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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외포리의 갈매기들이 새우깡으로 배를 채우던 시절이 있었어요. 석모도행 배가 다니던 시절 이야기입니다. 그때 외포리 갈매기들은 새우깡 얻어먹는 재미에 하루 종일 배 꽁무니만 따라다녔답니다.

외포리는 작은 어촌 마을이지만 꽤 번성합니다. 석모도로 가는 배가 외포리에서 출항해서 동네가 커졌을 겁니다. 외포리와는 달리 황청리는 좀 한적합니다. 석모도와 마주 보고 있는 것은 둘 다 마찬가지인데 뱃길이 어디로 났느냐에 따라 동네의 운명이 달라졌습니다.

석모도와 외포리 갈매기

그것도 다 옛날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황청리도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석모대교가 황청리 근처에 놓였기 때문입니다. 강화도와 석모도를 이어주는 석모대교는 2017년에 완공되었습니다. 다리는 외포리에서 한참 북쪽으로 올라간 황청리 초입에 놓였어요.
 
해누리공원과 석모대교
 해누리공원과 석모대교
ⓒ 이승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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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예전에는 후미지고 한적한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묘지들이 많았습니다. 길 위쪽 산자락은 말할 것도 없고 바닷가와 닿아있는 아래쪽에도 묘지들이 들어섰습니다. 그곳은 망자들의 땅이었습니다.

​그곳에 해누리공원이 들어섰습니다. 국수산(193m) 끝자락에 들어선 '해누리공원'은 강화군에서 운영하는 공설 장지입니다. 원래 있던 공설 묘지 터에 현대식으로 새롭게 설계한 공원묘지가 들어선 겁니다.

해누리공원과 석각돈대

해누리공원이 들어서면서 그 뒤에 있던 석각돈대는 난데없이 길을 빼앗겼습니다. 석각돈대는 강화군 내가면 황청리 산 171번지에 위치해 있습니다. 석각돈대에 가자면 지금의 해누리공원 근처에 있던 길을 따라서 가면 됐습니다. 그런데 그 길은 지금 사라지고 없습니다. 해누리공원을 건설하면서 길을 먹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지난 3월 12일에 석각돈대를 찾아갔습니다. 우리는 황청리 선착장에 차를 세워두고 돈대를 찾아 나섰습니다. 석모대교 근처에서 올라가는 길이 사라져서 할 수 없이 황청리까지 내려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석각돈대 알림판
 석각돈대 알림판
ⓒ 이승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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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청리에서 석각돈대로 가자면 우후죽순처럼 들어선 펜션 단지를 지나가야 합니다. 산비탈을 깎아 집들이 들어섰습니다. 내 키보다 더 높게 쌓아 올린 축대 사이로 난 길을 따라 한참 올라가면 드디어 산길이 나타납니다.

차가 다니는 도로에서 석각돈대까지는 걸어서 이십 분도 채 걸리지 않습니다. 그래도 처음 가는 사람들은 어디쯤에 돈대가 있는지 궁금해합니다. 대개의 돈대들이 바닷가 언덕에 있어 길에서도 돈대가 훤히 다 보이는 것과 달리 석각돈대는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산에 돈대가 있다니

석각돈대는 국수산의 끝자락에 들어섰습니다. 돈대의 앞면은 급경사지인지라 그쪽으로 해서는 올라가기에 어렵습니다. 경사면에 돈대가 있으니 적의 침입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에는 부합하지만 또 한 편으로 생각하면 입지 조건으로 적합하지 않을 것도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강화도의 돈대들은 자연지형을 최대한 이용해서 구축한 것이 특징입니다. 돈대의 군사적인 기능은 크게 두 가지인데, 멀리까지 나아가는 무기(활과 총)를 쏘아서 적의 접근을 억제하는 것이 첫 번째이며 또 하나는 먼 거리의 적까지 감시할 수 있는 조망 기능입니다. 그래서 돈대는 주변을 살피며 일정 규모의 병력이 주둔할 수 있는 바닷가 언덕이나 산자락 끝의 평탄지에 들어섭니다.  
 
석각돈대에서 바라본 풍경
 석각돈대에서 바라본 풍경
ⓒ 이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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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축은 무너지고 기단부만 남아있는 석각돈대
 성축은 무너지고 기단부만 남아있는 석각돈대
ⓒ 이승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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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의 54개 돈대들은 이러한 목적에 부합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대부분의 돈대들이 바닷가로 툭 튀어나온 산자락의 끝이나 언덕에 있지만 이 석각돈대는 그렇지 않습니다. 산비탈의 높은 곳에 있으니 아래를 관찰하기에는 좋은 위치지만 바다까지는 거리가 좀 있습니다.

석각돈대는 석모수로에 있는 여러 돈대들과의 원할한 소통과 연락을 위해 쌓았을 것 같습니다. 석각돈대에서 바라보면 석모도와 그사이의 바다가 다 보입니다. 멀리 교동도까지도 한눈에 다 들어옵니다. 석각돈대는 석모수로를 지키는 돈대들을 관측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면서 각 돈대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해주는 역할을 했을 것이라 추측됩니다.

