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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립소다는 여행지에서 이루어지는 관계의 가능성을 사업화했다.
 트립소다는 여행지에서 이루어지는 관계의 가능성을 사업화했다.
ⓒ 트립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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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 MZ 세대에게 여행은 '첫 만남'이다. 그들은 낯선 장소, 낯선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여행한다. 혼자 또는 친구 두세 명이 함께하는 여행은 짐도 마음도 가볍다. 삐까뻔쩍한 숙소를 잡아 럭셔리한 여행을 하지도, 뭔가 대단한 이벤트를 기대하지도 않는다. 불확실하기 때문에 설레고 신나는 청춘의 여행은 모험 그 자체다.

"여행은 어디로 가느냐보다, 누구와 함께하느냐가 더 중요해요." 이른바 '커뮤니티형 여행 커머스' 서비스를 운영하는 트립소다 조원일(27) 대표의 말이다. 지난 10일 서울 서대문구의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자그마치 해외 50개국을 여행한 여행 마니아로서 자신이 느낀 개별 여행자들의 문제와 한계를 사업으로 풀어내고 있다.

"캄보디아 여행 중 데이투어 상품을 이용한 적이 있어요. 여럿이 작은 버스를 타고 하루 동안 인근 지역을 돌아다니며 하는 작은 패키지여행 같은 거예요. 여섯 명이 모여 출발했는데 저 빼고 다섯 명은 전부 연세 지긋하신 할아버지 분들이더라고요. 동행자들과 대화도 잘 안 통하고 공감대 형성도 안 되니 결국 불만족스러운 여행이 됐어요. 그때 생각했죠. 나이와 취향이 비슷한 동행자를 매칭 해주는 여행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고요."

조 대표의 이런 생각은 창업으로 이어졌다. 지난 2020년 7월 창업한 트립소다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여행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와중에도 살아남았다. 소비자 개개인의 여행 취향을 분석해 누구나 최선의 동행자를 만날 수 있게 해 준다는 비전이 인정받았고, 한국관광공사로부터 초기 관광벤처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금은 본격적으로 투자 라운드를 열고 투자사들과 접촉하는 중이다.

"해외여행이 막혀 있다 보니 지금은 제주도 상품에 집중하고 있어요. 국내에서 해외여행의 특성을 가진 거의 유일한 곳이니까요. 현지 랜드사(투어 운영사)들과 파트너 계약을 맺으면서는 개별 여행자를 위한 나름의 조건을 만들었어요. 투어 상품은 공동구매 방식으로 제공되어야 하고, 트립소다 단독 출발 상품이어야 한다는 식이죠."

실제 트립소다 유저는 20대가 대부분이고, 그중에서도 80%가 여성이다. 데이투어 상품 이용자는 나홀로 여행객이거나 동성 친구 사이인 2명 단위가 많지만, 가족·연인 여행객은 거의 없다. 기존 패키지여행에서는 흔히 방해 요소로 여겨지던 '가이드'와 '동행인'이 트립소다에서만큼은 가장 중요한 여행 콘텐츠가 되는 셈이다.

누군가와 여행을 함께하는 것
 
트립소다 앱 서비스 소개
 트립소다 앱 서비스 소개
ⓒ 트립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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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여행자가 현지에서 동행인을 구하는 문화가 새로운 건 아니다. 인터넷 카페나 여행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계획적으로, 또는 즉흥적으로 동행인을 구하는 게시글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하지만 익명성에 기반한 무작위 동행은 각종 사건사고의 온상이 되거나, 데이트 상대를 구하는 의도로 왜곡되기도 한다.

"트립소다는 가입 단계부터 본인인증을 거치고 유저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해요. 유저는 설문 형태로 개개인의 여행 취향 테스트를 거치고, 여행 관심사도 설정할 수 있어요. 나이대와 성별은 기본이고, 안정과 모험 중 어떤 걸 추구하는 지도 알 수 있죠. 맛집 탐방, 쇼핑, 액티비티, 사진 찍기 등 뭘 좋아하는지도 공개돼요."

'누가 좋은 동행자인가'에 대한 평가는 유저들이 직접 한다. 투어 상품을 이용한 유저는 다른 동행자 개개인에 대한 평가를 남길 수 있다. 트립소다를 즐겨 이용하는 여행자라면 누구나 동행자들에게 '잘 보여야' 한다. 부정적 평가가 많은 유저라면 아무도 함께 여행하려 하지 않을 테니까.

"아무리 어울리는 동행자를 매칭 해준다고 해도 낯선 사람과 여행한다는 건 조심스러울 수 있어요. 하지만 어느 정도 유저가 늘어나고 이용 후기, 동행인 평가가 누적되면 플랫폼 자체 신뢰도로 극복할 수 있다고 봐요."

트립소다의 타깃은 명확하다. 여행자 네트워크에 관심이 많고, 현지 투어 상품을 즐겨 이용하는 이들. 즉 MZ 세대 FIT(Foreign Independent Tour, 해외 개별 자유여행객) 그 자체다. 기존 여행사들이 아이가 있는 30~40대 여성 소비자를 공략하며 '프라이빗'과 '럭셔리'를 강조할 때, 트립소다는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를 넘어 다만추(다양한 만남 추구)까지 이른 청년 세대의 개별 여행을 준비해 왔다.

"현재 동남아 지역 데이투어 상품 200여 종이 대기 중이고, 프랑스 현지 투어 운영사와도 입점 계약을 마친 상태예요. 입국자 자가격리 의무만 풀리면 곧바로 해외여행이 재개될 텐데, 지금 추세로 보면 올해 7~8월 정도에는 해외여행이 가능해질 것 같아요. 인프라는 갖춰졌으니, 해외여행자도 트립소다에서 동행인을 만날 수 있는 거죠."

해외여행에서 혼자는 약하고 모이면 강하다.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곳에서 혼자서는 뭐 하나 쉽게 할 수 없다. 유명 레스토랑을 예약하거나, 스노클링 보트 투어를 하거나, 도심 외곽의 시골 마을을 다녀오는 것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공동구매'로 저렴하고 편하게 현지 여행을 즐기는 이유다. 트립소다는 우리가 이 과정에서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을 상기시킨다. 여행을 공동 구매하는 건 결국 '누군가와 여행을 함께하는 것'이라는 점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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