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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시 상모동의 박정희 생가
 구미시 상모동의 박정희 생가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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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윤석열 정부 출범에 앞서 민생문제보다 청와대 이전 문제로 왈가왈부하는 걸 보며, 산골 서생이 듣기에 민망하여 일자 올린다. 지금 코로나19 여파인 오미코론 창궐과 동해안 산불 재앙으로 민심이 매우 흉흉한 이 시국에 멀쩡한 청와대를 두고 광화문 이전이네, 용산 이전이네로, 강원 산골사람까지 화나게 하고 있다.

윤석열 당선자 측은 대선 공약으로 청와대 이전을 내놓은데다 국민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반드시 집무실을 옮기겠다고 밝힌 상태지만, 이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곱지 않다. 더구나 대선 과정에서 윤 당선자의 부인 김건희씨가 한 매체 기자와의 통화에서 "(청와대 영빈관을) 옮길 것"이라고 발언한 것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선 풍수지리를 염두에 두고 청와대를 이전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 아니라 조심스럽지만, 청와대 이전 이슈를 둘러싸고 풍수지리설이 언급된다는 자체만으로 다소 황당하다. 전시대의 풍수지리설에 세계 10대 경제국이라는 오늘의 대한민국이 함몰된 느낌이다. 이는 시대와 역사를 거꾸로 돌려놓은 행위로, 새 정부 출범에 앞서 뜻있는 국민들의 공분을 일으키기 충분하다. 폐 일언하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명당은 사람이 만든다.

한 일화를 들려드린다. 내 고향 구미에는 장택상 생가와 박정희 생가가 철길을 사이에 두고 직선거리로 4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다. 추풍령 이남에서 최대 갑부였던 장택상 전 국무총리 선조가 신라 때 도선이 금오산 기슭에 장차 군왕이 태어날 명당이 있다고 하여, 낙동강 건너 인동에서 금오산 남쪽 기슭 오태동으로 이사하여 당시로서는 으리으리한 집을 지었다.

인동 장씨들은 그곳에 살면서 그네 후손이 대권을 잡는 꿈을 꿔 왔지만 거기에는 오르지 못하고 국무총리로 끝났다. 이후 그 집은 한때 절이 되었다가 몇 해 전 필자가 답사할 때는 한식집이 됐다.
  
구미시 오태동의 장택상 생가
 구미시 오태동의 장택상 생가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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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는 달리 박정희 집안은 칠곡 약목에서 호구지책을 할 수 없어 처가 수원백씨 묘답지기로 구미 상모동 금오산 기슭 궁벽한 곳에 이사를 했다. 그 궁벽한 집안에서 태어난 박정희는 그의 어머니가 뱃속에서 지우려고 갖은 애를 썼으나 끝내 태어났다. 그 아이가 장차 이 나라를 18년간 통치했던 박정희로 그 초라한 생가는 지금은 '경상북도 지정 기념물 제 86호'로 지정이 돼 대선 때마다 후보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고 있다.

그분의 셋째 형 박상희 선생은 10. 1항쟁 당시인 1946년 10월 5일 이른 아침 선산군 구미면 원평동 선산경찰서 밑 벼논에서 충북 영동에서 지원 나온 경찰의 총을 맞고 사경을 헤매다가 거적때기에 둘둘 말려 끝내 절명한 뒤 지금 구미시청이 있는 형곡동 가는 고갯길 옆 공동묘지에 초라하게 안장됐다.

하지만 그곳에 안장된 지 15년 만에 그분 막내 동생 박정희는 이 나라 제1인자가 되고, 그분의 맏딸 박영옥의 남편 김종필은 제2인자 국무총리가 됐다. 또 박정희 전 대통령 선대 묘지에 얽힌 얘기도 있지만 그런 모든 걸 배격하는 나로서는 더 이상 얘기하지 않겠다.

명당은 사람이 만든다. 코로나19로, 뜻하지 않은 산불로 민생이 도탄에 빠진 이 시국에 새 정부 인수인 팀은 대통령 집무실에 세월을 허송하고 있는 듯하다. 제발 자중하기 바란다. 이 어려운 시기에 민생을 잘 챙기고, 제발 경제에 활력을 불러일으킨다면 새 정부에 대한 칭송이 자자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공약 이행을 위해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를 옮기려거든 현재의 청와대는 그대로 두고 앞으로 5년 동안 관리비는 윤석열 당선자의 사비로 충당한 뒤 다음 대통령에게 그대로 물려주길 바란다.

무릇 전통이란, 역사란, 때가 묻는 데서 빛이 나는 거다. 제발 자중하고 민생을 챙기길 바란다. 원래 실력이 없는 자가 조상 탓이나 남 탓 한다. 

제발 자중자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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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교사생활 후 원주에서 지내고 있다. 장편소설 <허형식 장군> <약속> <용서>, 역사다큐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사진집<지울수 없는 이미지> <한국전쟁 Ⅱ> <일제강점기> <개화기와 대한제국> <미군정 3년사>, 어린이 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 <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 <독립운동가, 청년 안중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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