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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정신은 없어도 시간은 잘도 갑니다. 특히 교실의 풍경은 얼마나 바뀌었는지 모릅니다. 학교 안 가면 큰일 나는 줄 알았었는데 온라인으로 학습을 합니다. 오히려 온라인 학습이 당연한 것이 되었습니다.

요즘 학교에서는 웬만하면 종이로 가정통신문을 보내지 않습니다. 혹시나 모를까 하는 전염에 매개가 되지 않도록 대부분의 공지사항은 어플을 통해서 합니다. 그래서인지 이알리미는 꽤나 자주 울려댑니다. 오늘 급식 메뉴가 무엇인지, 아이의 학교 소식에 별다른 이슈는 없는지 이제는 알리미를 통해 다 알 수 있습니다. 가정통신문이나 아이의 알림장을 잘 체크하지 않게 됩니다.

코로나 시대에 교내 행사를 한다고?

초등학교 아이는 3월에 총회라는 큰 행사가 있습니다. 총회는 1년 동안 학교의 교육 중점 목표 그리고 학교 전반적인 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학부모에게 하면서 의견을 나누고 소통을 하는 자리입니다. 또 아이의 새로운 담임 선생님을 처음 뵙는 자리이기도 하고요.

총회란 번거롭기도 하지만 궁금하기도 합니다. 학교에 네트워크가 부족한 저학년 때 일수록 그렇습니다. 총회 때라도 가서 선생님도 뵙고, 아이 친구 엄마들과 얼굴도 익히고 친해져야겠다는 의무감이 불끈 듭니다.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연차를 내야 하는데 휴가를 내기 힘든 바쁜 날이 총회날. 이러면 여러모로 마음이 무거워졌었거든요.

하지만 코로나는 이런 총회의 모습도 바꾸어놓았습니다. 꼭 학교에 가지 않아도 참석할 수 있는 온라인 총회를 열게 된 것이지요. 올해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온라인 총회가 열렸습니다.
 
학교 총회가 온라인으로 열렸다.
 학교 총회가 온라인으로 열렸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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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학교는?

총회의 시간은 수요일 오후 세시, 장소는 줌콜입니다. 총회를 온라인으로 하는 것이 뭔가 새로운 기분입니다. 시간에 맞추어 속속들이 엄마들이 입장을 합니다.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총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올해 교장 선생님이 바뀌었습니다. 새로 오셔서 의욕에 가득 찬 모습으로 학교 운영에 대한 전체적인 큰 틀을 브리핑해 주셨습니다. 교장선생님의 말씀이 끝나고 학습 부장 선생님이 학년별 교육 방향을 다시 한 번 알려주셨습니다. 아이의 학년은 연극 수업과 사물놀이를 특화수업으로 진행한다고 합니다.  과연 교장선생님 실물을 아이의 학년이 끝나지 전에 뵐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총회는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1부는 학교 전반에 대한 브리핑이었다면, 2부는 각 반으로 흩어져 아이의 담임 선생님과 처음 만나게 되는 순서입니다.

교내에서 진행할 때는 아이들이 공부하는 교실 구경도 하고, 서랍정리는 잘 해놓았는지, 슬쩍 아이의 사물함도 열어보고 몰래 정리도 해놓고 했지만 지금은 어림도 없는 소리입니다. 그저 담임선생님 얼굴을 2D 화면으로 뵙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노릇입니다.

담임선생님 줌으로 처음 뵙겠습니다

​올해 아이의 담임선생님은 교육경력 20년 차쯤 되신 베테랑 선생님이셨어요. 언제나 문제가 있다면 상담하라고 적극적인 소통을 장려하시더라고요. 이름만 알던 선생님의 얼굴을 비록 영상으로라도 처음 뵙고 인사드려서 참 아쉽지만 뭐 이제는 코시국 삼 년 차니까요. 

그나저나 총회 처음 가시는 어머님들 사실은 말이죠, 2부에 담임선생님과 따로 보는 아주 중요한 이유가 있어요. 다들 아시죠? 담임선생님과 만나기 전에 눈치 챙겨야 하는 거요. 무슨 소린지 당최 모르시겠다고요?

2부 순서에서 반 모임 할 때 담임선생님께서 학교에서 활동하실 어머님들을 구하십니다. 녹색 어머니, 아침 독서 책 봉사, 급식 모니터링 등 대략 이 정도인데 저희 학교는 녹색 어머니회는 없어졌고요(너무 좋습니다). 아침 독서 책 봉사도 아무래도 코로나로 잠정 중단된 상태라 급식 모니터링 해 주실 분만 구하시더라고요.

음~ 내가 하자니 부담스럽고, 안 하자니 살짝 눈치보이는 거 뭔지 아시죠? 자~ 이제부터 눈치게임 시작~! 바로 이 순간을 위해 눈치가 필요합니다. 

"급식 모니터링 해주실 어머님 안 계세요?"

잠시 동안의 정적이 흘렀습니다. 이 게임은 침묵을 못 견디는 사람이 지는 게임입니다. 잠시간의 정적을 깨고 제가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뭐 연차 한번 내고 가죠 뭐. 사실 학교 밥이 맛있거든요. 코로나라 검식은 못하겠지만 맛있는 식재료와 밥을 즐겁게 먹는 아이들 모습이라도 보러 가려고요. 제가 담당하는 날이 회사일이 바쁠 때가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

바쁜 어머님들 총회까지 챙기시려면 정신 없으시겠죠. 게다가 아이가 둘 셋이라면 어느 반엘 들어가야 할지 생각만 해도 어려운 일 같습니다.

이렇게 학교 봉사를 하나 얻고 2022년 총회가 막을 내렸습니다. 코로나만 아니었어도 직접 얼굴을 뵙고 아이 잘 부탁드린다고 인사도 드리면서 얼굴 도장을 꽝 찍었을텐데 안 가도 되어서 편하긴 했지만 조금은 아쉬운 총회였습니다. ​이렇게 줌으로 하는 총회 올해가 마지막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내년에는 꼭 조금은 번거롭더라고 실물을 뵙는 총회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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