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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 및 부위원장 인선 결과를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 및 부위원장 인선 결과를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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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가장 화제가 된 말은 '정말 외람되오나'였다. 윤석열 당선자에게 질문을 하던 기자가 쓴 표현이었는데, 해당 표현은 많은 이들에게 '기자가 벌써부터 설설 긴다'는 비판이 나오게 하기 충분했다. 이 표현을 쓴 기자는 "불편을 느낀 분들께 사과드린다"라면서도 "질문의 전체 내용과 당시 상황의 맥락도 살펴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기자의 평소 말버릇이 그랬다니 사실 작은 해프닝으로 여길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한국 언론 역사를 살펴보면 이 문장이 주는 불안감은 여전히 유효하다. 

권력을 찬양한 언론들

1957년 3월 26일, <조선일보> 1면 사설의 제목은 '이대통령의 팔이회 탄신을 경축함'이었다. 해당 사설은 제목 그대로 당시 대통령이었던 이승만의 82회 생일을 축하하는 내용으로 가득찼다. 해당 사설은 "모든 국민이 노대통령의 건강과 건투를 경하하며 축복하라는 뜻의 일단을 표시하는 것으로 믿는다"라고 언급하며 이승만에 대한 노골적인 찬양을 이어간다. 

요즘에 와서는 대통령 생일에 대한 기사는 1면에 실을 만한 내용은 아니지만, 당시엔 장기집권하고 있던 늙은 대통령에 대한 아부는 일상적이었다. 이러한 이승만 탄신 축하기사는 4·19 혁명 직전까지 이어진다. 1960년 3월 26일 <조선일보> 3면에 실린 '이대통령 85회 탄신'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대통령과 생신과 건강을 축복하여 이 날을 공휴일로 정하고 경축하게 된 것이다"라고 끝을 맺으며 당시 권력을 찬양한 언론의 한 면을 보여준다.

이런 언론의 독재자 띄워주기 작업은 군사정부가 들어서도 마찬가지였다. <동아일보>는 1963년 12월 17일 1면 톱기사였던 '제삼공화국의 탄생'에서  '5·16 군사혁명의 영도자 박정희'라는 표현을 쓰면서 앞으로 언론이 독재자들을 어떻게 찬양할지 보여줬다. 

권력이 강해질수록 언론의 대통령 예찬은 더욱 커졌다. 유신권력이 정점으로 치닫던 1978년 7월 6일자 <매일경제> 1면은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당선된 박정희의 프로필을 소개하면서 '박정희 9대 대통령 프로필 - 중흥 터전 굳힌 민족영도자, 근엄하고 인정 많은 실천형'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제 대통령 앞에 '영도자'라는 지체 높은 단어를 붙이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 되었다.

그래서였을까? 박정희가 사망한 다음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은 자신의 겸손을 보여주겠다는 듯이 '인간'이라는 표현을 강조하며 자신의 등장을 세상에 알린다. 1980년 8월 23일 <조선일보> 3면에 실린 '인간 전두환'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전두환의 인간미를 강조한다. 
 
"고교때부터 축구 선수였던 그는 육사에서도 축구부주장으로서 다른 생도들과 달리 학업과 운동을 겸하느라 공부에만 정열을 쏟을수가 없었던듯하다. 그러나 그는 남이 쉬는시간에 부족한 수업, 뒤진 과목을 보완하느라고 심혈을 기울였다."

어쩔 수 없었다고?
 
1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건물 입구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등 참석자들이 현판식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진석 국회 부의장, 김기현 원내대표, 이준석 당대표, 윤 당선인, 안철수 인수위원장, 권영세 부위원장,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김병준 지역균형발전특위 위원장.
 1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건물 입구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등 참석자들이 현판식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진석 국회 부의장, 김기현 원내대표, 이준석 당대표, 윤 당선인, 안철수 인수위원장, 권영세 부위원장,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김병준 지역균형발전특위 위원장.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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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언론에게도 변명거리는 있다. 당시 독재자들의 언론 탄압은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다. 이승만은 대한제국 때의 법률까지 가져와서 언론인들을 탄압했고, 이후 정권들은 기자들을 대량 해고 하는 등 언론의 생명줄을 꽉 쥐어잡고 흔들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독재자에 어느정도 협조하면서 언론 자체를 유지하는 것이 더 낫다고 변명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상황 속에서도 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되었다. 우리는 광주항쟁 때 언론사들이 단순히 지도자 찬양 정도의 협조가 아니라 그 이상의 왜곡을 저지른 사실을 기억한다. 민주주의를 위해 일어난 시민들은 폭도가 되었고 이들을 때려잡는 군인들은 참된 반공군인으로 둔갑시킨 그 역사를. 또 진실을 외면한 언론들이 지금까지도 그 역사를 제대로 반성하지 않고 주요 언론사로서 남아있는 현실을.

이런 사건들이 원인이 되어 지금 한국 언론을 보는 국민들은 불신이 잔뜩 쌓여있다. 언론보다 유튜브가 더 옳다고 달려가는 사람들도 많다. 언론은 '가짜뉴스 홍수'라는 제목을 자주 붙이지만, 권력 찬양을 위해 원조 '가짜뉴스 홍수'를 만들었던 언론들의 자기반성은 극히 드물다. 

언론에게 바란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3월 18일 인수위 출범식 날에 취재기사들의 단체채팅방에서 관리자가 기자들의 항의 메시지를 가린 사건을 보도했다(관련 기사 : "관리자가 메시지 가렸습니다"... 인수위 출범날 '윤석열 소통방'에서 벌어진 일 http://omn.kr/1xvx5). "소통방인데 기자들이 의견 좀 올렸다고 메시지를 가려버리는 게 소통인가?"라고 항의하는 메시지조차 가려버려 기자들의 뒷말이 나오게 한 사건이다. 

기자 1명이 윤 당선자에게 질문하면서 실수를 했다지만, 벌써부터 '외람되지만'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언론이 윤 당선자에게 굴종하는 것처럼 비친 사건과 기자들의 항의를 가려버린 사건은 앞으로 탄생할 새 정권 아래에서 권력의 언론 무시와 언론 스스로의 굴종의 악순환이 펼쳐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게 만든다. 윤석열 당선자가 "정부 초기 모습 보면 임기 말도 알 수 있다"라고 했다지만, 이 부분만큼은 좀 달랐으면 좋겠다.

한국 언론 역사의 상당 부분은 굴종의 역사였지만, 저항의 역사가 차지하는 부분도 만만치 않다. 1974년 동아일보, 동아방송, 출판국 기자들의 자유언론실천선언(외부 간섭 배제, 기관원 출입 거부, 언론인 불법 연행 거부)과 관련된 이야기는 우리 언론의 민주화 투쟁 역사에서 가슴 뭉클한 대목이다.

이런 사건들 덕분에 한국의 주요 언론들은 그나마 '우리도 저항했다'라면서 독자들 앞에서 변명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도 그러한 정신을 가진 투철한 기자들과 언론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정말 외람되오나, 앞으로도 그런 언론인들이 더 열심히 활동해 주기를 바란다. 그래야만 비로소 '정말 외람되오나' 사건이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지 않을까.

태그:#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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