일인 지난 3월 2일 오전 울산시 북구 달천중학교 한 교실에 등교한 학생들이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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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의 고통을 이제야 비로소 공감하고 있다. 코로나 초기에 '덕분에 챌린지'에 동참할 때만 해도 그저 수고한다는 마음 정도를 표현했을 뿐이다.

지금 그들이 겪어온 고통이 고스란히 학교에 전이되고 있다. 오미크론의 광범위한 확산과 방역지침의 완화로 인해 학교는 코로나 방역의 최전선이 됐다. 학생과 교사 가리지 않고 연일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어 교과 수업은커녕 출결 자체가 무의미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는 한두 주 내로 확진자 수가 정점을 찍을 거라지만, 학교 상황만 놓고 보면 도무지 미덥지 않다. 정규분포곡선 그리듯 감소한다고 보면 족히 몇 달 동안은 결코 안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때까지 교사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코로나 방역일 수밖에 없다.

방역으로 시작해 방역으로 끝나는 일과

민망한 고백이지만, 개학 후 20여 일이 지난 지금까지 일과 중에 수업 준비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공강 시간에도 방역 업무에 치여 교무실에 차분히 앉아 교과서 한 번 펴볼 겨를이 없다. 매일의 일과가 방역으로 시작해 방역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침에 눈을 뜬 뒤 자가 진단 앱을 구동시키는 건 어느새 본능적 행동이 됐다. 그러나 몇몇 아이들에겐 아직도 어색한 모양이다. 깜빡하고 등교하는 경우가 한 반에 서너 명은 된다. 등교하기 전 반 아이들에게 자가 진단을 독려하는 것으로 교사의 하루는 시작된다. 

조회 땐 즉시 출결을 파악해야 한다. 교실에 빈자리가 있다면 열이면 열 모두 코로나와 관련된 결석자다. 학급 담임교사는 확진자와 격리 기간, 유증상자와 유전자 증폭 검사 결과 대기자, 격리 해제 후 유증상자 등을 세분해 각각 조사하고 학교 방역팀에 서둘러 보고해야 한다. 

대개는 수업 시작 전 담임교사에게 카톡을 통해 확진 여부와 몸 상태 등을 알려오지만, 깜깜무소식인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도 담임교사의 몫이 된다. 아이도 학부모도 전화를 받지 않을 때도 허다하다. 신호음에 발만 동동 구르다가 수업 시작종이 울리면 참으로 난감하다. 

예년엔 수업 시간이면 스마트폰을 교무실에 두고 다녔지만, 요즘은 그랬다간 자칫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언제 어디서 문자나 전화가 걸려올지 알 수 없어서다. 이 와중엔 발신자가 누구인지 확인하는 건 금물이다. 수업 중에도 전화가 오면 무조건 복도로 뛰어나가 받아야 한다. 

아이나 학부모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만도 벅찬데, 그게 전부는 아니다. 교내 방역팀에서도 수시로 알림 문자를 보내온다. 학년별, 학급별, 교사와 학생별 확진자와 유증상자를 업데이트한 정보에다 하루가 멀다 않고 바뀌는 방역지침 내용까지, 말 그대로 '문자 폭탄'을 맞고 있다. 

보건실의 업무는 사실상 마비 상태
 
전면 개학에 들어간 지난 2일 오전 대구 동구 봉무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학년별 동선을 달리하며 등교하고 있다.
 전면 개학에 들어간 지난 2일 오전 대구 동구 봉무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학년별 동선을 달리하며 등교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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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변석개하는 방역지침을 보건 교사조차 헛갈린다고 토로할 정도인데, 하물며 담임교사는 오죽할까. 결석의 이유가 워낙 다양해 방역지침만으로는 감당할 수도 없다. '유권 해석'을 요구하는 담임교사들의 문의가 폭주하는 통에 보건실의 업무가 사실상 마비 상태라고 한다. 

바뀐 방역지침 내용 중에 가장 얄궂은 건 '학교장 재량'과 '권고'라는 글귀다. '확진자 3%와 밀접 접촉자 15%'라는 비대면 원격수업의 조건은 흐지부지된 지 이미 오래다. 정부와 교육청의 전면 등교라는 대원칙이 버젓한데, 어느 간 큰 학교장이 교문을 걸어 잠글 수 있을까. 

'학교장 재량'이라는 건 교육청의 방침을 따르겠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지시든 권장이든 공문이 내려올 때까지 학교장은 복지부동하는 게 최선이다. 괜히 긁어 부스럼 낼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다. 재량껏 했다가 사달이라도 나면 뒷감당을 어떻게 하느냐는 거다. 

지난 2월 말, 정부는 학교 방역의 성공을 위해서 교사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방역 책임을 학교로 은근슬쩍 떠넘겼다. 학교별로 특성에 맞도록 학사 운영 체계를 준비하고 교사의 확진에 대비한 대책도 주문했다. 방역과 교육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한다고 채근한 셈이다.

말이 좋아, 학교의 '자율 방역 체계 구축'이지, 교내 방역은 교사들이 알아서 하라는 이야기다. 그 첫 조치로 전국의 유치원과 초중고에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대량 살포'했다. 학교는 학급별로 소분한 뒤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아이들에게 배부해 자가 검사하도록 하고 있다. 

언뜻 아무것도 아닌 일 같지만, 담임교사에겐 신경 쓸 게 한둘 아니다. 실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양성이든 음성이든 알리도록 하는데, 수요일과 일요일 저녁마다 스마트폰엔 '문자 폭탄'이 떨어진다. 안 보내도 그만이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실시율이 현저히 떨어진다. 

