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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자 <중앙일보>에 실린 "윤석열과 세종보"
 17일 자 <중앙일보>에 실린 "윤석열과 세종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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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중앙일보> 대전총국장이라는 김방현 기자는 "윤석열과 세종보"라는 칼럼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정책은 대부분 역주행 논란에 휩싸였다"라면서 "그중에서도 가장 빨리 가시화한 정책은 4대강 보 해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세종보를 개방하기 전만 해도 금강에는 물이 찰랑찰랑했다. 물이 풍부한 금강은 시민 휴식 공간이었다. 마리나 선착장 등에서 수상 레저까지 즐겼다. 하지만 보 개방 이후 강은 황폐화했다."
 
'김방현 기자는 4대강 사업 이후 세종보 구간을 가보기나 했을까'라는 질문이 먼저 떠오른다. 책상에서 펜만 굴린 것은 아닐까? 이건 관점의 차이나 생각이 다른 게 아니라 팩트 자체가 틀렸기 때문이다.
 
김방현 기자 말대로 세종보 개방 전 물이 찰랑했다. 그러나 그 물에서 악취가 났다. 간혹 멋모르고 물 가까이 가는 사람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도망가다시피 한 장면을 여럿 봤다. "마리나 선착장에서 수상 레저까지 즐겼다"라는 김 기자의 주장은 허구의 결정판이다.
 
4대강 사업 이후 세종보 상류에 선착장이 세워지긴 했다. 그러나 보가 막히면서 썩은 퇴적토가 너무 많이 쌓여 마리나 운영은커녕 수상 레저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 퇴적토엔 오염 하천 지표종인 붉은색깔따구 애벌레와 실지렁이가 득실득실했다. 실제 '금강 요정' 김종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퇴적토에 손을 넣다 빼자 대여섯 마리 붉은색깔따구 애벌레가 순식간에 잡혔었다.
 
세종보 마리나 선착장은 무용지물 값비싼 조경시설에 불과했다. 즉 혈세 낭비의 또 다른 상징이었다. 혹 김방현 기자는 금강 다른 지역 선착장을 말하는 것일까? 금강 중하류 일부 지역에서 요트 선착장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마저도 짙은 녹조 때문에 사실상 제대로 운영이 안 된다.
 
짙은 녹조 주변에선 구제역 매몰지에서나 풍기는 사체 썩는 냄새가 난다. 녹조가 전체 강을 뒤덮고 있는데 누가 수상 레저를 즐길 수 있을까? 그리고 이 녹조엔 피부 독성, 간독성, 생식독성 등을 일으키는 남세균(Cyanobacteria) 독성이 포함돼 있다.

'고인 물은 썩는다'라는 상식
 
지난 2월 조사에 따르면, 이 남세균 독성이 쌀, 무, 배추 등에서 검출됐다. 그것도 선진국 기준의 최대 11배가 넘었다. 4대강 사업의 저주가 결국 '한국인의 밥상'까지 위협하고 있다. 게다가 해외에선 이 녹조 독성이 에어로졸 형태로 확산해 주변 사람 건강에 위해를 가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밝히고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김방현 기자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많은 국민은 정부에 '비정상의 정상화'를 요구한다. 4대강 보 해체도 이에 해당한다. 물을 활용하는 것은 문명사회에서 당연한 일이다. 특히 물 확보 등 강 관리는 도시 발전에 필수 요소다. 보 가동에 따라 수질 오염 문제가 발생하면, 그것대로 해결 방안을 찾으면 된다."
 
"물을 활용하는 것은 문명사회에서 당연한 일"이라는 주장은 과거 국민의힘 정치인들과 MB성향 어용 지식인이 말하는 '보는 문명'이라는 주장과 맞닿아 있다. 그런데 유럽, 미국에서 불필요한 댐과 보를 해체하는 이유는 뭘까? 그 나라가 반문명사회라는 말인가? 해외 선진국이 강조하는 것은 불필요한 구조물을 해체하는 것이 환경적·경제적으로 유리하다는 점이다.
 
"보 가동에 따라 수질 오염 문제가 발생하면, 그것대로 해결 방안을 찾으면 된다"라는 건 기술결정론적 관점이 아닌 상식 부재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1990년대 중반 시화호 조성 당시 김 기자 주장과 똑같이 했다가 결국 해수를 유통할 수밖에 없었다. 설사 보를 그대로 두고 수질 문제 해결 방안을 찾는다고 해도 그 방안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점을 간과했다.
 
국내외 많은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썩은 물은 아무리 많아도 소용없다"라고 지적한다. 녹조라떼 가득한 물은 그 자체로 물속 생명에 치명적이다. 그 물을 이용하는 우리 국민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김방현 기자는 "보 개방 이후 강은 황폐화됐다"라며 "야생동물 배설물만 곳곳에 쌓여있었다"라고 했다. '황폐화'라는 표현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보 개방 이후 썩은 퇴적층이 사라지면서 모래가 돌아왔다. 모래는 물을 정화하고 재첩과 멸종위기종 흰목물떼새, 천연기념물 수달과 같은 4대강 사업으로 상실한 종들을 다시 자리잡게 했다.

'야생동물의 똥'이란 바로 이들의 배설물이다. 수달 똥의 존재는 강의 건강성이 회복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또 강은 계절 변화에 따라 색을 달리한다. 숲의 나무가 계절에 따라 옷을 갈아입듯이. 한 겨울 메마른 숲을 보고 '황폐화됐다'라고 하지 않는 것처럼 강도 마찬가지다.

계절에 따라 변하는 것이 우리 강이 지닌 고유성이며 자연성이다. '물이 흐른다' 역시 강이 지닌 가장 기본적인 고유성이다. 이렇게 자연성이 살아날 때 녹조 독성은 감소한다. 실제 지난해 금강 보 개방된 지점과 하굿둑으로 막힌 지점은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개방된 지역의 유해 남조류 수치는 0에 가까웠지만, 하굿둑 부근은 최대 7000 ppb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이 검출됐다. '고인 물은 썩는다'라는 상식을 저버린 4대강사업 자체가 비정상이었다. 따라서 4대강 보 해체 그리고 자연성 회복이야말로 김방현 기자가 말하는 진정한 '비정상의 정상화' 일 것이다.

태그:#4대강, #금강, #중앙일보, #세종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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