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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록 시인은 37년 동안 중고등 학생을 가르치다 얼마 전에 명예퇴직을 했습니다. 지난해 가을 동화 <아들과 아버지>를 출간했습니다. 지난 17일 봄비가 내리는 천안 '이정록 시인의 이발소(이야기발명연구소)'에서 이정록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발소(이야기발명연구소)에서 집필 중인 이정록 시인
 이발소(이야기발명연구소)에서 집필 중인 이정록 시인
ⓒ 유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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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 교육 현장에서 37년 보내시고 지난 2월에 명예퇴직하신 걸로 압니다. 학생들과 직접 소통할 일이 많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요즘 '꼰대'라는 단어를 자주 접하게 되는데, 선생님께서는 '꼰대'라는 단어에 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불편하죠. '꼰대'라는 말은 배배 꼬인 새끼줄과 갈등이란 말이 떠오르게 합니다. 잘 꼬인 동아줄이 뭐가 나쁘겠습니까? 그런데 새끼줄에는 가래침이 묻어있습니다. 마른 손바닥에 침을 퉤퉤 뱉으면서 새끼를 꼬죠. 그러니 꼰대란 말에는 경멸과 장벽과 배척이 있단 말입니다. 갈등(葛藤)이란 말은 칡은 오른쪽으로, 등나무는 왼쪽으로 휘감으면서 올라가기에 생긴 말이죠. 상향의지는 같은데 방향이 반대인 거죠. 칡은 등나무에게 등나무 덩굴은 칡에게 꼰대인 거죠.

돈 마중과 먹거리 마중과 의자 마중만이 지상 최고의 가치라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나보다 여리고 어린 사람들에게 손 마중, 발 마중, 마음 마중, 귀 마중을 해야 합니다. 특히 귀를 열고 들어줘야 합니다. 고개를 가로젓기 전에 끄덕이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과 꾸지람을 맨 뒤로 밀쳐두어야 합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잖아요. 그들이 어머니를 만날 수 있도록 기다려줘야 합니다. 경력자 우대라는 말도 있죠. 대부분의 경력은 실패와 좌절에서 쌓아 올린 주춧돌입니다." 

- 같은 단어인데 다양한 상황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항상 존재했던 것 같습니다. 전라도 방언의 '거시기'가 그렇고 젊은이들의 '쩔어'라는 단어가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꼰대라는 단어를 들으면 먼저 세대 간 견해 차이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선생님 생각은 어떠세요?
"'태초에 빛이 있었다'와 짝을 이루는 말은 '태초에 어둠이 먼저였다'가 되려나요? '태초에 말세가 있었다'가 될까요? 어른들은 어느 순간 도덕군자가 돼서 모든 가치와 정의를 독점하려 하죠. 자기들이 어렵게 개척해 놓은 정치, 경제, 사회, 도덕, 진리 등을 뒤따라오는 젊은 것들이 다 망치고 있다고 생각하죠. 그런 불안이 엄습하면 어른들끼리는 나이로 연대하죠.

가장 광범위하게 선점한 가부장이라는 권력 밑에다가, 젊은이들이 취약한 의식주를 틀어쥐고 군림하려고 하죠. 그리고는 가장 고약한 폭력의 말을 늘어놓죠. '저 녀석 밥도 주지 마! 저놈은 굶어도 싸! 옷도 싹 벗겨서 내쫓아! 굶어 보고, 떨어 보고, 길거리를 헤매 봐야만 어른이 소중한 걸 알지.' 다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라지만, 그건 저주의 말이죠. 당신도 앞 세대에게서 상속받은 채찍이자 가새주리죠."

- 공감되는 말씀입니다. 선생님의 동화책 <아들과 아버지>에서는 따뜻한 이야기로 아버지의 마음이 아들에게 강물이 되어 흐른다고 하셨죠. 근대 교육을 받고 자란 어른들과 현대 교육을 받고 자란 아이들의 차이가 생기는 현상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이러한 차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차이를 극복하는 일은 결과죠. 먼저 과정이 필요하죠. 크게는 교육제도를 완전히 뒤집어야지요. 1등에서부터 꼴등까지 줄을 세우는 수월성 교육도 손을 봐야지요. 자본과 권력에서 나오는 힘보다 꿈의 성취와 보람이 주는 행복과 가치를 북돋아야지요. 부정부패가 힘을 못 쓰는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어야지요. 정치적 인간을 가르쳐야지요. 바른 것이 가장 위대한 것이란 걸 어른들이 모범을 보여야 하죠.

편법으로 권력과 자본만을 따라서 비굴하게 살면서 청춘들에게 가르치려고 한다면, 당연히 가래침이 튀어나오겠죠.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 고맙다는 말, 미안하다는 말, 꿈을 꾼다는 말을 당당히 건넬 수 있도록 솔선수범해야지요. 먼저 양팔을 벌려서 가슴 마중을 하고 귀 마중해야지요. 온 나라가 한꺼번에 나서야지요. 한 걸음 한 걸음, 남북통일의 문제까지. 태초에 빛이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까요? 현실에서 어렵다면, 시와 소설로 말해야죠. 노래를 불러야죠. 영화와 만화와 웹툰 속 인물들이 외쳐야죠."  

