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비건 음식은 맛이 없고, 만들기 까다롭다? 비건 음식에 대한 편견을 깨주는 다양한 비건 집밥 요리를 소개합니다.[편집자말]
단체급식을 처음 경험한 어린이 시절, 나는 소고기 뭇국 앞에서 얼어붙었다. 내가 알던 소고기 뭇국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경상도 출신 부모님 아래에서 자란 나에게 소고기 뭇국은 고춧가루가 듬뿍 들어간 매운 국이었다. 그런데 웬걸, 급식에서 나오는 뭇국은 뽀얗고 맑았다. 

명절마다 내려가던 아버지 쪽 조부모님 댁은 안동이다. 거기서는 설날에 떡국 대신 비빔밥과 빨간 소고기 뭇국을 먹었다. 식사를 마치면 식혜를 한 잔씩 돌려 먹었는데, 통상적인 희고 고소한 식혜가 아니라(안동에선 그것을 감주라고 부른다) 채 썬 생강과 고춧가루로 칼칼한 맛을 낸 매콤 달콤한 음료였다. 안동의 식혜는 빨갛다고 하면 아직도 믿지 않는 친구들이 많다. 

서울에서 나고 자랐지만 음식은 경상도 문화권에 익숙한 나는 맑은 소고기 뭇국이 지금도 조금 어색하다. 

소고기 없는 소고기 뭇국을 끓이게 된 이유
 
경상도식 뭇국은 고춧가루를 넣어 칼칼하다.
▲ 소고기 없는 소고기뭇국 경상도식 뭇국은 고춧가루를 넣어 칼칼하다.
ⓒ 김소라

관련사진보기

 
경상도식 소고기 뭇국을 무척 좋아했는데, 비건이 된 이후로는 소고기 대신 느타리버섯을 넣어 끓여먹곤 한다. 맛은, 놀랍게도 별 차이가 없다. 육개장 같기도 하고 해장국 같기도 한 경상도식 뭇국은 과음한 다음날 먹기에 일품인 메뉴이기도 하다.

소고기는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식재료이다. 한 마리의 소를 고기로 키워내기 위해 필요한 사료, 사료에 들어갈 작물을 경작하기 위해 벌채되는 숲, 소가 소화를 하면서 내뿜는 방귀와 트름에 있는 메탄가스, 고기를 가공하고 운송하는 등의 과정까지 환경에 여러 악영향을 미친다. 여러 명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곡식과 엄청난 양의 물을 들여 고작 고기 한 덩이가 생산된다니, 아주 비효율적인 음식이라고도 할 수 있다. 

같은 무게를 두고 보았을 때 콩의 60배에 달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사실을 듣고 소고기의 실체가 와닿았다. 미국의 어느 대학생들이 기후변화를 위한 실천으로 캠퍼스 안에서 소고기패티 햄버거를 몰아내는 운동을 했다는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일상으로 기후재난에 맞서기
 
5일 경북 울진군 울진읍 연지리의 한 가스충전소 쪽으로 산불이 번져오자 소방대원들이 진화작업에 나서고 있다.
 5일 경북 울진군 울진읍 연지리의 한 가스충전소 쪽으로 산불이 번져오자 소방대원들이 진화작업에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얼마 전 비로소 진화된 울진 산불이 역대 최대 피해, 최장 기록이었다고 한다. 울진 산불이 나기 딱 하루 전, 서울은 바람이 거셌다. 룸메이트와 산책을 하다 "이러다 산불 나면 정말 큰일이겠다"라고 했는데 바로 다음 날 울진에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철렁했다. 

점점 더 건조해지는 겨울, 점점 더 예측불가능해지는 날씨와 강수량은 대형산불과 같은 재난의 핵심적인 불씨가 된다. 물론 이번 울진 산불의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자연 발화 의혹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언제라도 그럴 가능성은 있다. 그만큼 기후재난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고 우리의 코앞에 다가와 있는 것이다.

전 지구적으로 음식에서 배출되는 탄소의 절반 이상이 육류이고 곡물과 채소, 과일의 탄소배출을 모두 합쳐봐야 6퍼센트 가량에 불과하다고 한다.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밥상을 식물성 단백질과 채식 중심으로 바꾸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고, 기업과 정부도 채식을 장려하는 메시지를 점점 더 많이 내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만 채식 중심의 식사를 해도 1년에 나무를 열다섯 그루 심는 효과를 낸다고 하니, 작은 움직임이 큰 변화를 일으킨다는 게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인가 보다.

곰탕, 소고기뭇국, 육개장 대신 다시마와 무, 버섯을 이용해 채수로 국을 끓이면 온실가스배출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오늘은 감기 기운이나 숙취가 있을 때에 제격인 경상도식 뭇국 레시피를 소개한다. 이름하여, 소고기 없는 소고기 뭇국. 고기 없이도 깊은 맛을 낼 수 있고 제법 간단하니, 오늘부터 비건 집밥으로 나무심기를 시작해 보자.

참 쉬운 경상도식 뭇국 레시피

재료: 무 1/3, 대파 한 대, 느타리버섯 200g(한 팩), 콩나물 200g, 식용유, 참기름, 국간장, 다진마늘, 고춧가루, 다시마 3조각을 넣고 끓인 채수 500ml

1. 큰 냄비에 식용유 1스푼, 참기름 2스푼을 넣고 느타리버섯 200g을 중불에 볶는다.
2. 식용유 1스푼을 더 두르고 고춧가루 3스푼을 넣어 중불에 마저 볶는다.
3. 먹기 좋게 썬 무 세 줌을 넣고 테두리가 살짝 투명해질 때까지 볶아준다.
4. 국간장 3스푼, 물 100ml(종이컵 2/3), 다진마늘 1스푼을 넣고 졸이듯 볶아준다.
5. 엄지손가락 정도의 길이로 툭툭 자른 대파를 한 줌 넣은 후, 다시마 채수 250ml(준비한 것의 절반가량)를 붓고 뚜껑 덮어 5분간 센 불에 끓인다.
6. 무가 어느 정도 투명해지면 콩나물을 크게 두 줌 넣고 뚜껑 덮어 중불에 3분간 더 끓여준다.
7. 모자란 간은 소금으로 맞춰준다. 완성.

댓글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선택가족, 그리고 채식하는 삶에 관한 글을 주로 씁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