물론, 실시하지 않았다고 해서 불이익을 줄 수도 없다. 어디까지나 '권고' 사항이기 때문이다. 기실 백신 접종부터 신속항원검사, 심지어 등교 중지 여부까지 '권고'로 마무리되는 지침이 태반이다. 알다시피, '권고'란 권장은 하되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강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가족 모두가 확진됐는데 신속항원검사 결과 음성이어서 등교한 아이, 단지 목이 아프다는 이유로 결석한 아이, 확진된 후 격리 기간이 끝났는데도 증상이 여전하다고 결석한 아이, 부모가 확진됐는데도 PCR 검사를 받지 않겠다고 버티는 아이, 일과 중 보건실만 찾는 아이까지. 이 아이들의 상태를 종일 관찰하며 제어해야 한다.

어느 학급도 '완전체'였던 적이 없다

사례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출결 처리에도 애를 먹게 된다. 인정 결석의 기준조차 수시로 바뀌어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현재 격리 해제 후 3일 동안 결석을 인정하고 있지만, 후유증을 호소하며 며칠째 등교하지 못한 경우도 왕왕 있다. 그러한 경우 별도의 증빙 서류를 첨부하면 병결로 처리된다. 

올해는 많이 간소화되었다지만, 작년의 경우 학급별로 매월 코로나 관련 결석 증빙 서류의 분량이 웬만한 책 한 권 두께였다. 아이들의 출결 서류 챙기다 한 해가 다 갔다고 푸념하는 교사들이 태반이다. 폭증한 업무 탓에 올 초 학교마다 담임교사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쉬는 시간은 물론, 점심시간조차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일과 중 마스크 착용을 채근하고, 점심 식사 때 발열 체크와 띄어 앉기를 지도하기 위해선 껌딱지처럼 아이들을 따라다녀야 한다.

개학 후 지금껏 어느 학급도 '완전체'였던 적이 없다. 반마다 도미노처럼 확진자가 이어지고 있다. 몇몇 아이가 격리 기간이 해제돼 등교하면, 약속이라도 한 듯 그만큼의 아이가 확진 판정을 받아 격리되고 있다. 아예 한날한시 무더기로 확진자가 나오는 학급도 드물지 않다. 

담임교사마저 확진되어, 말 그대로 '초토화'된 반도 있다. 황급히 다른 교사가 임시 담임을 맡게 되고, 그마저 여의치 않으면 옆 반 담임교사가 두 학급을 책임지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등하교 때 출결 파악도 버거운 마당에 수업 결손에 대한 고민은 차라리 사치다. 

교과 교사의 확진도 끊이지 않고 있다. 부랴부랴 대체 강사를 초빙하려 해도 쉬운 일이 아니다. 격리 당일에 고작 일주일의 격리 기간 동안 쥐꼬리만 한 강사료로 수업하겠다는 분을 구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다. 결국 남아있는 교사들이 '돌려막기'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러잖아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데 동료 교사의 수업까지 대체해야 하는 것이다. 조만간 확진자 수가 정점을 찍게 될 거라는 정부의 '희망 고문'에 교사들은 오늘도 몸을 갈아 넣고 있다. 혹독한 가뭄에 기우제 지내는 심정이 이러할까. 

교사는 슈퍼맨이 아니다
 
2022년도 1학기 개학을 일주일여 앞둔 지난 2월 22일 오후 광주 북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북구청 방역반원들이 학생들 등교에 대비해 방역·소독을 하고 있다.
 2022년도 1학기 개학을 일주일여 앞둔 지난 2월 22일 오후 광주 북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북구청 방역반원들이 학생들 등교에 대비해 방역·소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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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우리집에선 아내마저 감염됐고 안방에 홀로 '감금'됐다. 나는 동거 가족의 확진으로 수동감시자가 되어 PCR 검사를 받았다. 천만다행으로 음성이 나왔다. 음성이더라도 수동감시 시작일로부터 열흘간은 등교나 출근을 자제하도록 권고되지만, 지금 학교의 여건상 차마 그럴 순 없다. 

확진 판정을 받은 교사들이 숱한 마당에, 방역지침의 권고 사항을 준수할 여유가 없다. 권고대로 출근하지 않으면, '멀쩡한' 동료 교사 중 누군가는 내 몫을 대신해야 한다. 애먼 그들에게 부담을 줄 순 없다. 감염되지 않았다는 게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이유가 돼선 곤란하다.

분주한 아침, 딸의 등교 차비를 돕고 격리된 아내의 식사를 챙기는 건 그다지 힘들지 않다. 힘들기는커녕 그동안 집안일에 소홀했던 것에 대한 반성의 계기로 삼고 있다. 솔직히 걱정되는 건 따로 있다. 부지불식간에 감염돼 반 아이들에게 해를 끼치면 어쩌나 싶은 두려움이다.

설마 방역지침의 권고 사항을 지키지 않았다고 처벌받지는 않겠지만, 이런 학교의 현실을 모르지 않을 교육 당국이 뒷짐만 지고 있는 것 같아 야속할 뿐이다. 이 와중에 격리된 아이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 지당한 말씀이긴 하나, 등교수업조차 자습 시간으로 대체되는 상황에서 한가하다 못해 생뚱맞게 들린다. 교사는 슈퍼맨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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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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