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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사는 자취생 청년이지만, 먹는 일까지 '대충'할 순 없습니다. 나를 위해 정성스레 차려낸 밥 한 그릇에 고단함이 녹고, 따스한 위로를 얻기도 하니까요. 씩씩하게 내일을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선사하는 든든한 1인분 음식들을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계획형 인간의 무계획형 레시피 

ESFJ. 나를 표현해준다는 이 알파벳 4개 중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건 J가 아닐까 싶다. 여행을 가기 전엔 여행 계획부터 짜고, 쉬기로 마음먹은 주말에도 뭘 하면서 쉴지를 계획해 놓는 나는 파워 J형 인간이다.

계획형 인간으로 사는 일은 사실 좀 퍽퍽하다. 계획의 다른 말은 구속이 아닐까 생각이 들 만큼 내가 스스로 세워놓은 계획 때문에 쉽게 좌절하고 또 불필요하게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일이 계획대로 되지 않아 답답할 때 나는 음식을 만든다. 어떤 음식을 만들지 고르고, 그것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재료를 산다. 그것들을 손질하고, 레시피에서 알려주는 대로 음식을 만든다.

냉장고를 열어본다. 제각각으로 남아있는 재료들이 보인다. 자투리 당근, 어묵탕 끓여 먹고 남은 어묵, 엄마가 보내주신 청양고추. 그리고 떡볶이 시켜 먹을 때 서비스로 넣어준 단무지가 보인다.

땡초김밥 만들기에 딱이다.
 
야채다지기의 도움을 받으면 눈깜짝할새 완성
▲ 땡초볶음밥을 위한 준비 야채다지기의 도움을 받으면 눈깜짝할새 완성
ⓒ 이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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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쉽게 만드는 땡초김밥 레시피> 

1. 어묵 2장, 당근 반절, 단무지를 작게 다져준다. 이때 야채 다지기의 도움을 받으면 훨씬 간편하다.

2. 청양고추 5~6개 정도를 먼저 세로로 갈라준 뒤, 씨를 빼주고 또 다져준다. 청양고추를 손질할 때는 손에 장갑을 끼는 게 좋다.

3. 프라이팬 위에 기름을 두르고 다진 채소들을 중불로 먼저 익혀준다.

4. 약불로 줄이고 간장 2스푼, 다진 마늘 반 스푼, 올리고당 1스푼, 굴소스 1스푼, 미림(또는 맛술) 1스푼을 넣어 재료와 함께 섞어준다.

5. 불을 완전히 끄고 밥 한 공기를 프라이팬이 넣고 재료와 소스와 밥을 잘 볶아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김밥용 김 위에 밥을 얹어 돌돌 마는 것 대신, 마른 김을 살짝 구워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준다. 그리고 곁들여 먹을 마요네즈를 준비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한 한 끼
 
김에 싸먹는 땡초볶음밥
▲ 꼭 말아야 김밥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김에 싸먹는 땡초볶음밥
ⓒ 이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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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용 김이 집에 없기도 했고, 김에 밥을 올리고 돌돌 말고 그걸 한입 크기로 써는 과정이 귀찮아서 이렇게 먹어봤는데 맛이 기대 이상이었다.

구운 김 위에 볶음밥을 얹으니 김도 더 바삭하고, 밥도 더 고슬고슬하게 느껴졌다. 거기에 곁들인 마요네즈가 풍미를 더 해줬다.

완성된 음식이 처음 내가 계획했던 완벽한 모양의 김밥은 아니었지만 가지고 있던 재료로 즉흥적으로 만들어본 새로운 김밥이 날 행복하게 했다.

아무리 촘촘하게 계획을 세운다고 해도, 그리고 내 뜻이 확고하다고 해도 인생엔 크고 작은 변수들이 너무 많다. 언제든지 계획이 틀어질 수도, 내 뜻이 좌절될 수도 있다.

마음이 복잡할 때 날 위해 만드는 음식은 위로가 된다. 맛있는 음식은 먹을 때만큼이나 그것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행복함을 느끼게 하는 힘이 있다.

완벽한 김밥의 모습이 아니어도 괜찮다. 가지고 있는 재료로 입맛에 맞게 만든 나만의 김밥도 충분히 의미 있고 맛있었다.

김밥이라고 꼭 말아야 완성되는 게 아닌 것처럼,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에서 조금 부족하다고 해도 그 나름대로의 의미와 행복을 찾으면 충분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필자의 브런치(www.brunch.co.kr/@silverlee7957)에도 중복하여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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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오후에 마시는 아이스바닐라라떼만큼 책 읽고 글 쓰는 일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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