석모수로를 지킨 돈대들

석각돈대도 숙종 5년(1679)에 만들었습니다. 그해 3월부터 5월까지, 80여 일 동안에 48개의 돈대를 만들었습니다. 1만5000여 명이 투입된 대공사였습니다. 석각돈대도 그때 만든 돈대 중 하나입니다.

석각돈대를 찾아 산을 올라갑니다. 저 위에 돌계단이 보입니다. 이 산속에 누가 저렇게 정성 들여 돌을 깔아 계단을 만들어 놓았을까요. 하나씩 밟으며 올라가니 석각돈대였습니다.
       
석각돈대로 올라가는 오르막의 돌 계단.
 석각돈대로 올라가는 오르막의 돌 계단.
ⓒ 이승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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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모양새를 따라 길쭉하고 네모지게 생긴 석각돈대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분명 높다랗게 석축을 쌓고 사방을 경계했을 텐데 지금 남아 있는 것은 기단석뿐입니다. 돈대 안 마당에 돌무더기가 보이지만 허물어진 석축을 수습해서 모아 놓은 것이라고 보기에는 규모가 작습니다.

돈대 뒤로 계단식으로 층을 지어 잘 다듬어 놓은 곳이 보입니다. 올라가는 길 역시 넓직한 돌로 계단을 잘 만들어 놓았습니다. 돈대와 관계가 있는 것일까 하고 올라가 보니 어느 문중의 산소였습니다.

주(主)와 부(附)가 바뀌었다

그러니까 돈대로 올라오는 오르막길의 돌계단은 돈대를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 이 문중의 산소를 위한 거였습니다. 돈대 터에서 그 무덤들로 올라가는 길 역시 크고 잘 다듬은 돌로 디딤돌을 깔아 놓았습니다. 

누가 주(主)이고 누가 부(附)인 걸까요? 방치되었던 석각돈대였으니 이런 푸대접을 받는 것이겠지요. 이에 더해서 강화군까지 석각돈대를 홀대하고 있습니다.
 
성축은 무너지고 기단부만 남아 있다.
 성축은 무너지고 기단부만 남아 있다.
ⓒ 이승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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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거진 수풀에 덮여있는 석각돈대 기단부.
 우거진 수풀에 덮여있는 석각돈대 기단부.
ⓒ 이승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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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각돈대에서 아래로 좀 내려가면 '해누리공원'이 있습니다. 강화군에서는 무분별하게 분묘가 설치되어 미관을 해치고 있다고 여겨 기존의 황청리 공설 묘지를 재정비하여 '해누리공원'을 만들었습니다. 강화군 출신 국가유공자와 일반 군민을 위한 4300여 기의 장지를 만들어 분양하고 있습니다.

국가에 공헌한 국가유공자를 위한 장지를 만든 것은 매우 훌륭한 일입니다. 호국 정신을 기리기 위한 추모공간도 따로 만들었으니 더더욱 좋습니다. 그러나 놓친 게 있습니다. 호국의 상징인 '돈대'를 나 몰라라 한 점입니다.

석각돈대에 대한 예우를

해누리공원은 상당한 규모를 자랑합니다. 각종 편의시설 또한 잘 갖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석각돈대로 올라가는 길을 없애버린 우를 범했습니다. 호국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해누리공원'에 따로 국가유공자 묘역을 정했듯이 석각돈대 역시 예우하는 게 마땅합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만든 석각돈대입니다. 군졸들이 번을 서며 앞바다를 경계했습니다. 그 돈대로 올라가는 길이 여의치 않습니다. 해누리공원과 석각돈대를 둘러보며 호국의 정신을 되새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국가를 위해 공헌한 국가유공자를 기리는 강화 해누리공원.
 국가를 위해 공헌한 국가유공자를 기리는 강화 해누리공원.
ⓒ 이승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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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각돈대 기본 정보>

. 소재지 : 강화군 내가면 황청리 산 171번지
. 크기 및 모양, 규모 : 긴 사각형 형태이며 동서 길이 14m, 남북 길이 20m
. 근처 돈대 : 1.5km 북쪽에 계룡돈대가 있고 1.2km 남쪽에 삼암돈대가 있다.
. 현재 상황 : 석축 대부분은 무너졌고 1~2단 정도의 기단이 남아 있음. 
. 주변 볼거리 및 편의시설 : 돈대 아래에 '해누리공원'이 조성되어 있음. 

덧붙이는 글 | '강화뉴스'에도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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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을 '놀이'처럼 합니다. 신명나게 살다보면 내 삶의 키도 따라서 클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뭐 재미있는 일이 없나 살핍니다. 이웃과 함께 재미있게 사는 게 목표입니다. 아침이 반갑고 저녁은 평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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