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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이 3월 14일 '돌발영상' 유튜브 계정에 올린 <[돌발영상] 동상이몽 (국민 통합 강조하면서… "여성가족부는 폐지")> 영상 중 한 장면
 YTN이 3월 14일 "돌발영상" 유튜브 계정에 올린 <[돌발영상] 동상이몽 (국민 통합 강조하면서… "여성가족부는 폐지")> 영상 중 한 장면
ⓒ YTN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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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람되다: 하는 짓이 분수에 지나치다

지난 15일 SNS를 강타한 말은 '외람되다'였다. 정확히 말하면 '외람되오나'. 한 기자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질문의 본 내용을 말하기 전에 '정말 외람되오나'라고 서두에 덧붙인 것이 화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외람되다'라는 말의 뜻에서 알 수 있듯, 기자가 엄연히 검증과 감시의 대상인 대통령에게 '분수에 지나치다'라며 극도로 자신을 낮추는 태도를 취할 이유는 없다. 게다가 기자로부터 이런 말이 나온 시점이 공교롭게도 윤 당선인이 대통령으로 선출된 지 4일만이었다. 어쩌다가 이런 말이 기자의 입에서 나오게 된 것일까?

윤 당선인 앞 기자의 "정말 외람되오나"... 시민들은 분통 터트려

때는 지난 13일, 윤 당선인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선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한 남성 기자가 인수위 '기획위원회'가 무엇인지 물은 뒤에, 이어서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말을 전하며 '대장동 특검'에 대한 의사를 물으면서 서두에 "정말 외람되오나"라고 덧붙였다.

당시 기자들과 윤 당선인의 질의응답을 살펴보면 대부분 인수위원회 인선 관련된 내용이었기에, '특검' 관련 질문은 도드라져 보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기자가 주제와 벗어난 질문을 한다고 해서 '외람되오나'라며 취재 대상 앞에서 자신을 한없이 낮추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해당 기자의 발언은 YTN의 '돌발영상' 코너에 담기면서 널리 알려졌다. 윤 당선인의 여성가족부 폐지 추진과 대장동 특검 관련을 소개하는 영상이었다. 윤 당선인으로부터 "부정부패에 대한 진상 규명에는 그 진상이 확실하게 규명될 수 있는 어떠한 조치라도 국민들 다 보시는데 해야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라는 답변을 얻어낸 기자의 질문의 서두가 "정말 외람되오나"였고, 이를 '돌발영상' 제작진이 자막을 통해 부각시킨 것이다. 

누리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영상 댓글에도 "기자가 눈치를 본다", "기자들이 벌써 알아서 긴다", "기자가 저렇게 공손한 거 처음 본다", "우리나라 언론 참담하다"라며 분통을 터트리는 이들이 많았다. 일각에선 기자들이 2019년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그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라고 물은 것이나, 조국 전 장관 후보자 시절 기자간담회에서 "왜요?"라고 되물은 것을 언급하며 정권이 바뀌려고 하니까 기자들의 태도가 달라지는 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던지기도 했다.

이밖에도 감시견(watch dog) 역할을 해야 하는 기자가 새로운 권력 앞에서 자세를 낮추는 것이 '상징적'이라는 지적도 나왔으며, 심지어 SNS 상에서는 기자의 멸칭인 '기레기' 대신 '외람이'로 불러야 한다는 조롱이 이어졌다. 

'외람되오나'는 기자들 입에서 흔하게 나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 1월 6일 이준석 대표가 당 대표실 앞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나눌 때 한 기자가 "외람되오나 초선, 대선, 3선 의원 모임에서 대표님의 발언에 대해서 해당행위라는 지적이 나와..."라고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외람되오나', 국민 대신해서 묻는 기자가 쓸 말 아냐"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열린 윤석열 전 검찰총장 대선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이 질문을 위해 손을 들고 있다.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열린 윤석열 전 검찰총장 대선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이 질문을 위해 손을 들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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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전문가들은 기자가 취재원에게 '외람되다'라는 말을 덧붙이며 질문하는 모습은 단순히 개인의 언어 습관이나 겸양의 표시로 넘어가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외람되다'라는 말에 분노하고 우려하는 사람이 왜 많은지에 대해서 기자들이 경각심을 느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기자가 어떤 역할을 하는 존재인가? 국민의 눈높이로, 국민을 대신해서 묻는 사람이다"라며 "'외람되오나'는 누군가를 '모시는' 사람의 표현이다. 기자가 권력자를 향해서 쓰기에는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기자는 권력자의 눈치를 봐도 안 되고, 그 권력자의 지지자 눈치를 봐서도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김언경 뭉클미디어 인권연구소 소장은 "기자가 예의 바르고 공손하게 질문할 수는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권력을 감시하기 위해 껄끄러운 질문을 해야 하는 기자의 화법으로는 ('외람되오나'는) 어색한 것은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김 소장은 "선거 과정에서 윤석열 당선자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국민들은 묻고 따질 수 있는 기자와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그럼에도 당선인에 대해서 띄워주는 기사만 넘쳐 나오고 있는 가운데, '외람되오나'라는 말이 국민들에게 언론에 대한 실망감을 더해줬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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