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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저씨> 스틸컷
 <나의 아저씨> 스틸컷
ⓒ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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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어머니의 빚을 떠안아 인생을 빚쟁이로 시작한 가여운 소녀 이지안(이지은 분)을 주인공으로 한다. 이지안은 만져보기는커녕 보지도 못한 아버지의 빚 때문에 정당방위로 인정받기는 했지만 살인까지 저질렀다. 그러고도 다시 사채업자의 아들에게 계속하여 시달림을 당해야 했다.

드라마에는 이지안의 빚이 얼마인지 구체적으로 나오지는 않는다. 다만 뇌물을 가로챈 5천만 원으로 모든 빚을 갚으려 한 것을 보면 5천만 원보다는 적었던 것 같다. 스무 살 소녀 이지안은 고작 5천만 원 때문에 사채업자에게 시달려야 했다. 믹스커피로 식사를 때우며 뼈 빠지게 일했지만 이자조차 갚아 나가기 버거웠다.

고작 5천만 원이라고 한 것은 우리 사회가 운영하고 있는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금액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개인회생이다. 하지만 이지안은 돈을 갚기 위해 5천만 원이나 되는 상품권을 훔치고 술에 약을 타서 사람을 납치하고 스마트폰을 도청까지 하면서도 정작 개인회생 제도를 이용할 생각은 못 한다.

할머니에 대한 부양의무가 없는 손녀이기에 할머니를 모시지 않아도, 즉 할머니를 공공 요양시설에 모실 수 있으면서도 이를 몰라 어려운 환경에서 근근이 할머니와 함께 살아가는 이지안에게 박동훈(이선균 분)은 "이런 것도 가르쳐 주는 어른이 없었니?"라고 묻는다. 하지만 이지안의 빚을 대신 갚겠다며 사채업자를 찾아가 흠씬 두들겨 맞는 박동훈 또한 이지안에게 개인회생을 알려주지는 못했다.

개인회생은 매우 유용한 제도다. 이지안을 생각해 보면 갚을 수 없는 빚은 탕감해 주는 것이 옳다. 그렇지 않다면 채무자의 인생은 파탄날 것이며 과도한 채권 추심은 채무자를 범죄의 세계로 밀어 넣을지도 모른다. 이는 채권자에게도 우리 사회에도 결코 득이 되지 않는다. 물론 채무자에게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는 여전히 갚을 수 없는 빚에 허덕이는 수많은 이지안이 있다. 언론에는 단 몇 백만 원의 빚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너무나도 허탈하여 슬픔조차 느껴지지 않는 사연이 계속된다. 인간의 목숨이 몇백만 원보다도 가벼울 수 있다는 것은 슬픈 일이 아니라 분노할 일이다.

개인회생 사건을 취급하는 변호사로서 우리 사회 곳곳의 이지안을 볼 때마다 답답함에 숨이 막힌다. 왜 이지안은 개인회생을 이용할 수 없었을까? 포털 사이트에서 '개인회생'을 검색해 보면 질문의 답을 금방 알 수 있다. 포털은 개인회생에 대한 정보보다는 개인회생 고객을 찾는 변호사들의 광고를 보여주는 데 열중한다. 검색어 '개인회생'에 대한 결과물은 '개인회생 광고'뿐이다.

편안한 사회에 이르기를
 
'개인회생자동완성 프로그램'
 "개인회생자동완성 프로그램"
ⓒ 김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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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회생 역시 하나의 상품이 되어 우리 사회 이지안의 없는 주머니를 더욱 주리게 만든다. 그런데 여기서 또 다른 답답함이 생긴다. 당장 이자도 갚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돈을 내고 개인회생을 하라고 하면 할 수 있을까?

변호사에게 개인회생을 의뢰하려면 아무리 저렴하게 진행해도 선임료와 송달료 등을 포함해 200만 원 이상 소요된다. 밥값이 없어 믹스커피로 끼니를 때우는 우리 사회의 이지안에게 200만 원은 엄청난 금액일 것이다. 아니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목숨 값이 200만 원도 되지 않는 이가 허다하다.

개인회생은 결코 어려운 제도가 아니다. 내 빚이 얼마인지, 내 재산이 얼마인지, 내 수입이 얼마인지, 그리고 아끼고 아끼면 내가 한 달에 얼마로 버틸 수 있는지만 알면, 누구나 작성할 수 있는 것이 개인회생 신청서다. 일단 신청서를 작성하면 이후 작업은 보정을 요구하는 법원과 소통하며 진행하면 된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고액의 변호사를 선임하여 개인회생을 진행하는 것은 문서작성 방법과 신청 절차의 어려움 때문이다.

문서작성과 신청절차의 벽에 막혀 개인회생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이지안들을 위해 '개인회생자동완성 프로그램'을 개발해 무료로 배포했다(https://나홀로개인회생.com). 프로그램 순서에 따라 공란을 메꿔나가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개인회생 신청서를 작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다만 익숙하지 않은 용어와 계산식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이를 상세히 설명해주는 설명서도 개발하고 있다. 설명서 역시 조만간 무료로 배포될 예정이다.

이제 박동훈이 빚을 대신 갚아주겠다면 사채업자에게 얻어맞는 일은 없기 바란다. 빚을 대신 갚아주기보다는 '계속된 소득이 있고, 빚도 5억 이하면 개인회생 신청을 하면 되는데 왜 그걸 갚고 있어. 어려우면 개인회생자동완성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돼. 이런 것도 가르쳐 주는 어른이 없었니?'라고 말해줄 수 있길 바란다.

"이를 지에 편안할 안", 이지안(李至安), 그들이 편안한 사회에 이르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광민은 변호사로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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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 사람사이 대표 변호사다. 민변 부천지회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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