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문폴> 장면

영화 <문폴> 장면 ⓒ (주)누리픽쳐스

 
우리는 살면서 예기치 않게 많은 재난을 만난다. 특히 자연재해는 피하기 어렵다. 태풍, 홍수, 가뭄, 지진 등 다양한 자연재해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반복적으로 진행되어 왔다. 기술의 발전으로 여러 가지 재해를 예측하고 그것에 대비할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자연재해가 주는 두려움은 크다. 

자연재해 앞에 우리는 속수무책이 된다. 재해를 피하려 하지만 피하기 어려울 때도 있고, 재해가 한 번 휩쓸고 간 터전은 복구하는 데 시간이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자연재해 때문에 어려움을 당하는 사람들도 존재하는데, 누군가는 이들을 도우려 하지만 또 누군가는 이들을 이용해 자신의 살 길을 찾으려 한다. 자연 재해 앞에서 인간의 광기가 그대로 노출되기도 한다.   

달이 지구로 추락한다

영화 <문폴>은 달이 지구로 추락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이 겪는 일련의 일들을 화면으로 옮겼다. 주인공 브라이언(패트릭 윌슨)은 유능한 우주비행사다. 자신의 파트너 조(할리 베리)와 함께 십 년 전 우주에서 임무를 수행하다 괴물체를 만나게 되고, 신입 동료를 잃는다. 브라이언은 괴물체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나사 고위층에서는 믿지 않았고, 동료 조도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브라이언은 불명예 퇴직을 하게 된다.

그 사건 이후 10년이 지난 시점의 그는 이혼한 상태이고, 자신의 삶을 제대로 이어가고 있지 못하다. 우주에 대한 특강으로 겨우 생계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반면, 조는 여전히 나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영화는 이 두 사람의 멀어진 관계가 다시 동료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몰락한 영웅과 현재의 영웅이 재난 앞에서 협력하는 이야기로 볼 수 있겠다.
 
 영화 <문폴> 장면

영화 <문폴> 장면 ⓒ (주)누리픽쳐스

 

영화 속에서 달은 지구 주변을 돌던 궤도를 벗어나 점점 지구 쪽으로 다가온다. 그것을 발견한 음모론자 KC 하우스먼(존 브래들리)은 우연히 브라이언과 만나 나사로 향하게 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 중 브라이언과 KC 하우스먼은 세상에서 배척되거나 소외된 사람들이다. 그들의 말을 믿어주는 사람은 없다. 

그건 그들의 삶에도 영향을 주는데 브라이언은 아내와 이혼하고 아들과의 관계도 좋지 못하다. KC 하우스먼 역시 다르지 않다. 그의 아픈 어머니를 제외하면 그의 주변에는 의지할 만한 사람이 거의 없다. 소외된 이들이 나사에 가서 그들만의 방법으로 재난을 해결하는 모습은 카타르시스를 주기도 한다. 

과거 여러 재난 영화들이 집중했던 건 바로 스케일이다. 이 영화에도 도시가 파괴되고 달의 중력 영향 때문에 벌어지는 재난 장면들이 계속 이어진다. 하지만 재난 영화를 좀 더 긴장감 있게 만드는 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다.

<문폴>에서는 브라이언과 재혼한 아내 가족들의 관계, 그리고 KC하우스먼과 주류 나사 직원들 간의 갈등 관계가 그 역할을 한다. 이에 더해 조와 그의 전 남편과 아들의 이야기가 덧붙여진다. 그러니까 여느 재난 영화가 그랬던 것처럼 큰 재난을 배경으로 한 가족영화 형식을 이 영화도 차용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재해를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는 약탈자까지 등장해 긴장감을 높인다. 

과거 재난영화들의 특징을 가져오다

달이 지구로 떨어진다는 설정 자체는 신선하다. 영화 속 재난 장면들의 스케일도 크다. 이 영화를 연출한 롤랜드 에머리히는 과거 <인디펜던스 데이>나 <투모로우>, <2012> 같은 재난 영화로 성공을 거둔 거장이다.

하지만 <문폴>에서 그가 연출한 재난의 모습들은 이미 관객들이 여러 번 보아온 것들이다. 그래서 도시가 파괴되는 과정 등 여러 장면들에서 기시감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이 몇 번 반복되는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은 크게 약해진다. 
 
 영화 <문폴> 포스터

영화 <문폴> 포스터 ⓒ (주)누리픽쳐스

 

또한 가족의 탈주극도 <2012>에서 이미 수차례 본 적이 있다. 그것을 다루는 방식 자체도 2020년에 개봉했던 <그린랜드>의 혜성 충돌 위기 상황과 겹치는데 <그린랜드> 속 가족의 이야기가 <문폴>에서 벌어지는 가족의 탈주극보다 훨씬 긴장감이 높고 공감이 간다. 

브라이언을 연기한 배우 패트릭 윌슨과 조를 연기한 배우 할리 베리는 그들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연기를 보여주고 있으나 전반적인 영화의 분위기와 이야기의 아쉬운 구성 때문에 빛을 발하지 못했다. 그래도 KC 하우스먼을 연기한 배우 존 브래들리의 연기는 눈에 들어온다. 모든 인물 중 가장 마이너 한 감성을 가진 그는 우주까지 가서 그만의 농담을 보여준다.  

영화 <문폴>의 전반적인 완성도는 아쉽지만 달이 지구에 가까워지면서 벌어지는 다양한 재난은 나름 볼거리를 선사한다. 또한 재난 상황에서 보이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잘 다루고 있어 킬림타임용으로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렇다고 아쉬움까지 감출 순 없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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