- 쉽지 않은 도전처럼 느껴집니다. 혹시 교단에 계시면서 잊지 않으려고 했던 마음이 있을까요? 
"교단을 무대로, 학생들을 관객이라고 생각했지요. 수업 시간 동안 관객을 감동케 하고 그들에게 지식과 지혜를 건네야 하죠. 학생은 시간과 돈을 지불하는 유료 관객이잖아요. 수업 시간에 간혹 시간을 할애 받아서 시상을 메모하고 쓴 건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학생들은 장편 서사시를 쓰라고 성화를 부렸지만.(웃음)"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이정록 시인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이정록 시인
ⓒ 유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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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을 살면서 사람은 얻는 것과 잃는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상황에 청소년들이 얻은 것과 잃어버린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코로나19 상황이 청소년들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 같습니다.
"밀접 접촉을 잃었지요. 어깨동무를 잃었지요. 입술의 떨림과 보조개의 아름다움과 붉은 볼을 잃었죠. 얼굴로 건네는 복잡미묘한 표정 언어를 잃었지요.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친구가 전염병의 매개체로 인식되는 두려움이 생겼지요. 서로 코로나19를 건넬지 모른다는 공포가 생겼지요. 추억이 쪼그라들고, 경험과 체험이 극도로 위축되었지요. 공동체가 주는 뿌듯함이 사라졌지요. 혼자만의 독방에 갇힌 번데기가 되었어요.

인간의 모든 행위에 '혼'이라는 접두사가 붙었어요. 혼술, 혼밥, 혼잠, 혼공부, 혼놀이, 혼장난. 이건 유배죠. 그래서 혼자지만, 여럿이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스스로 개척하기 시작했죠. 영상 대화를 통해서 혼자인 내가 세계 다중과 동시에 모든 일을 계획하고 실천합니다. 엄청난 변화가 오겠지요. 지난 2년이 준 경험이 곧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파인 구덩이를 채우고 막힌 담장을 헐겠지요.

다만 팬데믹 시대를 통과하는 5세부터 25세까지 친구들에게는 국가 차원에서의 인센티브가 주어졌으면 좋겠어요. 심리치료나, 취직 가산점이나, 학습 도움이나, 자격증 취득에 대한 지원이나, 군 복무기간 단축 등, 두어 개를 선택 지원하는 거죠. 직접적인 경제적 도움도 필요할 것 같아요. 기성세대가 책임지는 시스템을 갖추자는 거죠. 이런 논의는 토론과 설계 과정만으로도 세대 간, 계층 간의 갈등을 해소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 시인의 언어라 그런지 가슴을 콕콕 찌르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 동화 <아들과 아버지> 중 종반부에 수록한 '사랑하는 아들에게'라는 시가 기억에 남습니다. 특히 '땀 흘려 일하지 못한 날에도 굶지는 마라./ 하지만 누군가에게 아픔을 건넨 날에는 숟가락을 들지 마라./ 언제나 눈물샘이 마르지 않도록 걷고 기도하라./ 아들아, 너는 끝끝내 울보가 돼라.' 이 부분이 감동적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청소년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자신을 믿으세요. 자신을 위로하세요. '아직 오지 않은 나'를 반갑게 기다리세요. 난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고 좋은 사람이 될 거라고 토닥여 주세요. 그리고 친구와 후배와 세상에다 대고 크게 외치세요. '이렇게 좋은 젊은이를 본 적이 있나?' 실패 중인 지금의 모습을 자랑하세요. 성공이라는 어머니를 찾아가는 가파른 길에 웃음꽃을 심으세요. 보란 듯이 향기를 날리세요."
 
이정록 시인의 이발소 (이야기발명연구소) 록
 이정록 시인의 이발소 (이야기발명연구소) 록
ⓒ 유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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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 책 제목이기도 하죠. '아직 오지 않은 나에게' 향기를 날리라는 말씀 인상적입니다. 명퇴하신 뒤 근황을 여쭈고 인터뷰를 마치려고 합니다.
"3월 1일부터 자연인이 되었는데요, 그날부터 작업실에 나와서 놉니다. 작가는 글 쓰고 책 읽는 게 놀이죠. 작업실 이름은 '이정록 시인의 이발소(이야기발명연구소)'입니다. 이발소와 시의 공통점은 깎는 거죠. 모발을 심거나 면도나 염색은 퇴고의 범주에 들겠지요.

요즘 창작의 관심사는 짧은 시 쓰기입니다. 작위적인 시의 건축술과 시론은 떨쳐버리고, 찰나의 언어에 펜을 들이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독자의 가슴으로 직방으로 쳐들어가는 날것의 시로 <시로 쓰는 사전>을 엮고 싶습니다.

두툼하겠지요. 올해 곧 나올 시집과 동시집에도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오는 2022년 3월 22일 화요일에 천안시 신불당아트센터에서 <아들과 아버지> 낭독극(연출: 이인호 공연: '펴다'공연예술창작소) 공연이 있으니, 많이 놀러 오시면 좋겠습니다."
 
아들과 아버지 낭독극 공연예술창작소 [펴다]창단공연
 아들과 아버지 낭독극 공연예술창작소 [펴다]창단공연
ⓒ 공연예술창작소 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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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록 시인은,
충남 홍성에서 태어났고, 1989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며 등단했습니다. 한성기문학상, 박재삼문학상, 윤동주문학대상, 김달진문학상,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림책 『아니야!』 『어서 오세요 만리장성입니다』 『나무고아원』 『황소바람』 『달팽이 학교』 『똥방패』, 동시집 『지구의 맛』 『저 많이 컸죠』, 『콧구멍만 바쁘다』, 동화 『미술왕』 『대단한 단추들』, 청소년시집 『아직 오지 않은 나에게』 『까짓것』과 시집 『동심언어사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 『정말』 『의자』, 산문집 『시가 안 써지면 나는 시내버스를 탄다』 『시인의 서랍』 등을 출간했습니다.

아들과 아버지

이정록 (지은이), 배민경 (그림), 단비어린이(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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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에 회사에 다니고 주말에 글을 쓰는 주말작가입니다. 다양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좋은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https://brunch.co.kr/@yoodluff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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