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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년 8개월 동안 간호사로 일하다가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한 인력 부족 문제로 퇴사하고 다른 직업을 갖게 된 유휴간호사다.

간호사의 퇴사에는 항상 죄책감이 동반된다. 죽지 않기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퇴사하는 간호사는 결국 무책임한 존재로 낙인찍히는 일이 많다. 힘든 상황 가운데 병원에 남은 간호사들의 상황은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

남은 간호사들은 환자와 동료를 지키겠다는 책임감 하나만으로 스스로를 혹사시키며 버티고 있을 것이다. 이런 노동은 오래가지 않는다. 지금 버티고 있는 간호사들도 언젠가는 떠나갈지 모른다. 면허를 가진 간호사 절반이 일하지 않는다는 통계 자료를 보면 알 수 있다.

간호사를 그만두고 나서 이기적인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저 자리에 내가 없어서 다행이다', '진작에 간호사를 그만둬서 다행이다'라는 생각.

밀양세종병원에 화재가 났을 때, 서울아산병원의 신규 간호사였던 박선욱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때, 서울의료원의 경력 간호사 서지윤 간호사가 목숨을 끊었을 때, 응급사직, 응급오프, 임신순번제, 직장 내 괴롭힘 등 인력 부족으로 인한 구조적인 문제들이 간호사 개인의 인성 문제로 치부될 때 그랬다.

그리고 최근 또 한 번, 간호사들의 이야기를 접하며 그런 기분을 느꼈다. '떠나서 다행이다'라는 생각.

"인력이 없다는 이유로 자가검진키트 결과가 양성이어도 보건소에 가지 못하게 하고 일하게 해요."
"자가검진키트 양성이 나와서 지침대로 보건소에 pcr 검사받으러 갔는데 관리자에게 혼났어요."
"확진인데 하루만 더 일하고 쉬러 가라는 소리를 들었고 거절할 수 없었어요. 환자들이 확진될까 봐 두려워요."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지금도 병원을 그만두고 싶을 간호사들과 그런 상황에서도 병원에 남아 떠난 동료들의 무게만큼 삶이 더 무거워질 간호사들이 동시에 떠오르며 출구가 없는 것처럼 느껴져 마음이 답답해졌다.

사실, 코로나 이전에도 이런 식이었다. 신종플루에 걸린 간호사가 이를 관리자에게 보고했음에도 그냥 일하라고 하는 경우, 너무나 일상적으로 밥 먹는 시간과 화장실 가는 시간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일, 환자가 성폭력을 행사했음에도 불편하면 퇴사하라는 말을 듣는 경우, 환자에게 폭언을 당해도 환자를 달래주고 사과해야 하는 간호사들.

이 모든 일은 인력 부족이라는 원인과 관리자의 잘못된 대응이 가져오는 결과들이다. 항상 간호사가 부족했기 때문에 은근슬쩍 개인의 노력과 책임으로 다 떠넘기던 병원과 관리자의 습관이 코로나 상황에서도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은 항상 자신을 부품처럼 여기며 일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과 달리 더 위험한 상황이다. 코로나 상황에서 예전과 같이 간호사를 갈아 넣어 일을 시키고, 간호사가 스스로를 돌보지 못하고 (심지어 확진된 채로) 일하게 되었을 때 환자들에게 얼마나 큰 피해가 갈지는 더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 것이다.

사실 간호인력 부족의 문제는 병원이 채용을 많이 하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하지만 병원들은 이윤을 내기 위해 최소한의 간호사만을 채용하고 있고 간호사들은 스스로를 갉아먹으며 일하다 떠나간다. 결국 병원은 신규 간호사들로 채워지게 되고 빠른 적응을 핑계로 적절한 교육시간 또한 보장되지 않는다.

병원이 간호사가 떠나지 않게 노력하지 않느냐고? 그럴 필요가 있을까? 매년 2만 명의 간호사들이 양성되고, 이들은 경력 간호사들 보다 더 사회를 모르고 고분고분하다. 무엇보다도 저임금으로도 일을 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병원의 횡포를 막을 수 있는 법은 현재로서는 없다.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작년 10월 간호인력 1인당 담당할 환자 수를 제한하고 각 의료기관장이 이를 위반할 때 처벌 할 수 있는 조항이 담긴 '간호사 1명당 환자수를 법제화하는 간호인력 인권향상을 위한 법률(간호인력인권법)' 국민동의 청원이 시작되었다.

간호인력인권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민동의청원이 10만 명을 달성했을 때 나는 많은 간호사들과 함께 환호했다. 물론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래도 앞으로 조금의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심장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지난 1월 국회는 심사 기한을 3월 20일까지 연기한다고 했다. 

나는 오늘, 참담한 마음에 언젠가 다시 취업전선에 뛰어들 경력단절 간호사인 친구에게 변하지 않은 현실을 또 한 번 알렸다. 죄책감이 들더라도,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듣더라도 나는 나와 내 동료가 안전한 일터에서 일하기를 바라고 죽지 않고 살아있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어느 세미나 자리에서, "저를 간호해 주는 간호사 선생님과 '점심 맛있게 드셨어요? 어떤 메뉴요?'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저는 저를 간호해 주는 간호사가 밥도 못 먹고 화장실도 못 가며 일하지 않길 바랍니다"라고 했던 동료 활동가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과연 간호사들에게 그런 날은 오기나 할까.

덧붙이는 글 | 해당 글을 작성한 유휴간호사 이민화는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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